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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국익’을 아직도 믿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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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8호 최영태⁄ 2012.01.27 14:29:40

한국인들은 ‘나라에 좋은 건 내게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다. 그래서 한국 운동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나도 덩달아 감격하고, 한국 업체가 좋은 수출 실적을 올리면 돈 한 푼 안 생겼는데도 괜히 배가 따뜻해지는 게 한국인이었다. 그런데 이런 ‘국익 프레임’에 최근 심각한 제동이 걸리고 있다. 과연 ‘저 선수-기업에게 좋은 게 내게도 좋을까’라는 의심이 생기면서 정신이 버쩍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얘기를 한 번 해 보자.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사람은 운동선수다. 프로 선수의 섹스 스캔들이 줄을 잇는 이유다. 운동선수라면 사족을 못 쓰는 미국인에게 어느 기자가 한 마디했다. “당신은 그 선수를 좋아하지만 그 선수는 당신을 절대로 좋아하지 않으며, 개인적으로 그 선수를 안다면 당신은 그에게 모욕을 당하기 십상일 것”이라는 말이었다. 똑같은 현상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이 아무리 조 단위의 수익을 올리고 수출을 많이 해도, 그러면 그럴수록 내 생활은 더욱 쪼그라들고, 국민의 실질구매력은 뚝뚝 떨어지고, 동네 소상인들은 계속 죽어나가고, 재벌들의 ‘돈 장난’으로 한국의 정치-사법이 엉망진창이 되는, 즉 저들이 잘 될수록 나는 망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한국인에게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은 그 회장님-정치인(한국인을 먹여 살린다는)을 좋아하지만 그 회장님-정치인은 당신을 절대로 좋아하지 않으며, 개인적으로 그 회장님-정치인을 안다면 당신은 모욕을 당하기 십상일 것”이라고. ‘한국을 먹여 살린다’는 회장님도, 또는 ‘우리 경제를 살려 주실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정치인도, 다 만들어진 이미지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다. 환상이 깨지면 환멸이 되는데, 요즘 한국의 현실은, 지배층이 환상을 유지하려 애쓰기는커녕 “제발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끊임없이 지배층의 더러운 측면, 범죄적 행동을 노출시키면서, “내 이익은 절대로 네 이익이 아니다”라고 밑줄 쫙쫙 긋고 있으니…. 한미FTA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한미FTA가 나라에 이익이 되느냐, 손해가 되느냐는 논쟁은 일반인에게 무의미하다. 한미FTA로 돈을 버는 세력이 있고 손해를 보는 세력이 있는데, 나는 어느 쪽에 속해 있느냐가 중요하지, 나라에 좋냐 나쁘냐를 놓고 논쟁을 하는 것은 경제 당국자나 학자라면 모를까 일반 서민이 할 몫은 아니다. 이래서 표현은 국익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누군가의 이익’으로 해석해야 하며, 대부분 그 이익의 수혜자는 기업 오너 또는 고위 공무원 같은 ‘높은 분’들이라는 게 역사의 경험이다. 경제 이론 중에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라는 게 있다. 부자의 잔이 넘쳐야 그 아래 중간-하층 계급도 먹고산다는 이론이다. 보통 사람들을 속여 넋놓고 기다리게 만들자는 혐의가 짙은 이론이지만, 그래도 일면의 진실을 담고는 있다. 즉, 지배층이 중간관리자 계층에 부스러기를 던져 주지 않으면 중간관리층이 반발해 더 이상 지배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의 지배층, 부자들은 이미 그득한 잔이 조금 넘치도록 일부러 잔을 기울이기는커녕, “내 잔은 왜 이렇게 작지? 나는 아직 너무 배가 고프다”라면서 더 큰 잔을 장만하느라 정신이 나간 것 같다. 이렇게 염치없고 지혜(앞을 내다보는) 없는 지배층도 드물 것 같다. 그간 지배층은 국민을 ‘콩나물 대가리’ 정도로만 생각해 왔다. 그럴만한 사정도 있었다. 그러나 콩나물 대가리들이 정신을 차리면 지배층이 피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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