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신용카드사들 간의 수수료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신용카드는 수수료 분쟁 등으로 꾸준히 수수료 인하가 시도됐다. 가맹점 수수료를 두고 정부와 업계가 대립관계를 보였지만 여전히 결론을 짓지 못한 것. 카드사들은 일단 금융당국의 의견대로 인하 방침을 갖고 있지만, 수수료 인하 폭을 두고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또 카드사뿐 아니라 정부도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담을 일부 나눠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 2007년부터 연 매출액이 9600만원 미만인 재래시장 가맹점은 1.6~1.8%로, 중소가맹점은 2.0~2.15%로 수수료율을 각각 인하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범위가 넓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시작된 체크카드 수수료도 쟁점으로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수수료 인하를 계속 요구한다면,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대출로 수익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수차례 수수료를 인하했는데 또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수료의 최대 쟁점은 단연 체크카드(직불카드) 수수료다.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은 지난 해 국감에서 체크카드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면서 인하 폭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론을 못 냈다. 현재 가맹점들이 소비자의 체크카드 사용 때 카드사에 물어야 하는 수수료율은 평균 1.85%이다. 보통 카드 사용률이 높은 주유소, 골프장 등이 1.5%로 가장 낮고 유흥·사치업은 4.5%로 가장 높다. 그러나 체크카드는 은행 계좌에서 곧바로 결제금액이 빠져나가 연체 위험이 없고 자금조달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최근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체크카드 수수료율에 대해 “명목상 1.5~1.3%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2.0%를 받는다”며 “1%대로 떨어뜨리도록 관계 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압력에 업계에선 “수수료 낮추라면 낮출 수 있지만, 부가서비스 줄어들고 외국처럼 다양한 수수료 신설할 수밖에” 실제로 해외시장을 보면 한국의 체크카드 수수료는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직불카드 수수료율은 0.15%, 벨기에·스위스는 0.2%, 영국·독일은 0.3%, 프랑스는 0.7% 수준이다.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카드 수수료율에 대해 국내 금융연구기관들이 이의를 제기할 정도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물론 여당까지 가세한 압박에 카드업계는 난감해하고 있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연회비가 없고 할부나 현금서비스 기능이 없어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이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주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무리하게 추진하면 외국처럼 다양한 수수료를 신설하고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내리는 것은 문제가 안 되는데 인하 폭을 어느 선을 잡을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카드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정부도 어느 정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수수료 인하 압력에 시달리면서 부가서비스 축소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과도한 카드 경쟁을 막기 위해 전업계 카드 부분에 대한 내부 검사를 진행 중이다. 부가서비스를 강제적으로 축소하면 수수료 인하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카드사들은 올해 은행계 카드사들의 분사가 예고되면서 당장 부가서비스 축소에 반응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축소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부가서비스 축소 방안은 좀 더 신중을 기하고 있다”면서도 “수수료 인하가 확정되고,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는 만큼 앞으로는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금융당국이 지향하는 만큼 소비자들에게 직결되는 부가서비스 마케팅은 당분간 활성화되기 힘들 것 같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맹점 수수료 때문에 더 좋은 혜택을 잃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