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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골프 칼럼]골프장에서 친구를 두 번 죽이는 농담

“야, 너는 매일 놀면서 공만 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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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1호 김맹녕⁄ 2011.05.09 14:16:37

김맹녕 골프 칼럼니스트 희망과 소망으로 시작한 2011년도 어느덧 넉 달이 지나 녹음의 계절 5월이 시작되었다. 경기 침체 이후 우리 주위에는 구조조정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필자도 어느덧 60대 중반이 되다 보니 친구 가운데 상당수가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구조조정에 희생됐다. 무척 안타깝고 허전한 일이다. 이런 친구들과 골프를 칠 때에는 말 한 마디라도 조심해야 한다. 잘못했다가는 상대방의 감정을 상할 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마저 소원해질 수 있다. “야, 너는 매일 놀면서 공만 쳤구나” “역시 백수가 되더니 스트레스 안 받아서 공이 잘 맞는구나” 등등의 말은 그나마 애교로 봐줄 수 있다. 하지만 “노는 형편에 네가 돈이 어딨어, 오늘 그린피는 내가 낼께” 등의 말은 정말 곤란하다. 명퇴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전과는 다르게 들린다. 나는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는 평소와 똑같이 대하려고 한다. 실업자라고 해서 그린피를 대신 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 당사자는 오히려 부담을 느끼고 나중에는 함께 골프치기를 꺼리게 된다. 그래서 당사자에게 어느 정도는 비용을 내게 하고 식사비도 지불하게 하는 것이 요령이다. 그렇게 하면 실업자가 된 친구는 그 비용을 지불하면서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당사자 역시 실업자가 되었다고 무시당한다는 생각을 절대로 갖지 말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영원히 직장을 다닐 수는 없다. 언젠가 무대에서 내려오면 그네들과 똑같은 신세가 된다. 이런 사실들을 떠올리면 “차라리 먼저 나온 것이 다행”이라는 위안도 받을 수 있다. 자격지심 때문에 상대의 말이 섭섭하거나 비하하는 말로 들리더라도 절대 노여워할 필요가 없다. 이런 것을 수용할 자세나 마음가짐이 되어 있지 않다면 골프를 아예 포기해야 할 것이다. 골프가 득이 아니라 해가 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이 돼서 생각하고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골프는 매너의 경기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런 것이 축적되어야 골퍼의 인격과 품위를 지켜주면서 건전한 골프 문화를 이어갈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조심하고 행동은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이것이 나이가 들수록 지켜야할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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