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KON)과 신지호.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로서 각자의 모습이 매력있지만 그들이 더욱 멋있게 눈에 들어온 것은 지난 2월 열린 뮤지컬 ‘모비딕’ 미니콘서트에서 협주할 때였다. 콘과 신지호의 신나는 협주는 듣는 사람들의 몸을 들썩이게 만들었으며, 둘의 친근한 모습은 ‘절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런 모습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4월 29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모비딕’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작가 허만 멜빌의 소설을 각색한 모비딕은 이스마엘과 퀴퀘그가 고래잡이 배인 피쿼드호에 올라 흰 고래 모비딕을 잡으려 쫓아가면서 벌어지는 모험담과 우정을 그린다. 콘은 카리스마 있지만 다소 엉뚱한 작살잡이 퀴퀘그 역을, 그리고 신지호는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이스마엘 역을 맡았다. 극 중에서 이들은 위기 상황에서 서로에게 의존하는 절친한 친구로 나온다. 극 중 쌓인 우정은 실생활에서도 이어지는 것일까. 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콘과 신지호는 고구마와 커피를 자연스럽게 나눠 먹고 서로를 챙겨주는 친근한 모습을 보여줬다. 같은 음악가로서 느끼는 동질감에서 비롯된 우정으로 보였다.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는 뮤지컬 ‘모비딕’은 배우가 노래와 연기는 물론 직접 클래식 악기까지 연주하는 게 특징이다. 바이올린을 켜는 콘과 피아노를 치는 신지호는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2011년 모비딕 초연을 마쳤으며 올해 공연도 함께한다. - 뮤지컬 ‘모비딕’ 초연에 이어 또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신지호 “지난해 예상외로 공연이 아주 성공적으로 이뤄졌어요.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5개 부문 후보에도 올라 작품성도 인정받고, 미리 조기매진 돼 기분좋은 충격이었죠. 올해 앵콜 공연을 한다고 들었을 때 처음엔 솔직히 참여하고 싶지 않았어요. 좋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었고, 반응이 너무 좋았기에 부담도 컸거든요. 하지만 모비딕을 2년 넘게 같이 해온 초연 멤버로서 더 좋은 조건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빠지면 아쉬울 것 같았어요. 이스마엘 역을 넘겨주기도 아쉬웠고요(웃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다시 참여했어요.” 콘 “전 뮤지컬 ‘페임’이 끝나면서 쫑파티를 하고 바로 모비딕 연습에 들어갔어요. 기존 모비딕 초연 멤버들이 이번 앵콜 공연에도 다시 많이들 참여하는데, 보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재합류 했어요. 앞으로 또 모비딕 공연이 열린다면 다시 참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사정이 생겨 합류 못하는 사람도 생길 것 같아요. 하지만 미래보다는 지금 주어진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 초연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신지호 “대사도 많이 바뀌었고, 피아노 연주 신곡도 많아졌어요. 피아노를 극 중 바다의 정령인 네레이드와 함께 치는 데도 힘들어요. 그런데 모비딕이 ‘액터-뮤지션 뮤지컬’이다 보니 공연을 보러 오는 분들이 ‘뮤지션이니까 노래나 연기는 모르겠지만 연주는 당연히 잘하겠지’라는 기대를 가지고 오세요. 그런데 연주하기에 어려운 곡들이 많아 외우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지휘자도 없이 서로 눈으로 타이밍을 맞추고 직접 효과음까지도 연주해야 하고…. 그야말로 무대 위에선 쉬는 타이밍이 없어요.” 콘 “지호의 악보는 제가 봐도 어려울 정도에요. 연습할 때 음악감독이 지호에게 내일까지 곡을 다 외워 와야 한다는 무리한 과제를 내줬어요. 다들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지호가 잠도 자지 않고 다음날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곡을 다 소화해 오더라고요(일동 웃음). 그러면 음악감독은 다음에 더 많은 숙제를 내줬고요. 저한테는 잘 할 수 있다고 칭찬하며 용기를 주더라고요.”
- 둘은 언제 처음 만났어요? 첫인상은? 신지호 “2010년 10월 창작 뮤지컬을 키우는 프로그램에 모비딕이 선정되고, 여기에 참여하면서 처음 만났어요. 지금은 너무 가족 같은데 처음에는 말을 걸기가 힘들었어요. 제가 보기와 달리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콘은 공부와 노래, 바이올린까지 모두 다 잘하는 친구였어요. 친해지기 힘들 거라 생각하던 중 우연히 이야기를 나눴는데 너무 코드가 잘 맞는 거예요. 수다를 떨다보니 갑자기 친해졌어요. 또 극 속에서 절친이어서 실제로도 더 친해진 것 같아요(웃음).” 콘 “2010년 8월쯤에 모비딕 오디션을 보고, 10월에 지호가 합류했어요. 첫인상이 굉장히 미국적이어서 사고방식과 대화를 할 때 코드가 안 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야기해보니 정말 털털하더라고요. 즉흥 연주 코드도 잘 맞았어요. 우리 둘 다 과격하게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정해진 룰이 없는 즉흥 연주에서 서로 원하는 방향을 잘 맞춰줘 호흡이 잘 맞았어요. 한 마디로 죽이 잘 맞죠(일동 웃음).” - 극 중 신지호 씨는 대사가 굉장히 많은데 어려움은 없는지요? 신지호 “저 초연 때 처음 대본을 받고 안 하겠다고 했어요. 공연이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제가 합류했는데 대사가 엄청 많은 거예요! 더군다나 연기를 해 본 경험도 없는데요. 발음이나 발성도 안 좋다고 많이 혼났었죠. 그래서 이번 앵콜 공연 때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콘 “전 반대로 대사 욕심이 있었어요. 제가 메인급으로 나서는 첫 작품이었거든요. 그런데 대사가 너무 없는 거예요(일동 웃음)! 지호는 대본이 바뀔 때마다 새로 숙지해야 할 상황이 많았는데 전 별로 변화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전 발음이 좋은 편이라 말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맡은 퀴퀘그 역이 보통 사람처럼 평범하게 말하면 안 돼서 오히려 혼났어요. 그래도 지금은 퀴퀘그 역이 좋아요. 지호는 대사가 많아서 안쓰럽지만 어떻게 해줄 수도 없네요(일동 웃음).” - 콘 씨는 복근을 노출하는데…. 콘 “초연 때는 상반신 노출이 없었어요. 그런데 올해 공연 오픈 한 달 전에 의상 치수를 재는데 제 윗도리 치수를 안 재는 거예요! 그래서 의상 디자인 그림을 봤더니 저는 상의 의상이 아예 없더라고요(일동 웃음). 저와 더블 캐스트인 지현준 씨는 원래 운동을 해서 몸이 갖춰져 있었는데, 악기 전공자들은 팔 근육이 연주에 방해돼 운동을 안 하는 편이거든요. 사정도 했는데 퀴퀘그 콘셉트 때문에 거절당하고…. 남은 20여일 동안 공연 연습이 끝나고 밤 12시 넘어서까지 새벽 운동을 했어요. 식단도 바꾸고 열심히 운동해서 그나마 이 정도까지 왔네요. 모비딕이 끝날 때쯤 몸이 완성되지 않을까 싶어요. 올해 여름엔 자신 있게 수영장에 갈 수 있겠네요(일동 웃음).”
- 극 중 콘 씨가 죽어가는 장면에서 정말 슬퍼 보이던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신지호 “특별히 어떤 생각을 하는 건 아니고 그 상황에서는 극만 생각해요. 초연 때부터 그 장면이 있었는데 배경 음악만 들어도 눈물이 날 정도에요. 눈 앞에서 영혼을 나눈 친구가 죽어 가는데 눈물이 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것 같아요. 저는 감성적인 편이라 감정을 숨기기보다 솔직하게 다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따로 눈물 흘리는 장면을 연습하지 않았는데도 처음부터 엉엉 울었어요.” - 음악가로서 연기를 하고 노래하는 공연에 참여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요? 부정적인 시선도 있는데…. 신지호 “자화자찬이겠지만 한국 최초의 액터-뮤지션 뮤지컬에 참여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해요. 음악 하는 사람, 뮤지컬 하는 사람 모두 이번 공연을 즐겁게 볼 수 있을 듯해요. 우리 공연의 성공 여부를 떠나 액터 뮤지션이 더 개발됐으면 해요. 그 시발점에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영광이고요.” 콘 “음악가는 음악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의견이 있는 건 알아요. 무슨 의도인지는 아는데, 저는 새롭고 참신한 도전은 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시도들을 하는 와중에 또 새로운 것들이 발견돼서 완성돼 가는 것 같고, 후발 주자에게도 새로운 방향을 보여줄 수 있겠죠.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노래와 연기, 연주 연습을 해요. 어느 하나라도 뒤떨어지지 않고 다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거든요.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 뮤지컬 ‘모비딕’ 자랑 좀 해주세요. 신지호 “신선하고 충격적인,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뮤지컬입니다. 제가 참여를 해서가 아니라 전 ‘모비딕’과 관계없는 사람이었어도 정말 관심있게 이 공연을 보고, 참여하고 싶었을 것 같아요.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뮤지컬 마니아들에게도 새로운 형식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많이들 보러 와주세요(웃음).” 콘 “공연은 시각적인 요소가 많잖아요. 그런데 모비딕은 시각에 의해서만 공연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귀로 음악을 듣고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면서 100% 완성해가는 공연이에요. 악기들에 따라 느낌도 다르고요. 저도 모비딕에 제가 참여를 안 했더라도 우리나라에 이런 공연이 생기는구나 하고 좋아했을 것 같아요. 혁신적인 작품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려요(웃음).” 인터뷰가 끝나고 다시 공연 연습을 하러 가는 그들의 뒷모습은 놀이터에 놀러가는 친구들처럼 신나보였다. 빛나는 우정을 과시하며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노래와 연기, 연주를 선사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