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이 한 달도 채 안 남았다. 선거를 앞두고 많은 곳에서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같은 후보라 하더라도 어느 기관에서 조사를 하느냐에 따라 다른 지지율 결과를 가져온다. 왜 그럴까? 여론조사 전문가인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에게 ‘여론조사 제대로 읽는 법’을 물어봤다. - 많은 곳에서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론조사를 제대로 보는 방법이 따로 있는지? “여론조사의 홍수시대라고 할 만큼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많은 언론과 각 후보 쪽에서 총선과 관련한 여론조사 보도자료를 내놓고 있다. 단순히 수치만 봐서는 안 된다. 실제 여론조사와 관련한 세부 개요, 조사 방식, 샘플 규모, 표본 오차, 조사 기관, 의뢰인 등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여론조사를 단 한 번의 수치로 보지 말고 몇 번에 걸친 추세를 통해 비교해야 정확한 결과를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후보나 특정 정당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도 일단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가구 전화, ARS 전화, 휴대폰 전화 등 다양한 방식들이 혼용되고 있다. 각 조사 방식에 따른 효과들이 다르기 때문에 결과가 다소 상이할 수 있다. 가령 ARS조사는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층 유권자들이 대상이 된다. 여기에 휴대전화 조사가 가미되면 외부활동이 많은 유권자들이 대상으로 포함된다. 진보성향층 유권자들이 포함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들이 있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지는지 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샘플 규모에 따른 표본 오차가 있기 때문에 표본 오차 범위 내 격차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 오차 범위 격차에 대해 과잉 의미 부여를 해서도 안 된다.” -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가 다를 때가 많았는데?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여론조사가 대참패를 했다. 이후 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여론조사 기관들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전에는 KT가 제공한 DB(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KT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지 않은 가구, 또는 새로 집전화를 신청한 가구는 조사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율과 다르게 된 요인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새롭게 시도되는 것이 임의걸기(RDD) 방식이다. 전화번호부에 등재 되지 않는 가구까지 조사 대상으로 포함시켜 이전의 문제점을 일부 해결했다. 그러나 여전히 집에 있는 유권자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다. 일부 여론조사 기관은 휴대전화 조사를 추가하고 있다. 선거에서는 집전화 조사에 응대하는 유권자들이 주로 투표에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휴대전화 조사결과가 전적으로 맞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번 총선에서 각 조사기관들이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테스트들 역시 승패가 갈릴 것이다. 총선이 끝나고 나면 냉정한 평가를 통해 보다 정확한 선거조사 방식에 대한 가닥이 일부 잡힐 것으로 본다. 선거를 앞둔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결과를 비교하는 경향이 있지만 두 가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반적인 선거 여론조사는 사전 조사다. 반면 출구조사는 투표하고 나온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후 조사다. 우리나라는 선거 전 6일 동안 선거 사전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막판 일주일 동안 판세가 출렁거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사전 조사와 선거 결과를 바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측면이 있다.” - 여론조사를 편파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물어보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는데? “질문지와 질문 순서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질문 순서 효과’가 있다. 또 표현과 단어 선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맥 효과’가 있다. 어떤 식으로 하는지에 따라 응답 결과가 달라진다. 여론조사는 질문에 어떤 자극을 주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기 때문에 질문지 설계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사 단계에서 설계 실사 분석 중 설계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가령 현 정부의 책임이 있는 사안들에 대해 질문하고 현 정권 평가를 묻게 되면 부정 응답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특정 정당에 불리한 이슈를 묻고 지지 정당을 물으면 특정 정당에 대한 응답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등 질문 순서에 따른 효과도 있다. 문맥 효과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용어나 표현을 선택지에 사용함으로써 응답자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설계의 문제를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고 조사기관에서 왜곡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려면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사용한 질문지, 설계방식까지 세부적으로 함께 공표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조사 결과만 공표되고 있다. 세부 통계표 등 기본 자료들에 대한 공개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각 기관들이 실시한 조사들을 사후적으로 점검할 수 있고 평가할 수 있는 가칭 여론조사심사나 평가위원회 등 기구를 구성해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사 책임자 이름을 공표하는 조사실명제 등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 현재는 선거 조사를 할 때 선거법에 따라 선거 조사 실시 전에 선관위에 신고해야 한다. 선관위가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설문, 부당한 설계 등에 대해 일차적으로 점검하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일부 개선됐다.” - 응답자들이 대답을 잘 안 해주기도 하는데? “예전에 비해 매우 빈번하게 시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거부, 피로감이 높다. 그래서 조사 거부, 응답 기피가 많아지면서 조사를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일반 여론조사는 전국적으로 조사하고 결과를 파악하지만, 선거조사는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이라는 점이 다르다. 실제 여론조사의 응답자들과 선거에서 투표한 유권자들이 불일치하는 현상도 있다. 그래서 일반 사전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국의 경우 유권자 등록 제도가 있다. 응답자가 이전 선거에서 유권자 등록을 했는지 여부를 파악해 유권자 등록을 한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다. 때문에 선거 결과와 일치하는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반면 한국은 19세 이상 사람들이 모두 유권자인데 전부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유권자 중 실제로 투표하는 사람은 적다. 그래서 불일치 현상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조사를 할 때 이번 선거에 투표할지를 질문함으로써 투표참여 의향자들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를 예측하기도 한다. 투표 참여를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해 실제로 투표하지 않으면서도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부정확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올해 총선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는지? “SNS는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과 시기를 같이 한다. 스마트폰이 대한민국에 상륙해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게 된 시기와 SNS 활성화 시기가 맞물린다. 2010년 지방선거 때 처음으로 SNS와 스마트폰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2010년 지방선거 투표율을 보면 2006년 지방선거 때보다 20~30대 투표율이 대략 5%p 정도 올랐다. SNS는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층의 관심을 높이고 정치 관련 정보의 습득을 용이하게 해 줬다. 또 사회 문제에 대해 공론의 장을 제공하면서 정치관심도가 올라갔고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 왔다. 젊은 층이다 보니 야당 성향 표심이 드러났고 이런 현상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번 총선에서도 SNS를 통해 젊은 층의 투표 참여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