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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말 만드는 지식인, 앞 내다보는 지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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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30호 최영태⁄ 2011.07.13 23:40:56

연예인 노홍철의 얼굴이 ‘부자 관상’이라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 화제가 된 모양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한 젊은이는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치며 “나도 비슷한 관상인데 딱 한 군데, 귀가 아니네”라며 실망한다. 하품 나온다. 이미 부자가 된 스타의 관상을 뜯어보며 “부자가 될 게 분명한 상”이라고 주억거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게 바로 전형적인 ‘뒤돌아보며 말 만들기’다. 이미 일어난 일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일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거의 의미가 없다. 이런 저런 요인을 갖다 붙이면서 만들 수 있는 이야기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며, ‘아줌마 수다’가 바로 이런 거다. 정말로 책임있는 예언가라면, 노홍철이 무명일 때 그의 얼굴을 보고 “분명 부자가 될 상”이라고 예언하며 “내 예언이 맞지 않으면 책임을 지겠다”며 판돈을 걸었어야 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도 마찬가지다. 노스트라다무스를 아무리 종이가 뚫어질 정도로 읽어도 미래 일을 단 한 가지도 예언할 수 없다. 그러나 일단 일이 터지면 사태는 달라진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이미’ 예언했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한국 TV의 9시 뉴스에도 나온다. 이런 식이다. 뉴욕의 쌍둥이 무역센터 빌딩이 9.11 테러로 무너지자 바로 “노스트라다무스에 ‘너무도 작은 것이 거대한 것에 피해를 안기리라. 뾰족한 탑이 무너지리라’는 예언이 있다”며 놀라는 식이다. 노홍철 관상이든,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이든, 그저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심각한 것은 사회과학이나 정치분석, 경제분석 등도 거의 예외없이 이런 실수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거짓 이야기들은 혹세무민의 수단으로 쓰인다. 이미 로마 시대에 나온 얘기라지만 한 번 더 들어보자. 한 남자가 간증을 한다. 항해 중 폭풍을 만나 죽을 처지가 됐지만 진심으로 기도했더니 하나님이 살려 줬다는 간증이다. 청중도 눈물을 흘리며 듣는다. 그런데 이 감동에 찬물을 끼얹은 현자가 있었다. “기도를 했는데도 죽은 사람은 없느냐?”는 질문이었다. 기도를 했어도 죽은 사람은 죽었기에 말이 없다. 똑같이 행동했지만 살아난 사람은 말이 많다. 현자는 말한다. “기도를 안 해서 죽은 사람, 기도를 했지만 죽은 사람 등 모든 케이스를 내 앞에 내놓고 ‘기도한 사람만 살아났다’는 팩트를 증명하기 전까지는 당신의 간증은 지어낸 말에 불과하다”고. 이런 게 바로 지식인의 태도다. 지식과 지혜를 구분하는 멋진 말이 있다. 지식은 많이 아는 것이고, 지혜는 멀리 보는 것이란 해석이다. 많이 아는 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한 치라도 앞을 내다보는 것이다. 쉽게 남북한 관계로 말하자면, 남북한에 대해 여러 사항을 자세히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앞을 내다보고 위기를 관리하는 자세라는 것이다. 당신이 진정으로 머리를 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뒤돌아보며 말 만들기를 그쳐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한 치라도 앞을 더 멀리 내다보는 일에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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