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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닦는 작곡가의 “이상이냐 현실이냐”

청년실업의 고통을 보듬어주는 뮤지컬 ‘틱, 틱…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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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3호 이우인⁄ 2010.10.25 11:18:01

존(강필석 분)은 자신이 만든 뮤지컬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고 싶어 하는 가난한 예술가다. 그러나 현실은 서른 살 생일을 앞둔 뉴욕의 식당 웨이터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더욱이 뉴욕을 떠나 소박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여자 친구 수잔(윤공주 분), 그리고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고 사회에서 성공한 마이클(이주광 분)은 존을 갈등하게 만든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꿈을 위해 살 것인가, 꿈을 포기하고 평범한 사람들 틈 안에서 평범하게 살 것인가. 존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이러한 고민은 귓속에서 시계가 째깍(tick, tick)거리는 소리로 그를 괴롭힌다. 9월 30일부터 서울 충무로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틱, 틱…붐!’(이하 ‘틱틱붐’)은 서른 살 생일을 앞둔 가난한 예술가의 고민을 담은 작품이다. 뮤지컬 ‘렌트’의 극작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으로, 실제 그가 막 서른이 된 1990년에 지어낸 이야기다. 작가의 사망 뒤 그의 친구와 극작가 데이비드 어번이 2001년 6월 뉴욕 제인스트리트 극장에서 처음 무대에 올렸다.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 올려진 ‘틱틱붐’의 다섯 번째 무대다. 이번 공연은 KBS ‘남자의 자격’ 합창단원으로 유명세를 탄 박칼린 음악감독이 음악슈퍼바이저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됐다. 강필석과 신성록이 존 역에 더블 캐스팅됐으며, 윤공주는 존의 여자 친구 수잔을, 이주광은 존의 죽마고우 마이클을 연기했다. 배우이기도 한 이항나가 연출을 맡았다. 소극장 콘서트 같은 작은 무대에서 세 명의 배우는 무대 전환이나 의상, 소품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온전히 연기와 노래에 모든 것을 건다. 단조로운 무대는 배우들의 집이 되거나 존이 일하는 식당, 옥상, 편의점, 도로, 마이클의 회사, 공연장이 된다. 배우들의 의자는 일반 의자의 기능을 했다가 마이클의 멋진 BMW 승용차가 되기도 한다. 생수는 배우들의 목을 적시다가 필요에 따라 전화기가 되기도 한다. 배우들의 역할도 시시각각 변한다. 특히 수잔과 마이클은 때때로 존의 부모가 됐다가 존이 일하는 가게의 손님, 존이 자주 방문하는 편의점 주인, 존의 첫 작품 ‘슈퍼비아’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이것도 의상이나 분장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 목소리나 표정, 행동 등 배우들의 재량에 모든 것을 맡긴다. 물체와 배우의 이러한 변화는 단조로운 공연을 다채롭게 만드는 이유다. 배우들이 힘들이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듣는 이의 기분까지 상쾌하게 한다. ‘30/90’ ‘Green Green Dress’ ‘Johnny Can’t Decide’ ‘Sunday’ ‘No More’ ‘Therapy’ ‘Real Life’ ‘Sugar’ ‘See Her Smile’ ‘Come To Your Senses’ ‘Why’ ‘Louder Than Words’ 등 때론 경쾌하게 때론 진지하게 때론 코믹하게 장면에 딱 들어맞는 뮤직 넘버는 귀와 심장에 콱 박혀 커다란 울림을 낸다. 무엇보다 서른 살 생일을 앞두고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어 고민하는 존의 고민과 불안은 청년실업에 허덕이는 요즘의 20~30대들에게 많은 공감을 준다. 그리고 힘들어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존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괴로움은 꿈을 이루려는 과정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11월 7일까지 공연. 문의 02-577-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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