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 ‘노트르담 드 파리’ 등 해외 오리지널 공연팀들이 국내 공연을 위해 내한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밖에 ‘엘리자벳’ ‘캐치미 이프 유 캔’ ‘닥터 지바고’ 등 대형 라이선스 공연이 꾸준한 관심 속에 공연을 이어가거나 개막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고유 창작 공연은 어떨까? 올해 들어서 뮤지컬 ‘노인과 바다’와 ‘광화문 연가’, 연극 ‘서툰 사람들’ 등이 막을 올리며 다양한 형태로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초연에 이어 올해 3월 22일부터 4월 22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서편제’도 그 중 하나이다. 뮤지컬 ‘서편제’는 고(故) 이청준 작가의 작품이 원작으로, 록커와 소리꾼 사이에서 갈등하는 동호와 소리에 집착하는 유봉, 그런 유봉의 열망에 상처받는 송화의 이야기를 그린다. 초연 당시 제5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최우수창작 뮤지컬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차지연), 여우신인상(이자람), 극본상(조광화), 연출상(이지나) 등 5개 부문을 휩쓴 바 있다. 동호는 아버지 유봉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고 생각해 유봉의 소리에 저항하고 자신의 소리를 찾아 떠난다. 유봉은 그런 동호를 잊지 못하는 송화를 이끌고 소리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유랑 길에 오르는 도중 돌이키지 못할 일을 저지르게 된다. 뮤지컬 ‘서편제’에서는 이 송화와 동호, 유봉의 갈등과 관계가 50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노래로 표현된다. 소리라는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며, 동호에 대한 사랑을 평생 간직하는 송화 역은 초연에 이어 소리꾼 이자람과 배우 차지연이 다시 맡았으며, 배우 이영미가 새롭게 투입됐다.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 떠나는 반항아 로커 동호 역할은 배우 김다현과 임병근, 한지상이 맡았다. 비정한 아버지 유봉 역할에는 배우 서범석, 양준모가 캐스팅됐다. 연출은 초연에 이어 이지나가 맡았고, 특별히 이번 공연의 작곡은 윤일상이 맡아 화제가 됐다. 이들이 어떤 뮤지컬 ‘서편제’를 보여주고자 하는지 들어봤다. - 뮤지컬 ‘서편제’ 초연에 이어 또 출연하게 됐는데 공연에 대해 자랑하자면? 서범석 “범람하는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 틈에서 관객들의 정서를 울리고, 보는 사람이나 공연하는 사람이나 마음 한 구석에 묻어뒀던 한을 끄집어낼 수 있는 명작입니다. 전 외국 라이선스 공연에 많이 출연한 편은 아니고요(일동 웃음). 서편제 원작 소설 보고 울었어요. 문명 없는 곳에서 살아가는 고집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저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타협하면서 정작 제 갈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는데, 이 세 사람을 보고 제가 가는 길이 과연 옳은 것인가 생각하는 계기가 됐거든요. 초연 때는 솔직히 관객들의 관심을 많이 못 받아 안타까웠는데 이번에 다시 재정비해 선보이게 돼 기뻐요.”
- ‘서편제’라는 이미지만 봐서는 국악만 나올 것 같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자람 “뮤지컬 서편제라서 기본적으로 뮤지컬 음악이 나와요. 하지만 판소리도 빠질 수 없죠. 적재적소에 뮤지컬 음악과 판소리가 배치돼요. 또 판소리와 락이 만나는 새로운 음악도 등장해요. 각자 다른 음악이지만 한 데 모아서 푸짐하게 차려놓은 밥상 같은 작품이에요.” - 임병근 씨는 뮤지컬 ‘서편제’에 합류한 이유가 있나요? 임병근 “지난해에 뮤지컬 ‘서편제’ 초연을 봤는데 너무 감동을 받아서…. 원작 영화도 너무 가슴에 와 닿았었거든요. 한국인의 고유 정서인 한을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동호 역도 좋아서 탐이 났는데 제의가 들어와서 바로 결정했어요.” - 한지상 씨는 제대 후 작품으로 뮤지컬 ‘서편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한지상 “솔직히 전 군 복무할 때 외박과 휴가 기간이 안 맞아서 뮤지컬 ‘서편제’를 못 봤어요. 어머니가 대신 봤는데 흠뻑 빠져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고 참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서편제의 이지나 연출이 제 대학교 교수님이세요. 연기를 배웠는데 제가 수업 받을 때 가장 말 안 듣는 제자여서 교수님이 운 적도 있어요. 그 때 앞으로 무조건 교수님의 말을 들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데 제대한 뒤 서편제 하라고 전화가 왔더라고요(일동 웃음). 공연을 보지는 못했지만 무조건적인 신뢰가 있어 출연하게 됐습니다.” - 윤일상 씨는 작곡으로 이번 공연에 참여하는데 뮤지컬 음악 작업은 어땠나요? 윤일상 “정말 고심 끝에 결정했어요. 뮤지컬 음악 작업을 해본 경험이 많이 없어서 정말 힘들었어요. 처음 한 달 정도는 다른 곡도 전혀 못 쓸 정도로 갈등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우리의 소리와 뮤지컬 장르가 합쳐지는 느낌을 받았을 때 갑자기 일주일에 7~8곡 토해낼 정도로 몰입했어요. 누구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리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작업이라 매력 있었어요. 꼭 제 음악이 들어가서가 아니라 작품이 주는 카리스마가 대단해요.” - 다음에도 뮤지컬 작업에 참여할 생각이 있나요? 윤일상 “섭외는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있는데, 서편제가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안정권에 들 때까지 다른 작품은 하지 않고 집중할 생각이에요. 오래갈 작품이라 생각해요. 제가 생을 다해도 서편제가 존재했으면 좋겠어요. 그건 관객들에게 달렸죠(일동 웃음).” - 영화로 만들어진 서편제와 차이가 있다면? 이자람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죠(일동 웃음).” 양준모 “뮤지컬이다 보니 노래가 들어가요. 전 일부러 영화를 아직 안 봤어요. 범석 선배의 의견을 빌리자면 뮤지컬 무대가 보여줄 수 있는 표현에 한계가 있어 자체적으로 연구 중이거든요.” - 이자람 씨와 차지연 씨는 같은 송화 역을 맡았는데 상대방의 송화를 표현하자면? 이자람 “지연이의 송화는 모던해요. 지연이만의 판소리를 하고 북을 쳐요. 지연이가 국악을 하는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 것 같아요. 괴물 같이 노래를 잘하는 배우라 생각했는데, 단순히 노래뿐 아니라 소리를 향해 달려가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멋져요.” 차지연 “전 자람 언니 자체가 소리라고 감히 말하고 싶어요. 뮤지컬 ‘서편제’에서 가장 송화다운 것 같아요. 소리할 때 절절함이 넘치고요. 무대 위에서나 밖에서나 참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 (양준모에게) 같은 아버지 유봉 역을 맡은 서범석 씨와 차이점이 있다면? 양준모 “제가 머리가 더 커요(일동 웃음). 그래서 공연할 때 제 얼굴이 더 잘 보여 나름 장점이 아닌지…. 하지만 유봉이라는 캐릭터에는 범석 선배가 딱 맞는 것 같아요. 범석 선배보다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어차피 제가 범석 선배의 유봉을 따라하려고 해도 다르게 보일 거예요. 서로만의 유봉을 보여줄 듯합니다.” - 차지연 씨는 뮤지컬 ‘서편제’로 여우주연상도 받았었는데 각오가 어떤지? 차지연 “너무 감사한데 부담이 크죠. 극장도 전보다 커지고…. 다시 뮤지컬 무대로 돌아오기까지가 쉽지 않았어요. 혼자의 힘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많은 선배와 스태프들이 힘써줬어요. 또 관객들 응원 덕에 다시 이 자리에 섰죠. 그 모든 것들을 잊지 않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해 임하겠습니다(웃음).” - 연습실 분위기는 어때요? 서범석 “굉장히 화기애애해요. 특히 준모 같은 경우 이번에 처음 같이 작품을 하는데 첫인상이 굉장히 매섭고 카리스마가 넘쳤어요. 그런데 소리 공부할 때 보니 참 천진난만하더라고요(일동 웃음). 좋은 유봉이 나올 것 같고요. 다들 작품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 편한 선배가 있다면? 다른 배우들과의 관계는? 김다현 “다 편해요. 범석 선배는 예전에 라디오스타에서 같이 호흡을 맞췄고요. 준모 씨의 경우 극 중 제 아버지 역할인데 실제로는 저보다 한 살 어리더라고요(일동 웃음). 하지만 포스만큼은 아버지 같아요. 저도 모르게 아버지라고 부르고…(일동 웃음). 지연이는 북을 진짜 잘 쳐서 따로 선생님이 없을 때 붙어서 배우곤 해요.” - 팬들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 서범석 “뮤지컬 ‘서편제’가 재공연에 들어가게 돼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특히 티켓 첫 오픈날 예매 1위 해서 잠깐 동안 눈물이 났습니다(일동 웃음). 초연 때 흘린 눈물과 땀만큼 혼신의 힘을 바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다현 “기존에 제가 참여했던 뮤지컬 ‘헤드윅’은 한 인물이 이끌어가는 부분이 컸는데, 뮤지컬 ‘서편제’는 전체가 함께 가는 공연이에요. 우리 고유의 소리를 알릴 수 있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처음 제목만 듣고는 단순한 국악 공연이라 여겼지만 이들이 선보인 대표곡 시연을 들어보니 뮤지컬과 우리 고유의 소리가 결합된 독특한 멜로디가 귀를 사로잡았다. 해외 라이선스 공연들이 난무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내 고유 창작 공연이 어떻게 빛을 발할지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