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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희태 국회의장“타협 잘해야 정치 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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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202-203호 심원섭⁄ 2010.12.27 15:01:58

예산안 처리파동 이후 얼어붙은 정국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은 ‘타협 잘 하는 게 정치 잘 하는 것’이란 화두를 꺼냈다.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 태도는 정치가 아니란 질타였다. 박 의장은 ‘CNB저널’과의 단독 신년인터뷰에서 시종일관 타협과 대화를 강조하면서 여당과 야당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예산안 파행처리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야당에 대해서는 “서운하고 섭섭하겠지만 법대로 운영되는 국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새해에는 대화와 타협의 기조를 유지하자”고 말을 건넸다. 그는 또한 각 당의 대변인들에게 “예전에는 여야 논평에 해학과 유머가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심한 용어만 동원하고 있다”며 정치인의 언어순화 운동을 제안했다. ‘부드러운 타협의 정치’를 주창하는 박 의장을 만나 신년 국회 운영 구상을 들어봤다. -신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는 건국 이래 최대 행사이자 국격을 높인 것으로 평가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열렸지만, 곧 이어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피격 등 북한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격화됐습니다. 2010년 한 해를 결산하신다면….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G20 서울 정상회의 성공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북한의 무력도발 만행을 겪었습니다. 용자불굴(勇者不屈, 용감한 사람은 굴하지 않는다)의 정신으로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어떠한 역경에도 좌절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더 믿음직스러운 대한민국, 더 활기 넘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G20 국회의장 회의’ 등 국제회의에 참석해 보니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이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아져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내년엔 ‘제2차 G20 국회의장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게 돼 뜻 깊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G20 국회의장 회의’는 어떤 회의이고, 이 회의의 서울 개최는 어떤 의의가 있는지요? “G20 국회의장 회의는 G20 국가의 국회의장 등 각국의 의회 지도자들이 모여 의회 간 교류-협력의 장을 마련하고, 각국의 입법 경험의 공유 및 정책 대응 방안의 논의 등을 통해 세계적 이슈에 대한 선진 의회 차원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회의입니다. 이 회의의 서울 개최는 서울 G20 정상회의를 보완하면서 동시에 입법부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의제를 채택해 차기 회의의 모범적 모델을 제시하고, 의장국으로서 회의 참석국 간 의견 조율 및 정책 방향 제시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 한국 국회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2011년 대한민국에 거는 기대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한국이 정치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보다 안정되고 보다 풍요로운 나라로 발전하리라고 믿습니다. 국민들 모두가 행복한 웃음을 나눌 수 있는 밝은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세계 속으로 대진출하여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로 남북 관계가 큰 위기를 맞고 있는데 돌파구가 없다고 보나요? “남북 문제는 우리 민족에게는 생존이 걸린 중요한 문제이면서 한편으론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제적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선 우리가 철통같은 안보의식을 바탕으로 남북 문제에서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고 국제적으로는 주요 강대국들과 공조를 확고히 다져 북한을 국제무대로 이끌어 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더 이상의 고립을 자초하는 정책으로는 얻을 것이 없다’는 데 대해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의 도발 때 우리의 경계 태세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우선 항상 전장에 있다는 ‘항재전장(恒在戰場)’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평화의 시기가 지속될수록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자세가 전제가 되어야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연평도 사태는 불행한 일이지만 군이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예산국회 파행처리를 국민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 야당 입장에선 서운하겠지만 법 지키는 국회 만들고 대화 기조 유지해야” -지난 해 정치권에는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 문제로 여야 간에 격한 대립이 이어져 왔습니다. 현재도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끊이지 않는데. 여야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은 없나요? “타협은 정치의 본질로서, 타협을 얻기 위한 기술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전부이거나 전무(全無)인 ‘올 오아 나씽(All or Nothing)'은 정치가 아닙니다. 여야 모두 타협하면 굴종이다, 항복이다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소수파 입장에선 원래 하나도 못 얻었을 것을 그나마 타협해서 조금이라도 얻었다고 생각하고, 다수파도 소수파를 포용해서 얻어낸 정치적 결과에 만족해야 합니다. 서로 쓸 데 없는 명분론에 사로잡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자세를 빨리 버려야 합니다.” “주요 강대국들과 협력해 북한에 ‘고립으로는 얻을 것 없다’는 사실을 설득시켜 국제무대로 다시 나오게 해야” -예산안 단독 처리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데요? “우선 연말 예산 국회가 파행 처리를 되풀이 하게 된 점을 국민들께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의회주의의 본산인 우리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모습을 보며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야당 입장에서는 서운하고 섭섭한 측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법대로 운영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 왔습니다. 어느 국회의장이 강행 처리를 원하겠습니까.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대화와 타협을 촉구하는 등 원만한 의사 진행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이해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번에 원숙한 민주주의의 모습을 이뤄내지 못한 점을 뼈아프게 자성하면서, 신묘년 새해에는 대화와 타협의 기조가 유지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난 해 6월 국회의장 취임 일성으로 ‘법대로의 국회’와 ‘변화의 바람’을 불게 하겠다고 공언하셨는데…. “내가 국회의장으로 취임한 뒤 예산안 처리 외에는 여야 원내대표께서 타협의 묘를 찾아 주셔서 국회가 비교적 원만히 운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국회가 법을 잘 만드는 역할에 앞서 법을 잘 지키는 곳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초에는 개헌문제, 선거구제 개편 등이 핵심 사항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예상하시는지…. “개헌안이나 선거구제 개편 문제 등은 우선 정치권에서 논의를 시작하고, 국회에서도 논의됐으면 합니다. 나는 이를 뒷바라지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국회의장이 나서서 개헌을 추진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건 정치 주체들이 해야 할 일이고, 국회의장은 판을 펴주는 것이지 직접 나서서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명 대변인’ 소리를 들으셨습니다. ‘정치 9단’이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하셨는데요, 현재 의장님의 정치력은 몇 단 정도라고 자신하십니까. “내가 스스로 몇 단이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지요. 국민들께서 몇 단이라도 판단해 주시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저 맡은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정치 언어 순화 운동을 주장하셨는데…. “예전에는 그래도 여야 간 논평에도 해학과 유머가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직설적이고 가장 심한 용어만 동원하고 있습니다. 정치 순화의 첫 길은 대변인이 쓰는 말의 순화이며 국민이 들어도 ‘상대방을 비판하기는 하는데 괜찮다’는 말을 듣도록 대변인들이 더욱 연구해야 합니다.” “요즘 각 당 대변인들, 너무 심한 말 주고받아. 내용은 비판이되, 사용하는 용어는 국민들이 듣기에 불편하지 않은 말 골라 쓰는 노력해야” -의장으로서 임기를 마치고 퇴임할 때 ‘이것만큼은 참 잘 했구나’라고 말을 듣고 싶은 부분이 있으시다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여야 간에 ‘염소의 지혜’(싸울 땐 싸우더라도 외길에서 만나면 서로 비켜주는 지혜)를 발휘해 상생의 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고, 의원들에게는 의정 활동을 적극 뒷받침해 국회가 의정 활동의 천국이 되게 한 의장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정계 은퇴 후에 국민들에게 어떠한 정치인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십니까? “국회다운 국회를 만들어 정치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정치인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특히 제 좌우명처럼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정치인, 즉 이해가 대립되는 사람들을 부드럽게 만들어 타협으로 이끌어 낸 정치인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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