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정부 지원예산 삭감을 두고 무소속 강용석 의원과 민주당 조경태 의원 사이에 막말이 오가는 설전이 벌어졌다. 이 설전은 지경위가 8일 안철수연구소에 배정된 정부 출연예산 14억 원을 삭감했다가 비난에 부딪히자 다시 재심하기로 한 데서 비롯됐다. 예산 삭감은 강 의원이 “안철수연구소의 기술력이 충분치 않고 연도별 예산집행률도 저조하다”며 삭감을 강하게 요구해 이뤄졌다. 그러나 조 의원 등이 “마치 특정한 인물을 탄압하는 것처럼 비치면 안 된다”고 민주당 소속인 김영환 지경위원장에게 이 문제의 재검토를 요구했고, 김 위원장은 “특정 회사, 특정인에 대한 예산 삭감으로 비쳐 오해를 사면 안 된다”며 이 문제를 다음날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강 의원이 “민주당이 언제부터 안철수에게 접수됐는지 의심스럽다”며 강하게 항의했고, 김 위원장은 “언제 민주당이 안 원장에게 접수됐다는 말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지경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삭감된 예산이 안철수연구소 예산이 아니라 1427억 원이 배정된 ‘소트프웨어·컴퓨팅산업 원천기술개발’ 사업 중 14억 원이었다는 식으로 바로잡았지만 이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한 설명을 한 직후 강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자 조 의원은 “하세요, 하세요”라고 말했고, 이에 강 의원은 “야! 조경태, 당신이 위원장이야?”라고 소리쳤다. 이에 조 의원은 “젊은 친구가 싸가지가 없네”라고 받아친 뒤 “(내가) 부산에서 지방대 나왔지만 참 거시기하다”라며 하버드대 출신인 강 의원을 꼬집었고, 강 의원은 “어느 대학 나왔는데, 뭐 하자는 거야”라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조 의원은 “제가 입이 좀 거칠어서, 조심 하세요”라고 했고 강 의원은 “누군 안 거친 줄 알아”라고 받아쳤다. 조 의원이 “아이고, 인간아. 그냥 집에 가”라고 하자 강 의원도 “너나 집에 가. 국회의원이 트위터에 쫄아가지고 창피하지도 않아”라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체회의 전 소회의실에서 여야 의원들이 비공개로 의견을 조율하던 과정에서도 두 의원이 “이 새끼” “저 새끼”라는 욕설을 주고받는 고성과 책상 넘어지는 소리가 문밖까지 들려, 결국 몸싸움까지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강 의원은 11월 10일 ‘대학생 성희롱 발언 파문’과 관련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원심대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전날 ‘막말 사태’에 이어 ‘성희롱 판결’까지 2관왕을 차지했다. 강 의원은 지난해 대학생 토론 동아리와의 저녁 자리에서 ‘아나운서는 모든 것을 다 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아나운서의 명예를 훼손하고 이를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라며 무고한 혐의 등으로 같은 해 9월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강 의원은 전날 기세등등하게 싸우던 모습과는 달리 이날 선고 직후 굳은 표정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게 정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인가. 그의 뒷모습에서 요즘 정치인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