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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5에 ‘괴물 카메라’ 장착?

초점 맞출 필요없이 “찍으면 다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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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1호 최영태⁄ 2012.02.13 11:24:36

2월부터 미국에서 공급될 신형 ‘괴물 카메라’가 있다. ‘라이트로(Lytro)’라 이름 붙여진 이 카메라는 여태까지의 카메라와는 개념이 다르다. 현재 카메라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초점 맞추기다. 사람의 얼굴 사진을 찍을 때 코에 초점을 맞추거나, 눈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부분은 초점에서 벗어나 흐릿하게 만드는 것(out of focus effect, 일본어로는 보케 효과)은 사진의 느낌을 바꾸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과거 손으로 초점을 맞추던 수동식 초점 카메라에서 80년대 말 이후 전자식으로 초점을 자동으로 맞추는 이른바 ‘AF(Auto Focus, 자동초점)’로 바뀌면서 카메라 시장이 그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른 양상을 펼쳤다는 점에서도, 카메라에서 초점 맞추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라이트로 카메라는 이처럼 초점 맞추기가 전혀 필요없다. 첨단 과학을 적용해 셔터버튼을 누르면 모든 포커스 포인트를 죄다 기록해 버리기 때문이다. 여태까지의 카메라는 피사체에서 튕겨 나오는 빛 중 색과 모양의 정보를 기록했다. 그러나 라이트로 카메라는 여기다가 ‘빛의 각도’까지 저장한다. 이렇게 기록하면 나중에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피사체의 특정 지점에 맞도록 초점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예컨대 사람의 얼굴을 사진 찍을 때 여태까지는 “코에 초점을 맞추느냐, 아니면 눈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아주 중요한 문제였지만, 라이트로 카메라로는 먼저 ‘그냥’ 찍은 뒤, 나중에 눈 또는 코에 초점이 맞는 사진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트로 카메라 개발의 주인공은 스탠퍼드 대학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응유엔 렌 박사다. 그는 빛의 파장과 각도를 모두 저장하는 획기적 알고리즘을 개발한 논문으로 지난 2007년 ‘스탠퍼드 최고 박사 논문상’을 받은 뒤 곧 자신의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 라이트로 사를 설립했다. 라이트로 사는 작년 10월 ‘무초점 라이트로 카메라’(기본 가격 399달러, 고급형 499달러)를 내놓고 그동안 인터넷 주문을 받아왔으며, 2월 중 상품 배달이 시작될 예정이다. 라이트로 카메라는 그 획기적 성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아마추어들의 사진 장난감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프로 사진가들이 사용하는 고성능 DSLR(디지털 일안반사 카메라)에 비하면 아직 화질이 떨어지는 등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이 라이트로 기술이 핸드폰 카메라에 장착된다는 얘기는 완전히 달라질 수가 있다. 사실 핸드폰 또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면 여러 불편을 느끼게 된다. 줌 기능을 물론이고, 화면의 특정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전용 카메라가 아니라 핸드폰 카메라는 생각만큼 촬영자의 뜻을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핸드폰에 라이트로 카메라 기술이 장착된다면 그야말로 ‘즉석 촬영’이 가능해진다. 초점 따위에 신경쓰지 않고 촬영 찬스가 생기면 그냥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누르기만 하고, 초점 맞추기는 나중에 후처리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라이트로 촬영방식은 빛의 모든 파장과 각도를 기록하기 때문에 좀 어두워도 사진을 찍는 데 문제가 적다. ‘조금 어두워도 상관없이 그냥 셔터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다 찍힌다’는 것이니, 특히 핸드폰에 장착되면 폭발적 인기를 끌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작년 10월은 라이트로 카메라가 발표된 시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달이기도 하다. 그런데 잡스가 숨지기 전 라이트로의 응유엔 사장을 만났으며, “라이트로 카메라가 애플 아이폰에 장착될 가능성에 대해 라이트로 쪽이 원하는 3가지 희망사항을 제출하라”는 요구를 잡스가 했고, 응유엔 사장이 이에 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차기 아이폰에 라이트로 카메라 기술이 장착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월25일 발매된 책 ‘인사이드 애플(Inside Apple)'에서 공개됐다. 저자 애덤 라쉰스키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는 작년 여름 응유엔에게 “만나자”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이에 응유엔은 팔로알토의 스티브 잡스 저택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새 카메라 기술의 가능성, 그리고 카메라 디자인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이 책은 전했다. 현재 애플과 라이트로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의 유일한 공식 전기’를 써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만든 저자 월터 아이잭슨의 말을 들어보면 두 업체 사이에 뭔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모든 빛의 파장과 각도까지 한꺼번에 기록함으로써 초점 맞출 필요없는 라이트로 카메라 개발자 응유엔, 스티브 잡스와 만나 ‘아이폰과 협력방안’ 논의했다는데… 아이잭슨은 잡스가 혁신하고자 했던 핵심적인 3가지 대상을 TV, 교과서, 사진기였다고 밝혔다. 이 중 교과서 또는 책의 혁신은 이미 완성됐다. 애플이 발매한 아이패드는 처음서부터 “책을 종이가 아니라 휴대용 화면을 통해 본다”는 개념을 설정하고 만들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는 미국의 대형 출판사들을 대부분 협력자로 끌어들이면서 책을 아이패드 용으로 공급하도록 약속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학생들이 무거운 책을 가방에 넣어 갖고 다닐 필요 없이, 아이패드 하나만 들고 다니는 가능성은 이미 미국 등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두 번째 과제, TV 혁신은 현재 진행 중이다. 아이폰 4S에서 전화기와 대화를 주고받도록 하는 기능인 ‘시리(Siri)'가 큰 화제가 됐지만, 현재 애플은 주요 TV 방송국들과 접촉하면서 시리를 통해 구두 명령을 내려서 작동시키는 ’애플 TV'를 개발 중이라고 아이잭슨은 전했다. TV와 스마트폰의 기능이 합쳐지면서 ‘애플발 변혁’ 또 한 차례 몰려오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사진의 혁신’에 대해서는 아직 애플로부터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아이폰의 가장 최신 버전인 4S의 카메라 반응속도가 무척 빨라졌고, 요즘 한국에서 방송되는 아이폰 4S의 광고에서도 ‘아이폰의 사진 찍기’ 기능이 강조되고 있지만, 예컨대 삼성 갤럭시 폰 등 경쟁 스마트폰과의 큰 차별성은 아직 없는 상태다. 그런데, 만약 차기 아이폰 5에 라이트로 기능이 장착된다면 다른 스마트폰과는 적어도 사진 찍기 기능에서는 완전히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라이트로 기술이 전문가용은 아직 아닐지라도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뒤 추후에 초점을 마음대로 바꾸고 하는 새로운 ‘장난’을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애플과 라이트로의 결합이 구체화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라이트로의 웹사이트(www. lytro.com)에 가면 이른바 ‘살아 있는 사진(living picture)’을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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