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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열, 현대 한국화의 위대한 변신

무릉도원(武陵桃源)의 일상을 현대인들의 쉼터로 만들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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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29호 왕진오⁄ 2011.07.04 13:24:39

그는 따스한 봄날의 정취를 배경으로 담으며 바쁜 일정 속에서 즐거운 사색과 화려한 시각적 유희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 제작 중에도 즐겁고 유쾌한 마음을 항상 유지한다고 한다. 화가 왕열은 “예술 작품은 영혼에 의하여, 영혼을 위하여 창조되어야 하며, 영혼을 표현하고 영혼에 자양을 주고 영혼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오직 눈에 보이는 것에만 의존하고 정신을 게을리하는 것은 형태의 피상적인 것만 보고 그리는 것에 그치는 일이다”라며 “형태의 진정한 인식을 획득하려면 우리의 영혼의 빛으로 만물을 비추어야 하며, 보이는 사물과 보이지 않는 사물에서 발하는 빛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왕열 작품의 소재들은 풍경과 같은 부류로 이해하기 쉽지만 그것은 외연적인 것이고 내재된 의미는 새와 자연을 통하여 도시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고독과 동행 그리고 행복 등 다양한 희로애락을 담은 삶의 은유적 표현이다. 화면에 날아다니는 ‘새’는 사람을 상징화시켜 의인화한 것이며 그 배경의 자연들은 도시 풍경으로 상징화 하였다. 새는 외롭게 혼자 있기도 하고 여러 마리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함축되어 있다. 새와 말 그리고 파초는 작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실존적인 모습이자, 자유로운 여행과 조용한 침묵 속의 휴식을 즐기며 이상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다.

그는 화면에 하늘을 향해 차오르는 새들과 아득히 펼쳐진 산수에서의 감동과 안락함을 느끼고 그 안에 담긴 봄과 같이 따듯한 인간애를 느끼는 자연과 산수를 묘사 했다. 정신과 사유를 통한 산수화의 전형 구현 형태나 조형성에 앞서 정신과 사유를 우선에 두고 있는 그의 작품에는 아득히 멀리 신 무릉도원의 자연과 이를 관조하는 자아, 그리고 관람객의 관계적 설정을, 옛 문인들이 그리던 산수화의 전형적인 심상으로 담아내었다. 또한, 인간의 삶이 내재하고 있는 곤궁과 실존적 고통들을 직시하는 한편, 이를 낙관적 자세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까지도 화면 속으로 들여놓았다.

“붉은색에 대한 저의 인상은 이미 어릴 적부터 강하게 이끌렸어요. 더군다나 수묵화를 하면서 먹색과 매우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듯 하여 자주 사용하였지요.” 사실상 동양에서 적색에 대한 해석은 극단과 극단이다. 우선 수묵화와 적색은 그리 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 더군다나 수묵화가 발생하게 되는 배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득의망상(得意忘象)’ 등의 화론적 의미에서도 색채는 배제되어 사용되지만 극히 부분적인 의미일 뿐이었다. 다른 하나는 오방색의 개념이다. 특히 민화나 무속화 등에서는 ‘벽사(辟邪)’의 의미로 여겨지면서 악귀를 물리치는 대표적인 색으로 사용되어 왔다. 왕열의 접근은 기존의 수묵화나 오방색의 정론적인 해석과 의견을 달리한다. 산수화와 민화, 무속화의 경계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으며, 포괄적이면서도 왕열식 적색필터를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적색은 어떤 의미일까, 그의 작업에 사용된 적색들은 굳이 ‘벽사’의 해석이나, 방위개념을 지니고 있는 전통적인 색채관을 직접적으로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대신 수묵과의 대비를 통해서 강렬한 에너지의 발산을 유도하였듯이 적색의 필터를 통한 강렬한 생동감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으며, ‘무릉도원’이라는 주제 설정 자체를 적색의 자연, 프리즘으로 바라보고 싶다는 독특한 작가 개인의 발상이 숨어 있는 것이다.

작가 왕열의 독자적인 해석으로 만들어낸 ‘신 무릉도원’은 적색의 과다노출, 동시다발적 화면 등장 등으로 발생되는 색채 신경의 무력화 위험과 함께 ‘무릉도원’의 해석을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풍경으로 제한된 통념의 일탈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이와 같은 실험들은 최근 작업과정으로 볼 때 왕열 만의 색채, 접근 방식을 구축하는 데 분명 한 단계 진전된 방법론을 제시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내포한다. 현대 한국화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시기지만, 그의 이와 같은 ‘낯설게 하기’의 방법론들은 위험성을 수반하면서도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해 가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주목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가 분명한 것이다.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왕열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하였으며 KIAF, 인사아트센터, 영은 미술관, 예술의 전당 등에서 38회의 개인전을 펼치고 있는 현대 한국화의 중견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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