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나고 서울 강남 코엑스 아트홀을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에 하나같이 웃음이 가득하다. 그럴 만도 하다. 70대 노인과 20대 여성의 사랑 그리고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왁자지껄한 사건들과 가족애를 그린 연극 ‘너와 함께라면’을 보며 관객과 함께 배꼽을 잡고 웃었다. 연극 ‘너와 함께라면’은 연극열전의 여섯 번째 작품으로 지난해 7월 초연 시 관객의 많은 호응에 힘입어 개그맨 김진수 등 새로운 배우들을 영입해 올해 연말까지 공연 연장을 확정했다. 김진수를 비롯해 이주원, 손희승, 차용학 등 다양한 개성을 지닌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그 중 특히 눈을 사로잡는 이가 있으니 바로 70대 노인과 사랑에 빠진 큰딸 아유미를 짝사랑하는 종업원 와다 역을 맡은 배우 ‘김늘메’이다. 그의 익살스런 표정과 몸짓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리기 일쑤였다. 김늘메는 SBS 개그프로그램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나만 봐~”라는 깜찍한 애교를 섞은 유행어로 알려진 바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김늘메’라 하면 코미디언이라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이제 ‘코미디언’이 아닌 ‘배우’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드라마,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 출연하며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배우 김늘메를 만나봤다. - 오랜만인 것 같아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웃찾사’가 끝나고 나서 드라마 ‘시티홀’, ‘유리의 성’, 뮤지컬 ‘비애로’, 연극 ‘오월엔 결혼할꺼야’ 등에 출연했어요. 그 외에 시간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편히 지냈죠. 하하. - ‘웃찾사’를 통해 얼굴을 알렸고, 데뷔도 1999년 SBS ‘코미디살리기’에서 했는데 지금 배우의 길을 걷고 있어요. 원래 꿈은 개그맨이었나요? 배우였나요? 서울예술대학을 다닐 당시 송은이, 이휘재 선배 등과 개그 동아리를 함께 했었어요. 그 연이 닿아 개그부터 시작하게 됐죠. 원래는 개그도 연기도 다 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웃찾사’에서 제 개그를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주셔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 개그맨이라는 이미지가 정극 연기를 할 때 어려움을 주기도 할 것 같은데요. 연기를 보시는 분들이 ‘개그맨’으로서의 김늘메에게 기대하는 점이 커요. 똑같은 연기를 하더라도 제가 더 웃겨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죠. 그게 부담이 될 때가 있어요. 그런 것들을 모두 커버해줄 수 있는 것이 작품의 질인 것 같아요. 좋은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 드리면서 사람들이 ‘김늘메가 좋은 연기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어요. - 웃찾사 시즌2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다시 개그계에 복귀할 생각은 없나요? 개그와 관련된 질문은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공개 코미디는 이제 할 생각이 없어요. 그렇다고 개그에 애정이 떨어진 것은 아니고요. 공개 코미디는 수요가 많아요. 후배들도 많고요. 개그를 정말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그 자리를 넘겨줘야 할 것 같아요. 개그 코너를 같이 하자는 제의도 받긴 했었는데 지금은 연기에 열중하며 사람 냄새나는 정겨운 연극을 하고 싶어요. 개그맨으로서 웃음을 많이 드렸다면 이제 배우로서는 짠한 감동을 드리고 싶네요. - 연극 ‘너와 함께라면’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연극열전과 함께 작품 ‘오월엔 결혼할꺼야’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대표님도 귀엽게 봐주시고, 연극열전 팀이 저를 와다 역에 추천해주셔서 참여하게 됐어요. 제가 인간관계가 좋거든요. 저와 달리 김진수 씨는 오히려 본인이 참여하고 싶다고 직접 연락하셨죠. 하하. 농담이고요. 너무 영광이었어요. - 개그맨 선배 김진수 씨도 함께 출연해서 화제인데요. 김진수 씨는 제 학교 선배에요. 학교를 같이 다녔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불편한 점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 연극 ‘너와 함께라면’에서 만나서 친해졌지요. 김진수 씨는 아유미의 아버지 역을 맡고 계신데 정말로 딸에 대한 애정과 가족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오는 아버지의 역할을 잘 소화하고 계신 것 같아요.
- 종업원 와다 역에 더블 캐스팅된 김민혁 씨와 달리 자신만이 가진 와다의 매력이 뭔가요? 와다는 진심으로 아유미를 사랑하지만 들키지 않으려는 순수함 그리고 아유미의 애인을 봤을 때 감출 수 없는 질투와 증오, 그러면서도 아유미를 보내줄 수 있는 진실성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개그맨이었기 때문에 무대에 서면 웃음에 욕심이 생길 때가 있지만 그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와다 역을 잘 표현할 수 없더군요. 처음에는 편한 마음으로 얕잡아(?) 본 적도 있었는데 진실한 마음으로 제 역할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와다의 새로운 점을 찾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해요. 앞으로 변해갈 와다의 모습 기대해주세요. - 만약 자신의 딸이 연극 ‘너와 함께라면’과 같이 70대 사위를 데려온다면? 딸의 머리를 다 밀어야죠(일동 폭소). 연극이니까 가능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연극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70대 노인과 20대 여성의 사랑이라기보다는 그를 둘러싼 가족들이 보여주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반대로 자신이 70대가 됐는데 20대 여성이 대시 한다면요? 그건 순수하고, 고결하며, 맑고, 아름다운 사랑인 것 같습니다(일동 폭소). - 무대 징크스가 있다면요? 초반에 잘 안 풀리면 끝까지 잘 안 풀려요. 또 객석에 친한 사람이 오면 연기가 잘 안되더군요. 한 번은 아버지가 오셨는데 제일 밝은 객석에 앉아 계셔서 너무 잘 보여서 집중이 안 되는 거에요. 아직 제가 미숙한 탓이겠죠? 하하. - 앞으로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나요? 거창하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멋있는 역할은 시켜주시지도 않지만요. 흑. 아니면 정말 지구 끝까지 완전 악한 역할 등 다양한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 앞으로의 계획과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열심히 살고 싶어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하고 ‘좋은’ 감정을 나눠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팬이 없습니다. 팬이 돼주세요(일동 폭소). 공연을 오러 보셨을 때 무대에 발을 올리거나 코를 크게 푸시거나 간혹 배우와 대화를 하려는 분들이 계신데,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관람하실 때 배우 분들을 사랑해주세요. 무대에서는 관객들의 애정이 느껴지거든요. 받는 사랑만큼 더 큰 행복과 웃음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현재는 연극 ‘너와 함께라면’에 집중하고 싶고요. ‘너와 함께라면’에는 ‘가족애’와 ‘배려’ 그리고 ‘용서’가 있습니다. 1시간 40분 동안 행복과 웃음,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함께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