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9호 박현준⁄ 2011.07.04 13:29:29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대한성학회 초대회장 몇몇 TV 사극에서 의녀가 처음 궁녀가 돼 들어가는 여인들의 팔목에 앵무새 생피를 발라 처녀성을 검사하는 장면이 있었다. 피가 잘 묻으면 처녀, 겉돌고 잘 묻지 않으면 처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민가에서는 첫날밤 성관계 때 흰 천에 피가 묻도록 했다가 빨랫줄 한 편에 널어 집안 어른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아랍의 일부지역에서는 남편이 손가락에 흰 헝겊을 싸고 질 안에 넣어보아 피가 묻어나오면 아내를 믿었고,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선을 볼 때 색시를 거울 위에 세워 놓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남성이 여성을 벗기고 그 곳에 강한 입김을 불어본 다음 바람이 바깥으로 새어 나오면 처녀라고 여기기도 했다. 처녀막에 부딪혀 바람이 질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본에서는 화로 위에 여성을 걸터앉게 하고 재채기를 하게 한 뒤 질구로부터 나오는 바람에 의해 화로 속의 재가 날아가면 처녀가 아니라고도 했다.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여성의 소변을 검사해 침전물이 많이 생기면 처녀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18세기 독일에서는 목둘레가 굵으면 처녀가 아니라고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1세기 들어, 그것도 미국에서 여성의 성기 근처에 갖다 대었을 때 들어오는 불빛으로 처녀를 감별할 수 있다는 '퓨어-오-미터(Pure-O-Meter)'란 초음파기계가 등장한 것이다. 초록색 불이 들어오면 처녀, 빨간색 불이 들어오면 처녀가 아니라고 한다. 그 정확성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물론 신빙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하지만 고대 희랍이나 로마에서는 처녀막이 별 문제가 아니었다. 히포크라테스의 이원론에서 보듯이 인간이 영혼과 육신의 다른 두 개가 합쳐서 된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처녀성이 중요해진 것은 그리스도교가 들어 온 이후의 이야기다. 16세기 산파들이 처녀 판정을 하고 있을 때 빠레라는 프랑스 의사는 3살부터 12살 사이의 많은 여아들을 진찰해보고, “처녀성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18세기의 부폰이란 의사도 “처녀막이란 원래부터 없는데, 남자들이 자신의 소유권과 미치광이 같은 처녀성에 대한 집착 때문에 도덕을 육체로 변환시켜 만들어 낸 허구”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처녀막이 아니, 처녀가 무엇이기에 동서고금 가리지 않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인가? 2차대전 후 소위 처녀막재생수술로 큰돈을 벌었던 일본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70년대부터는 손님이 없어서 전공을 바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아직도 처녀막 때문에 해묵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어 유감이다. 필자는 평생을 산부인과 의사로 지내오며 수많은 여성들을 진찰했었는데, 솔직히 출산경험이 없는 여성에서 처녀와 비 처녀를 자신 있게 구분할 수 없음을 고백한다. 게다가 숫처녀라도 첫 경험 때 피 안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고, 처녀막 복원술로 속이기도 하고 때로는 인공혈액을 임시로 붙이는 경우도 있으므로 아마추어들이 이를 감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헛수고임을 말해둔다. 성관계 때 반응하는 태도 또한 얼마든지 상대를 속일 수 있는 것이므로 아무 소용이 없다. 처녀막은 태아 때 발생과정에서 남은 작은 흔적기관으로 이름처럼 막도 아니고 질 입구 주변에 붙어 있는 일종의 섬유조직일 뿐이다. 아무 기능도 없을 뿐더러 크기, 모양, 강도 등이 여자마다 다 다름은 물론이다. 이런 처녀막은 주로 물리적인 자극 때문에 부분적으로 째어지는데 주로 첫 성교 때나 자위, 심한 운동 등 어떤 힘이 작용될 때 일어난다. 따라서 처녀막이 손상된다는 것이 처녀성이나 금욕주의를 중시하는 사람들 또는 그런 사회에서는 혹시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의학적으로는 전혀 의미가 없음은 물론이다. 격렬한 운동 등으로 처녀막 손상될 수도 있어 처녀막은 처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아냐 육체 뿐 아니라 영혼의 소통이 중요 여자들은 질 안에 넣는 개짐을 쓰기도 하고, 가려워서 씻느라고, 또는 자위의 일환으로 손이며 기구 같은 것을 넣기도 한다. 또 어렸을 때 아무 것도 모르고 콩이며 작은 물체를 넣는 경우도 있고, 해변 가에 앉았다가 모래나 작은 돌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벌레 같은 동물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산부인과에 가면 의사가 손으로 진찰도 하고 질 안에 기구를 넣기도 한다. 물론 이런 경우들은 누구도 마음에 두지 않는다. 하지만 성교에 의한 손상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이는 두 말 할 것 없이 삽입이라는 물리적 현상보다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동기, 그러니까 그 여인의 그 때의 마음, 즉 사랑의 방향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초점이 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지 삽입 자체는 아니지 않겠는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가정이 파괴되는 현실을 보면서, 필자는 그 가정 파괴범은 강간범이 아니라 이를 용납하지 못하는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많이 성이 개방되고 있어 혼전 성관계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다. 최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내용들을 보면 남학생들의 반 이상이 미래 배우자의 처녀성에 대해 관대한 답변을 주고 있다. 이미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보고 싶다. 성은 단순한 육체적인 관계만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 태도, 믿음, 인간성, 영혼 등 모두의 소통이므로 이들 하나하나를 한번 깊이 생각해 보면 처녀막 따위는 그렇게 중요하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본체인 영혼이 인간성을 갖고 몸속에 살고 있는 것’이므로 몸의 한 작은 부분인 처녀막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이 있다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 주고 싶다. "내 몸은 '나'가 아니라 '내 것'일 뿐이다. 육체란 그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으로 만일 마음을 바꾸고 새 사람이 되면 곧 새집으로 바뀌게 된다. 내가 타고 다니는 자가용 같은 거라고 생각해도 좋다. 좀 더 차원을 높여 참 삶의 목적도, 내용도 생각해 보고, 과거가 중요한지 미래가 중요한지도 생각해 보고 '이 넓은 우주 속에서 내가 갖는 의미'도 생각해 보라." 그래도 걱정이 되는 여성들이 있을지 몰라 이야기하지만 첫날밤에 피가 나왔다고 해서 꼭 남편이 보는 것도, 보여줘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혹시 남자가 묻더라도 ‘내가 알아서 잘 치웠다고’ ‘그걸 어떻게 보여주느냐고’하면 되고, 그래도 따지면 화를 내면 된다. 아직도 못 깨닫겠다는 미혼 남성에게 가상의 질문을 하나 해 본다. “당신이 만일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일이나 공부를 하다가 그곳 현지 여성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려 한다면 그때도 그녀의 처녀막 따위에 관심을 갖고 또 그것이 결혼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아마 대부분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비겁하게 우리나라 여성들에게만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 아닐까? 또 요즈음 여자들이 삽입은 안 하거나 못하고 남자친구와 성기를 대기만 하는 경우도 매우 많은데, 이 경우는 처녀막이 성하니까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가? 남자들이여! 첫날 밤, 신부의 처녀막이 없다고 주장할 근거는 어차피 거의 없다. 그저 술 한두 잔 마시고 상대의 영혼과 대화한다는 생각으로 마주하는 것이 좋다. 혹시 이상하더라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게, 그게 진정한 남자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