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광들은 좋은 코스가 있다면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가 라운드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호놀룰루가 속해 있는 오아후 섬 전체에서 최고의 명 코스로 자리매김 한 터틀베이 리조트 내 아놀드 파머 코스로 달려갔다. 오아후 섬 최북단의 럭셔리 터틀 베이 리조트는 세계적인 서핑 명소인 노스 쇼어 카후쿠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이 리조트 내에는 두 개의 골프 코스가 있는데 하나는 1992년 아놀드 파머가 설계해 오픈한 ‘The Links at Kuilima’이고, 다른 하나는 1972년 조지 화지오가 디자인한 ‘Turtle Bay Country Club(9홀)’이다. 전자는 일명 아놀드 파머 코스라고 불리는데 18홀에 파 72(6582야드)다. 이곳은 SBS LPGA대회가 개최된 유명 코스로서 하와이 방문 골퍼들이 꼭 플레이해보고 싶어하는 코스 중 하나다. 이 코스는 바람골에 위치하고 있어 오전에는 비교적 잠잠하나 오후가 되면 무역풍 바람이 강하게 불어 공이 하늘에서 춤을 춘다. 바람에 숙달이 안 된 골퍼들은 이곳에서 라운드를 하다보면 앞바람과 뒷바람-옆바람에 따른 거리계산이 어려워 타거리가 짧았다 길었다를 반복한다. 그린에서도 바람의 영향으로 퍼팅 시 공의 굴러감이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아놀드 파머 코스의 전반 나인 홀은 전체적으로 코스 자체가 넓고 평탄해 마음 놓고 드라이브 샷을 구사할 수 있어 좋다. 후반 나인 홀은 울창한 나무숲과 연못으로 만들어져 있어 전략적인 샷을 요구한다.
아놀드 파머의 코스 설계는 전반적으로 페어웨이가 좁고 강한 무역풍이 부는 가운데 코스 곳곳에 워터해저드와 벙커 등을 산재시켰고, 게다가 그린도 경사가 빠르다. 경험 많은 상급자들에게 추천되는 코스인 이유다. 아놀드 파머 코스의 가장 아름다운 코스는 17번 홀이다. 그린이 바다와 불과 30m 거리에 접해 있어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샷과 퍼트를 할 수 있어 환상적이다. 페어웨이에는 10개의 붉은 모래 벙커가 터널식으로 깔려 있다. 이를 극복하고 그린에 다다르면 망망대해의 태평양이 골퍼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 골프를 멈추면 해변 은색 모래로 돌진하는 하얀 파도와 코발트색 하늘, 청녹색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가슴을 열고 깊은 숨을 들이키면 세상에서 찌든 모든 스트레스가 일시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다. 골퍼들은 이 홀에서 주변 풍광과 파도치는 소리에 취해 그린을 떠날 줄 모른다. 이 홀은 사람이 만든 홀이 아니고 신이 만든 코스라 할 정도로 해안을 끼고도는 경치가 아름답다. 골퍼들이 이 홀을 보기 위해 여기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18홀을 마치고 나면 골퍼들은 허망해진다. 신이 만든 아름다운 코스에서 라운드를 마치고 인간의 세계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뭔가 아쉽고 좀 더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위치는 호놀룰루 공항에서 45분 정도 걸리며, 시내에서는 자동차로 1시간 20분 정도 거리다. - 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겸 골프전문인협회 수석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