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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 문화 칼럼]정부는, 갤러리를 지원하라 ③

선진국 베끼기 좋아하면서 왜 미술관 행정은 안 베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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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8호 박현준⁄ 2012.06.11 12:47:47

한국의 미술관 정책은 “문화가 밥 먹여주느냐?”는 생각이 팽배했던 1970년대의 산물이다. 그 후 한국 사회는 수없이 발전했고 먹고살만 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여전하다. 정책 당국자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관료들이 그렇게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앞다퉈 벤치마킹하기 여념 없는 선진 외국의 제도 중 왜 미술관 정책과 제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지? ‘2011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2010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등록 미술관 수는 국립 1개소, 공립 34개소, 사립 105개소, 대학 미술관 5개소 등 총 145개소에 이른다. 2011년에 비공식적이지만 12개 미술관이 추가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공식적인 기록에 근거해 글을 진행한다. 이중 민간 미술관은 대학 미술관을 포함해 110개로 전체 미술관의 4분의 3에 달한다. 이렇게 우리 미술 문화의 본산이랄 미술관의 설립과 운영을 철저하게 민간에 맡겨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공공재인 미술품에 대한 기본적인 책무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의 경우도 민간 미술관의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경우 중앙과 지방정부가 세제 혜택을 통한 기부금제도 활성화 등 각종 지원책을 통해 민간 미술관들이 나름대로 특색을 갖고 공공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을 통해 문화의 종 다양성을 지켜나가도록 하는 점을 배워야 할 것이다.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미술품의 수집과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황은 더욱 처절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공사립 미술관 144개소 중 매년 일정 이상의 작품을 수집하는 미술관은 10개소를 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사정으로 인해 상설전시 기능을 갖춘 미술관은 불과 20여 곳을 넘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는 자체 기획 전시보다 대관 전시에 치중하는 미술관의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점에서 미술관들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할 수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민간 미술관 즉 사립 미술관의 운영과 작품수집 등 기본적인 활동을 설립자나 운영자의 몫으로 치부하면서 그 책임을 모면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중앙 또는 지방 정부가 운영 주체인 국공립미술관의 경우는 어떤가. 이 또한 민간 미술관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미술관 대부분은 미술관이라기보다 전시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인격과 교양을 갖춘 품격 있는 대한민국 국민을 양성하기위해 제대로 된 미술관 문화의 정착과 발전을 기해 나갈 것이 요구된다.

사실 대한민국 미술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립 미술관들은 대개 자력갱생형이다. 설립자 명의의 대지와 건물 그리고 소장품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사유 재산을 미술관이라는 형식으로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세상에 내놓은 재산에 이어 미술관의 운영과 관리를 위해 계속해서 사재를 투입해야 하는 곤란한 지경에 처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미술관들이 개관 후 제대로 기능하기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연전에는 급기야 사립 미술관의 운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미술품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해 중앙 또는 지방 정부는 설립자들이 중-장기적 계획 또는 지속적 운영의 자산 없이 개관했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미룰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는 미술관 등록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지역, 자신의 재임 시에 등록 미술관 숫자의 증가 또는 목표의 초과달성이 마치 스스로의 업적인 양 이를 인식하고 부추긴 측면은 없는지 곰곰 반성해 볼 일이다. 설립 등록 때 이런 측면을 설립자와 얼마나 진지하게 의논하고 검토했는지 공무원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내 임기 중 우리 지역에 미술관이 많이 생겼다”고 자랑하려는 듯 사립 미술관 설립만 부추길 뿐, 지속적 운영에는 관심없는 공무원 태반 우리나라의 경우 등록 미술관이 중앙 또는 지방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이란 사실 매우 미미하다. 일단 가장 큰 혜택이라고 할 재산세 유예 조치가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유예라는 점에서 미술관 폐관 시 일시에 납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또 전기료가 교육용으로 분류돼 일반 전기료보다 5% 저렴하다. 전기료가 10만 원이라면 5000원이 감면돼 9만 5000원을 내는 셈이다. 재산세 유예와 전기세 감면도 미술관 부대시설에는 해당되지 않고 직접시설에만 한한다. 여기에 30여 곳 미술관에 전문 인력 즉 학예사의 인건비를 매월 보조해 주는 정도이며 로또 기금에서 미술관과 박물관의 기획 전시를 위해 일정 부분 지원해주는 것이 거의 전부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24조에 의하면 중앙 또는 지방 정부는 등록된 미술관, 박물관의 설립 또는 운영에 관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지원은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등록된 소장품도 항온, 항습 등 기본적인 장치가 없이 창고 같은 곳에 보관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등록 미술관의 숫자를 갖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양보다 질’을 추구할 때다. 현재 사립 미술관들이 정부를 대신해 맡아온 미술관 문화에 대해 보편적 문화 복지를 국민들에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앙 및 지방 정부가 나서야 한다. 비영리, 공공성을 기본으로 공공재를 다루는 미술관을 지원 육성하는 것은 정부의 명백한 책임이다. 향후 미술관들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지원하는 일에서 특히 콘텐츠의 보강은 매우 중요하다. 미래의 문화적 자산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러하지만 당장 ‘볼 것’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시급하다. 후대에 물려줄 가치가 있는 최소한의 품격을 갖춘 미술품으로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국격(國格)을 논하기 시작했다. 경제성장에 걸 맞는 국가 브랜드를 창출해 문화적 체모를 갖추려는 것으로, 늦었지만 경제와 문화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15년 동안 시민사회의 줄기찬 요구가 받아들여져 추진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 건립 사업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러갈 때 극장 건물이나 시설보다 어떤 영화를 하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되듯이 미술관의 외형보다 내용 즉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부러워하는 미술관을 보유한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들 문화 선진국의 미술관들은 거개가 민간 영역에 속한다. 이는 정부가 세금으로 직접 지원할 경우 발생할 문화의 획일화, 특정 정치 집단의 도구화를 우려한 때문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 때문이기도 하다. 미술품 구입의 80%를 시민들의 기부금에 의존하는 미국의 미술관 지원 제도 등 참고해야 가. 미국 미국은 유럽보다 역사가 짧은 탓에 유럽에 문화적인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미국은 이런 열등감을 극복하려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현대미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 뉴욕을 새로운 미술 문화의 중심으로 키워냈다. 이러한 원동력은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 미술관을 확실하게 민간에게 맡겨 둔 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전적으로 민간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1917년부터 시행돼온 미국의 기부금 세제 지원 제도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예술 지원 정책이다. ‘기부가 비영리 단체를 통한 공공복지를 위해 쓰일 경우 세금을 대신한다’는 원칙에 따라 기부를 하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세금으로 납부할 돈을 직접 미술관 등에 기부하게 함으로써 오늘의 미국 미술관을 완성시키는 동력이 됐다. 물론 이런 제도로 인해 경기가 급락하면 미술관의 기부금 역시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미국 재무부는 개인이나 법인이 기부금을 얼마를 낼지 가늠할 수 없어 세수를 예상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개인이 미술관에 기부할 경우 소득의 30~50% 한도 내에서 기부가 가능하며 5년간 이월하여 공제를 해 준다. 따라서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소득자의 경우 약 35%의 세금을 감면받는 셈이다. 물론 연방 세율이 변경되기 전인 1917~1986년에는 세금 감면 효과가 평균 70%에 달했다. 법인의 경우 총 소득의 10% 내에서 기부가 가능하며, 5년간 이월공제가 가능하다. 1990년대 초부터는 미술품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분할 기부 제도(Fractional Gifts of Arts)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기부자가 미술품을 일정 비율로 나누어 기부함으로서 총 작품 값 중 기부한 비율만큼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경우에 따라 작품가가 상승하면 공제혜택이 커지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미술관들은 개인이나 법인이 설립하고 이사회를 구성해 이들이 관장을 선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민간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공공법인의 형태로, 가장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는 소장품 취득의 경우 80% 정도를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 ‘착한 부자’들이 사회적으로 기여할 기회를 미술관이 제공하는 셈이다. <다음 호에 계속> - 정준모 한국미술산업발전협의회 실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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