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닛산이 자동차 엔진 결함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물의를 빚고 있다. 새 차를 구입한 지 불과 4개월도 채 안돼 엔진 결함을 겪고 있는 고객에게 한국닛산이 명확한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대고객 서비스는 완전히 뒷전”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 닛산은 세계적으로 차를 판매하는 업체답지 않게 오래 전부터 엔진 결함 문제가 지적돼 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여 대의 닛산 자동차가 리콜됐는가 하면, 닛산 엔진을 탑재한 SM7 3.5(3500cc) 모델에서는 엔진오일 과다 소모 결함 등이 발견돼 수천 건의 엔진 교체 요구가 잇따랐다. 자동차의 생명이라고 불리는 엔진에 이상이 생기면 운전자의 불안감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당장은 경미한 결함이라고 판단할 수 있어도 고속도로 등을 달릴 때 엔진 이상이 발생하면 바로 생명과 직결되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이 외제 자동차를 선호하는 이유도 그만큼 안전하다는 신뢰 때문인데, 이러한 엔진 문제는 심각한 결함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라도 생산 과정에서 실수나 일부 자동차의 불량은 나올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새 차를 구입하는 고객들은 애프터서비스(A/S)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2003년~2007년까지 닛산 무라노 자동차의 엔진 결함으로 약 36만대가 리콜된 바 있다. 또 2004년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무라노’와 ‘X-트레일’ 차종의 점화장치 결함으로 전세계에서 자동차 13만대가 리콜됐다. 점화장치의 결함 탓에 엔진 시동 장치와 점화장치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시동이 늦게 걸리거나 아예 시동이 안 걸리는 문제가 발생한 것.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엔진을 유럽이나 일본에서 수입했다”면서 “그만큼 일본 기술력은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자동차에 불량 제로란 있을 수 없고 이 때문에 새 차를 구입한 후 1~3년 이내 보증을 해주고 일정 기간을 주행한 뒤 무료로 점검을 해주고 있다”며 “많은 고객들이 불량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고 A/S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 무시하는 허울뿐인 명차 한국닛산의 어설픈 고객 서비스는 강 모 씨의 제보로 드러났다. 강 씨는 작년 11월 거금 5500만원을 주고 닛산 무라노(엔진 배기량 3700cc)를 구입했다. 하지만 불과 4개월도 채 안 돼 엔진에 이상이 생기는가 하면, 황당한 서비스로 엔진 결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명을 담보로 차를 몰고 있는 실정이다. 강 씨는 특히 서울 종로구에서 음식점을 하는데 차의 불량보다 닛산의 서비스에 더 큰 실망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차에 대한 보상보다는 한국닛산의 한국 고객 무시를 세상에 알렸으면 좋겠다”고 그동안 답답했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강 씨의 가장 큰 불만 역시 엔진결함이다. 차를 구입한 지 4개월도 채 안 돼 실내에서 오일이 타는 냄새와 함께 배기 가스에서 과도한 매연이 나오기 시작한 것. 이후 4월 11일부터 22일까지 한 달간 총 3번의 서비스 점검을 받았지만, 되돌아 온 것은 실망과 좌절 그리고 분노뿐이었다. 11일 서비스센터에 엔진 문제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엔진오일 교체 등 기본적인 검사만 받고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점검 이후 엔진 타는 냄새는 물론 소음까지 나기 시작했다. 차량 결함이 오히려 더 심각해진 셈. 강 씨는 자체적으로 원인을 조사한 결과 엔진 숏블럭 어셈블리 2번 실린더 부문에 결함이 생긴 것을 파악했다. 이는 한국닛산 측도 이를 인정했다. 강 씨는 “점검을 받고 난 뒤 엔진 타는 냄새는 물론 엔진에서 듣기 힘든 소음이 계속 났다”면서 “고속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갑자기 엔진이 멈추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이튿날인 4월 13일 강 씨는 또 다시 서비스 점검을 받으며 해결책을 요구했지만 역시 해결책은 캄캄 무소식. 이후 같은 달 22일 세 번째 방문에서는 엔진을 무료로 교체해 주겠다는 답변만 나왔다. 강 씨는 “새 차의 경우 엔진을 교체하면 중고차 시장에서 시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탄 차의 감가상각비를 지불할 테니 새 차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구입한 지 5개월 밖에 안 돼 이런 일이 발생됐는데 내부 규정이라는 이유로 고객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더 답답한 일은 한국닛산 측의 대응. 강 씨는 “이날 서비스센터 직원으로부터 차를 받았는데 내부를 본 순간 배터리 커버가 없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마무리 세팅도 전혀 안 되어 있었다”면서 “한국 닛산 서비스센터 직원이 직접 차를 가져왔으면 당연히 점검도 끝났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 마무리 세팅도 안된 채 고객에게 차를 가져오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불친절한 서비스센터 직원이 흡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나는데 이런 식으로 고객을 우롱하는 태도를 보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면서 “결국 A/S센터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강 씨와 한국닛산의 악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강 씨는 “A/S 팀장과 통화를 하면서 불만을 제기했는데 오히려 그는 웃으면서 답변을 했다”면서 “고객은 화가 나서 전화를 했는데 웃음으로 응대하는 것은 누가 봐도 비웃음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