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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교수의 메디컬 40년 에세이 -30]안 죽을 병으로 왜 죽을 고생?

건강염려증부터 고쳐야…한 병 안심시키면 또 다른 병으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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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9-260호 박현준⁄ 2012.02.06 11:49:30

브라질 시내의 한 공립학교에서 에이즈(HIV) 환자인 20대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2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본인도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UN은 1998년 에이즈 예방을 위해 ‘세계 에이즈의 날(12월 1일)’을 제정했다. 세계 4000만 명의 에이즈 환자 가운데 3분의 2는 남아프리카에 몰려 있다고 한다. 지금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60대 초반 남성이 심장수술을 받았는데 수혈 과정에서 에이즈가 감염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피로 수혈을 할 때 에이즈 검사가 소홀했다. 나중에 에이즈에 감염된 것을 안 이 남성과 부인은 함께 자살했다. 어떻게 감염이 됐던지 간에 자식들을 보기도 부끄럽고, 사회에서도 괴물 취급을 받기보다는 죽음을 택하는 것이 낫다는 유서를 남겼다. 이 당시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잘 말해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어떤 접대부는 성관계로 에이즈에 걸린 것을 확인한 뒤에도 많은 사람들과 성관계를 하다가 구속됐는데, 그녀는 “나를 이렇게 만든 사회에 복수하려 했다”고 한다. 에이즈는 후천성 면역결핍증으로 원래 드물지만 인간에게도 있던 병이다. 면역이 안 되다보니 모든 감염에 잘 걸려 사망하게 된다. 에이즈 자체가 성병만 일컫는 것은 아니다. 주사기를 통한 직접 주입(주사, 수혈) 등으로도 전염되며, 산모를 통해 태아에게 감염되기도 한다. 선진국에서는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감염자들이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HIV 바이러스를 최대한 억제시켜 타인에게 전파시키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남아프리카의 짐바브웨, 보츠와나, 잠비아, 나미비아 등은 인구의 39%가 HIV 양성이며, 15세 이상의 3분의 2가 에이즈로 사망한다. 에이즈 같은 새로운 질병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측면도 있어. 만족 못하는 인간의 욕망, 비정상을 시도하고야 마는 욕망이 새 병을 만들어내니 인생은 질병과의 영원한 투쟁인가 인간의 역사를 보면 하나의 병을 정복하면 더 무섭고 새로운 병이 생겨났다. 모든 병을 완전히 정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지나치게 항생제를 많이 쓰다가 어느 항생제도 안 듣는 슈퍼박테리아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정말 작은 미물이듯이 계속해서 출현하는 새로운 질환 역시 인간이 감수해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도 된다. 다른 한편으론 우리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인간은 두 발로 걷고 뛰는 만물의 영장이지만 모든 일에 만족하는 법이 없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방법을 벗어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진시황제가 3000 궁녀를 거느렸고 연산군이 수많은 궁녀들과 변태적 행위를 일삼았다는 기록 이외에도 일부 현대인들은 학대, 자학 등 변태적 행위로 성욕을 채우는 경우도 많다. 아마도 일상적인 것으로는 만족이 안 되는 모양이다. 에이즈의 발단은 중앙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HIV를 보유한 침팬지와 접촉해 변종 HIV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적으로 에이즈가 인식된 것은 1981년 LA의 게이들을 통해서다. 초기에는 현대판 페스트라고 하면서 하늘이 문란한 인간에게 내린 재앙이라고까지 했었다. 감염을 전공하는 의학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사실은 에이즈에 걸린 사람을 모기가 물어서 다른 사람에게 옮기면 인류가 멸망하는 사태까지 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모기 등을 통한 감염은 안 되며, 공기 중에 나오면 에이즈 바이러스는 바로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다소 안심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무섭게 번지는 에이즈는 가히 공포의 대상이다. 우리가 잘 아는 유명 배우들과 운동선수들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소식이 들리고, 에이즈 환자인 줄 모르고 치료하던 의사들이 감염되고, 치과 의사들도 에이즈를 가진 아이들에게 물려 감염이 되면서 초창기에는 의사들조차 에이즈 환자를 기피했다. 1990년대가 되면서 동남아에서 에이즈 환자가 증가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에이즈 환자 숫자를 집계하면서 국가가 등록·관리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에이즈 환자는 현재 약 7000명으로 확인됐으며, 감염자 수는 이의 3~4배로 추정된다. 과거 에이즈 진단에는 문제가 많았다. 1차 검사에서 양성인 경우가 꽤 많아서 모든 검사는 2차 즉 국립보건원의 검사 결과로 확인해야 했다. 이제 선진국에서는 예방(콘돔 사용)과 치료제 복용을 통해 에이즈를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정도로 분류하고 있다. ■상상 초월하는 인간의 적응력 한 순간도 못 참을 것 같지만 견디다 보면… 언젠가 철로길 바로 옆의 삼촌 댁에서 하루를 지낸 일이 있었다. 잠을 청하려는데 기차 소리에 바닥이 덜덜거려 거의 자지 못했다. 이튿날 내 얼굴을 본 삼촌이 “너 어제 잠 못 잤냐?” 하신다. 내가 이유를 설명하면서 “삼촌은 잘 주무세요?” 하고 묻자 웃으시면서 “나도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여기서 어떻게 사나 걱정했는데 세월이 지나니까 기차가 지나가는 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하신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적응 능력이다. 어느 날 갑자기 ‘윙’ 또는 ‘붕’ 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병원을 찾고,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거나, 또 현재 받고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만일 병원에서 별다른 질환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 두어 달 지나면 적응하게 될 것이다. 내가 소아과를 전공하면서 ‘가슴이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 하며 찾아오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상이 없었다.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증세였다. 성인들도 가슴이 아프다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혹시 내가 심장병이 있지 않나 하는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질환이 없다면 아무 문제도 없는 증세인 것이다. 주변에는 병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암이나 심장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그 병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또 다른 병을 걱정한다. 이런 사람들은 상담을 통해 병에 대한 공포증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병 증세 중 부정맥은 어떤 이유로든 심장의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정맥의 원인이나 종류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병원에서 확인해보면 그대로 놔둬도 문제가 안 생기는 부정맥도 있다. 내가 아는 후배 한 명은 부정맥으로 병원에 와서 진단을 받은 결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의와 내가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심지어는 이 부정맥으로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까지 했는데도 이 친구는 증세가 생길 때마다 전화를 하고 찾아온다. 그의 그런 행동이 이해도 된다. 아무리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해도 증세가 나타날 때면 걱정이 될 것이다. 이 친구, 결국 다른 병원에 가서 약을 복용하면서야 안심했다고 한다. 약이 다 좋은 건 아니다. 비록 증세를 완화시켜준다고 해도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일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위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증세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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