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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업체의 담뱃값 인상에 찬반 양론

애연가들 “고수익 외국업체들 횡포” vs 금연자들 “더 올려야 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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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2호 장슬기⁄ 2011.05.16 15:47:19

외국계 담배회사인 BAT 코리아와 JTI 코리아가 줄줄이 담배 값을 인상했다. BAT 코리아는 지난 4월 28일 던힐, 켄트, 보그 등의 담배 값을 200원 인상했고, JTI 코리아는 마일드 세븐, 살렘 등을 200원 인상해 2700원(기존 25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4년 담배 값을 500원씩 인상한 후 처음이다. 이번 담배 값 인상에 대해 업체들은 “원자재 값과 물가인상률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제조업체 차원의 인상”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KT&G와 필립모리스는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외국계 담배 회사들이 잇따라 값을 인상하면서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담배 값 인상으로 인해 흡연자, 비흡연자, 생산자 사이에서는 각기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가 상승과 더불어 물가 상승으로 담배 값마저 오르게 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흡연자들은 담배 값 인상에 대해 “122억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회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값을 올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서민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담배 값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이들은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자랑하는 회사가 수익성이 악화됐다니 그 많은 돈은 어디로 빠져나가는 것이냐”며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업체들, 국산 담뱃잎 사용하겠다는 약속 안 지키고 이익 확보에만 열 올려” 잎담배를 경작하고 있는 농민들 사이에서도 반발은 심하다. 엽연초생산협동조합 등 농민들은 외국계 담배 회사들이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고 담배 값을 올려 농민들을 힘들게 한다며 항의 집회를 갖기도 했다. 중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외국계 담배회사인 BAT코리아가 지난해 122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도 이를 모두 모회사에 배당금로 지급하는 등 국부를 유출하고 있다”며 “국내 잎담배 사용약속 불이행, 이익의 낮은 사회 환원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회피하면서 가격인상에만 나선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앙회에 따르면 BAT 코리아는 2002년 경남 사천에 제조공장을 설립하면서 국산 잎담배로 쓰기로 약속했지만 이후 국산을 단 한 잎도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매출액 대비 기부금도 적어 이번 담배 값 인상은 이율배반적 행태라는 것이 중앙회의 입장이다. 정부 역시 이들과 입장은 비슷하다. 담배를 많이 피기로 유명한 우리나라는 지난해 OECD 회원국 중 무려 42.6%의 흡연율을 보였다. 이에 정부는 국민건강 증진과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재정수입에 도움이 되는 담배 값 인상을 고려했지만 여론을 설득해 내는 데 실패해 결국 담배 세금 인상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3%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담배 가격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계 담배 업체에 “담배 값이 서민경제에 가지는 상징성이 크다”며 담배 값 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흡연자-생산자-정부 “서민 경제 힘드니 인상 자제” 비흡연자 “국내 담배 값 너무 싸…더 올려야 안 펴” 이번 담배 값 인상이 많은 이들의 반발을 사고 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비흡연자들은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싼 국내 담배 값이 오히려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10월 담배 값을 60~140엔(약 800원~1900원) 대폭 인상시켰다. 현재 일본의 ‘마일드 세븐’ 한 갑은 300엔(약 4030원)으로 우리나라보다 약 2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그에 비해 국내 담배 값은 흡연을 권장할 만큼 싼 수준이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최근 정류장, 지하철, 도로 등 공공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비흡연자들을 위한 복지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간접흡연에 대한 위험률이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어 비흡연자들은 더욱더 담배 연기를 꺼리는 실정이다. 비흡연자들은 “기존 담배 값의 8%인 200원을 올리는 것은 흡연율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고 복지를 향상시키기에는 국내 담배 값이 너무 싸다”고 밝혔다. 일본, 담배 값 인상에도 금연효과 없는 것으로 드러나 “담배 값 오르면 안 피울 것” 말하지만 실제론 금연 안 해 그러나 일각에서는 담배 값 인상이 과연 금연에 도움을 줄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 담배 값을 대폭 인상시켰는데도 불구하고 흡연자들은 담배를 끊지 않고 덜 피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성인 남성 흡연자율은 담배 값이 오르기 전보다 1% 상승했으며 여성 흡연자율도 약 0.5%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2009년 일본 당국이 담배 값을 2배 이상 인상시키면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설문에 응답했지만 실제로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 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담배 값이 8000원이 돼야 우리나라의 흡연율이 선진국 수준인 약 30%대로 급감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흡연자들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현재 담배 값이 너무 싼 수준이기 때문에 금연율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 그러나 소비자들은 “평균 시급이 5000원도 안 되는 나라에서 기본 2500원인 담배 값이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인지도 의문”이라며 “국민 건강을 위해 담배 값을 인상한다는 단순한 생각을 바꿔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기호와 표현의 자유를 고려한 적절한 대응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담배 값 인상에 대한 찬반논쟁은 한동안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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