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LTE요금제가 출시되면서 4세대 이동통신망인 LTE 시대가 활짝 열렸다. 업계에서 예상됐던 대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빠졌다. 기존 스마트폰 요금제와 같이 음성과 문자, 데이터를 묶은 7종의 요금제를 선보였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빠지자, SK텔레콤은 데이터 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에 2종의 안심책을 내놨다. LTE의 빠른 속도를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의 영상통화와 더불어 그간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취약하다는 평을 받았던 클라우드 서비스도 공개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선보인 요금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가 킬러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데이터 용량 때문에 말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LTE를 수도권에서밖에 사용할 수 없어 내년이나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늦어진 방통위의 인가 LTE요금제는 원래 지난달 15일 출시되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아이폰이 시장에 나오기 전 9월 중순 LTE폰이 사용자들에게 먼저 풀려 한판 승부가 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15일로 알려졌던 방통위의 SK텔레콤 LTE요금제 인가는 21일로 늦춰졌다. SK텔레콤은 2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LTE요금제 출시를 공식화할 계획을 세우고 기자들을 상대로 초청장을 배포했지만 20일 저녁 갑자기 기자간담회가 취소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방통위 인가의 지연이 무제한 요금제 폐지에 대한 고민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무제한 데이터는 3G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문제인데, LTE 요금 인가를 위해 약 한 달 만에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통위의 인가 지연으로 인해 지난달 20일 대만의 휴대폰 제조사 HTC가 만든 ‘레이더4G’도 요금제가 빠진 채 공개됐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지난달 선보인 ‘갤럭시S2 LTE’와 ‘갤럭시S2 HD LTE’의 정확한 출시일정을 공개하지 못했다. 통신사인 LG유플러스의 경우는 지난달 SK텔레콤과 방통위의 눈치만 봐야했던 상황에 놓인 바 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에서 시장주도적 업체다. SK텔레콤의 경우 요금제를 신설했을 때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자인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신청만 하면 되는 사업자다. 방통위가 SK텔레콤 요금제를 인가하는 이유는 시장주도적 사업자의 요금제를 조절해 KT와 LG유플러스 등이 SK텔레콤의 요금제와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하게끔 유도하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함께 LTE를 상용화한 LG유플러스가 먼저 LTE 요금제를 출시하게 될 경우 인가 제도가 무의미하게 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요금 인가의 지연과 단말기 수급 등의 문제로 지난달 26일로 예정됐던 ‘옵티머스 LTE’의 예약판매는 이달 초로 연기됐다”며 “SK텔레콤보다 LG유플러스가 요금제를 출시하게 되면 요금제 인가에 대한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상황이 돼 요금제 출시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 SK텔레콤 장동현 마케팅부문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가진 LTE 요금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하게 된 것은 소수 헤비 유저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동현 부문장은 “LTE요금제를 선보일 때 다수의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기존 3G망에서는 무제한으로 대중화를 선도했지만 일부 고객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상당했다”며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의 이유를 들었다. SK텔레콤 측에 따르면 3G 망에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월 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1.1GB 수준이다. 하지만 상위 1%의 헤비유저들의 데이터 사용량은 23%에 달하고 상위 10% 유저들은 72%까지 달한다. 장 부문장은 “고객의 데이터 사용 패턴 자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실제로는 1.1GB 이하로 쓰는 사람들이 많다”며 “3G 사용패턴을 봤을 때 LTE 62(월정액 6만2000원)요금제까지 3G 고객들의 95%를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무제한 요금제를 제공하지 않는 기존 올인원 5만4000원 미만 고객은 LTE 요금제가 3G 대비 저렴하고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의 80%가 3G 요금제 대비 유사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기존 스마트폰 요금제 3만4000원, 4만4000원 요금제와 LTE 34(월정액 3만4000원), LTE 42(월정액 4만2000원) 요금제를 비교할 경우 월정액 혜택을 감안해 LTE 34요금제는 4260원, LTE 42요금제는 5840원 저렴하다.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존 스마트폰 5만4000원 요금제와 LTE 52(월정액 5만2000원)를 비교할 경우 기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1.1GB로 계산해볼 때 1600원 정도 저렴하다는 것이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장 부문장은 “요금 설계에서 가장 고민한 것은 LTE요금제를 가입해서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고품질의 서비스를 어떻게 느끼는 것인지와 더불어 요금 부담을 얼마나 느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며 “3G에서 제공했던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고객 그룹을 나눠 설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LTE 요금제에서 무제한 데이터가 제외된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본격적인 데이터 시대를 여는 LTE 서비스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LTE에서는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 고화질 동영상 등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가 많아지기 때문에 가입자들은 3G 때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결국 데이터 용량 부족을 호소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또 SK텔레콤은 데이터 용량 소진 이후엔 웹서핑 정도의 데이터 사용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LTE 안심 옵션’을 내놓았지만, 데이터 속도가 400KB 이하로 3G보다 낮기 때문에 ‘LTE에 어울리지 않는 생색내기’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 때문에 9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는 LTE요금제가 동영상 서비스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3G망 사용패턴에 맞춰 설계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3G 기준으로 책정했는데 콘텐츠가 달라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장 부문장은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이 상당히 다르지만 3G 사용자의 90% 수준으로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 이용량을 제한한 LTE 요금제가 정착하는지 살펴보려면 앞으로 LTE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세와 LTE 생태계 발전상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4만4000원 요금제 이하, LTE가 더 싸 SK텔레콤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폐지하는 대신 요금제를 세분화시켜 다양한 사용자의 패턴에 맞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SK텔레콤의 요금제를 살펴보면 월정액 3만4000원에 음성 120분, 문자200건, 350M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LTE 34 요금제부터 월정액 10만원에 음성통화 1050분, 문자 1050건, 데이터는 10GB를 제공하는 LTE 100요금제까지 총 7종의 요금제를 마련했다.
LTE 34 요금제의 경우 올해 12월 출시될 예정이며 LTE 52 이상의 경우 요금제 별로 180MB ~ 750MB 한도 내에서 모바일 무선 인터넷 전화(mVoIP)를 이용할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약 10시간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데이터 제공량만 살펴보면 ▲3만4000원에 350MB ▲4만2000원 700MB ▲5만2000원 1.2GB ▲6만2000원 3GB ▲7만2000원 5GB ▲8만5000원 7GB ▲10만원에 10GB를 제공한다. 데이터 무제한을 제공하지 않았던 4만5000원 이하 요금제에서는 데이터 사용량이 각각 150MB, 200MB가 늘어났다. 무제한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들로서는 데이터 제공양이 늘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5만4000원 요금제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폐지로 인해 데이터 사용양이 대폭 줄었다. SK텔레콤 측에 따르면 무제한 데이터 사용자 평균 1.1GB를 사용하기 때문에 LTE 52요금제의 데이터를 1.2GB로 책정했다. 하지만 LTE의 장점이 빠른 속도에 따른 동영상 서비스, 네트워크 게임 등인 점을 고려하면 3G 무제한 이용자의 평균 사용량인 1.1GB보다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 요금 폭탄 막는 ‘계단식 요금할인’ SK텔레콤은 ‘데이터 요금 폭탄’에 대한 우려 탓에 데이터 ‘LTE 안심옵션’과 ‘LTE 데이터 요금 계단식 할인’ 제도도 도입했다. ‘LTE 안심옵션’은 LTE요금제에 추가로 월정액 9000원으로 LTE요금제의 데이터를 초과해서 사용하더라도 400Kbps로 제한된 속도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동영상 서비스나 그림, 사진 파일이 많은 사이트 외에 인터넷서핑, 이메일 정도가 가능하다. 안심옵션의 경우 현재 LTE망을 활용할 수 있는 서울지역 외에도 전 지역에서 3G망을 활용해 400Kbps로 한정된 속도의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다. ‘LTE 데이터 요금 계단식 할인’은 LTE요금제가 제공하는 데이터양을 초과해서 사용할 경우 사용한 데이터량의 구간을 지정, 정액요금과 종량 요금을 병행해 최대 83%까지 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LTE 62 요금제에 가입한 사용자가 데이터 3GB 이상을 사용할 경우 254MB 미만까지는 쓴 만큼 0,5KB 당 0.025원을 부과하지만 254MB이상 사용하면 정액으로 전환돼 1만3000원만 더 내면 700MB까지 더 사용할 수 있다. 초과 사용량 5GB까지 종량과 정액제를 오가는 계단식의 요금과금이 이뤄진다. SK텔레콤 측에 따르면 LTE 62 요금제 사용 시 초과 사용량이 700MB인 경우 할인 전 초과요금은 3만5840원에 이르지만 계단식 할인 요금을 적용할 경우 1만3000원으로 64% 할인되며 1.5GB 초과 사용 시 할인 전 7만8643원던 요금은 1만8000원으로 77% 할인된다.
SK텔레콤은 “LTE요금제는 기본적으로 3G 요금제와 동일한 요율 기준으로 설계했다”며 “다수의 고객들이 안정적으로 LTE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도형으로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고객들의 이용패턴을 고려, 이용 부담을 덜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추진된 모듈형 요금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SK텔레콤 장동현 마케팅부문장은 발표한 LTE요금제가 인하안에서 나왔던 모듈형 요금제가 아닌 패키지 요금제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발표한 것은 기본적인 요금제”라며 “사용패턴과 요구 등이 검증이 안 된 부분이 있다. 고객의 사용패턴을 확인하면서 모듈형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TE폰 과연 손안의 영화관 될까? LTE는 이론상 3G보다 다운로드는 5배, 업로드는 7배 빠르다. 때문에 고화질의 영상을 스트리밍으로 감상하는 데 무리가 없으며 고화질의 영화를 다운받는데도 불과 3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LTE가 동영상 서비스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LTE폰에 4.5인치 이상의 대화면에 고품질·고화질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손안의 영화관을 강조하고 있다. HTC는 고화질 동영상을 판매·대여하는 콘텐츠 마켓 ‘HTC 와치(watch)’까지 공개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또한 동영상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며 LTE의 킬러콘텐츠로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LTE 요금제를 보면 LTE 스마트폰을 ‘손안의 HD 영화관’으로 활용하는 것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이날 공개된 SK텔레콤의 ‘LTE 62’ 요금제는 기본료 6만2000원에 음성통화 350분과 문자메시지 350건이 제공되지만 데이터사용량은 월 3GB로 제한된다. HQ급 동영상이 약 800MB인 점을 고려하면 4편 정도 받으면 월 데이터 사용량을 초과하게 된다. 기존 3G 요금제인 ‘올인원64’가 기본료는 6만4000원으로 비슷하지만 음성통화 400분과 문자메시지 400건을 제공하고 데이터는 무제한인 것과 비교해 볼 때 상당한 가격 차이가 있다. LTE 망이 아직 전국적으로 깔리지 않아 서울 등의 수도권 지역에서 밖에 활용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LTE가 지원되지 않는 지역에서 LTE 스마트폰은 3G를 이용할 수 밖에 없어 빠른 LTE의 장점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LTE와 3G를 전환해야 하는 지역에서 통화가 끊기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출시되는 LTE폰은 LTE와 3G를 동시에 지원하기 위해 듀얼 칩을 사용하는데 이들 사이를 전환할 때 통화가 끊길 수 있고, LTE와 3G 망을 전환할 때도 와이파이 지역을 벗어날 때처럼 통신이 끊어질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