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은 육군사관학교 15기 출신으로 육군참모총장까지 역임한 현역 의원 중 최고참 국방 전문가로 꼽힌다. 같은 대장 출신으로는 국방위에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 민주당 서종표 의원, 그리고 행안위에 무소속 정수성 의원이 있지만 모두 이 의원에게 깍듯하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지위가 높은 군 장성들도 이 의원 앞에 설 때는 각오를 단단히 한다’는 소문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천안함 침몰 사건 직후였던 지난 4월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도 이 의원은 ‘군번 줄을 차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 이상의 합참의장 등에게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군 기강 해이의 심각성을 지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와 북한의 연평도 폭격 이후에 국방 개혁에 관한 지적을 서슴지 않았으며, ‘CNB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관련 사항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현대전의 승패는 시간이 좌우. 현장 지휘관이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전투상황에 대한 교리 정립해 놓아야”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피폭 등 북한의 도발 양상이 점점 대담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군의 대북 조치는 여전히 주춤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점 때문에 이러한 지적이 나온다고 보십니까? “지난해 연이어 발생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은 엄연히 유엔이 금지하는 무력 도발이자 침략 행위입니다. 이런 침략 행위와 관련해 유엔 헌장 51조는 자위권을 주권국가의 고유한 권리로 ‘회원국에 대해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보리가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유엔의 어떠한 규정도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지난해 5.24 특별 담화를 통해 ‘무력 도발에 대해서는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한 바 있지만, 연평도 피격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결과를 보면 빈말에 불과했습니다. 자위권은 무력 도발을 자행한 북한에 대한 실제적이고 군사적인 응징을 가하는 것입니다. 철저한 보복과 응징만이 확전과 북의 추가 도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군에 대해 많은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군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무엇보다 지난 10여 년간 정치적 논리 때문에 흐트러진 주적 개념을 반드시 재정립하고 군의 기강을 확립해야 합니다. 군대는 군대다워야 합니다. 야전 중심의 전투형 군대로 거듭나고, 이를 위해서는 제대별 지휘관 중심의 정신교육 강화와 우리 군에 만연한 행정관료적인 풍토를 없애야 합니다. 또한 현대전처럼 복잡한 전장 환경에서는 모든 전투 상황에 대한 교리를 정립해 놓을 수 없는 만큼, 현장 지휘관의 상황 판단과 결심에 따른 즉각적인 대응 조치가 가능하도록 체제가 마련돼야 합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상부의 명령 없이는 대응 사격조차 할 수 없는 현 체제로는 북한의 기습 도발에 즉각적인 대처가 불가능합니다. 현대전의 승패는 시간이 좌우합니다.” -국방선진화 추진위원회가 군 개혁 방안과 관련해 많은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방향이나 아직도 미흡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해 12월 초 국방선진화 추진위원회가 마련한 보고서는 북한의 위협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 위협에 대해 우리 군이 나아갈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국방선진화 추진위원회와 국가안보 총괄점검회의에서 보고한 군 복무기간 24개월 환원 문제를 국무회의에서 21개월로 수정, 확정했습니다. 18개월 복무에 비해 어느 정도 숙련도와 전문성 향상을 기대할 수는 있겠으나, 이 역시 정치적 논리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써, 적정 규모 대비 3만 7천여 병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 국가입니다.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추진된 병력 감축과 군 복무 기간 단축 때문에 전력공백이 발생하고 국방 안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군 의무 복무 기간을 24개월로 환원하고, 이와 연계해 병역자원 수급과 희생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군 가산점 제도를 실시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과도한 육군 병력 감축 계획 또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합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취임사에서 ‘전투형 부대’ ‘정신교육 강화’ ‘관료적 풍토 쇄신’을 화두로 던지며 강력한 군 개혁 의지를 밝혔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에 대한 군의 대응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때문에 관료적 풍토를 타파하고 강력한 전투형 군대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한 신임 국방부장관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매우 클 것입니다. 김 장관이 취임 직후 야전형 부대 육성을 위해 불합리한 행정 요소를 과감히 축소, 제거하고 군 본연의 임무와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등의 개혁을 추진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제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대해서도 과거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장관이 밝힌 것처럼 보다 확고하고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야 합니다. 부대의 역량은 지휘관의 역량에서 비롯되는 만큼, 앞으로 우리 군이 현 안보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것으로 봅니다.” “뒤늦었지만 국가위기 관리실이 마련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결정. 국방개혁 2020과 2015년 전작권 전환을 빈틈없이 수행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국방 개혁을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향후 어떠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한반도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에서 우리는 국방개혁2020과 2015년 전작권 전환이라는 매우 중요한 국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 여건 때문에 각종 전력화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목표 시기까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대통령께서 직접 국방 개혁을 챙기겠다고 밝힌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지난해 12월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국가위기 관리센터를 수석비서관이 실장을 맡는 국가위기관리실로 그 지위를 격상-확대시키지 않았습니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안보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구를 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국방 개혁을 포함한 국방 정책에 있어서도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한 실질적인 변화와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한 보완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북한의 대남 정책 변화 가능성은 기대하기 힘들까요? “지난 정부 10여 년 간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햇볕정책을 실시했지만 그 결과는 어땠습니까?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에 제공한 천문학적인 자금은 우리 의도와는 달리 핵과 미사일 개발 등 군사적인 목적에 사용돼 한반도를 더 큰 긴장 상태로 치닫도록 만들었을 뿐입니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 온갖 군사적 도발과 협박을 가해 오더니 급기야 천안함 폭침에 이어 우리 영토인 연평도에 포 사격까지 감행해 소중한 장병들과 민간인을 희생시키기까지 했습니다. 김정은으로의 후계 체제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군사적인 도발과 군비 확장을 지속할 것은 분명한 만큼, 대북 정책은 보다 확고한 원칙 아래 정립되고 수행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