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미학 전공)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199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멀리스 교수 밑에서 수학하며 최적조세 이론으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에섹스대학 조교수, 미국 워싱턴대학 초빙 부교수를 역임했고, 한림대를 거쳐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18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들어온 나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때 자신의 고향인 부산 진갑에 공천을 받아 19대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지역구 의원이 된 이후에는 교수직도 과감히 내던졌다. 현재 당에서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우파 경제학자다. 지난해 8월 발간한 ‘우파 재집권 전략, 대한민국을 부탁해’를 보면 그의 성향이 잘 나타나 있다. “이념적 성향을 기준으로 보수, 진보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됐다. 보수가 기존 체제의 좋은 점을 유지·발전·계승하려는 이념적 성향인 반면, 진보는 기존 체제의 문제점을 개혁해서 새로운 체제로 나아가려는 성향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보수를 기존 체제에서 이득을 보는 기득권 세력들이 그 체제를 유지하려는 성향으로 지칭하며 부정적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일종의 수구보수 개념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우파를 보수로, 좌파를 진보를 통칭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해도 있을 수 있다. 북한이나 구 공산권 국가에서는 공산당이 보수가 되고 공산정권을 무너뜨리는 민주세력이 진보가 되기 때문이다. 즉, 공산정권에서는 좌파가 진보인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개념에서 우파가 진보가 되는 것이다. 결국 보수와 진보로 이념적 성향을 구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잘못된 것을 지키려는 사람들, 수구우파와 수구좌파는 모두 경계해야 할 대상들이다. 합리적 우파와 합리적 좌파를 지향해야 한다. 경제학적 구분법으로 말하자면 정부와 시장 비중에 따라 좌와 우를 나눌 수 있다. 자원의 배분에서 정부 역할을 강조하면 좌파, 시장 역할을 강조하면 우파다. 100% 시장 중심이 되면 야경국가고 이를 지지하는 세력은 극우가 된다. 반대로 100% 국가 중심을 주장하면 극좌, 공산주의가 된다. 우파는 성장이나 효율을 중시하는 반면, 좌파는 분배나 형평을 중시한다.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한쪽만 지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장과 분배, 효율과 형평의 조화를 도모해야 한다.” 나 의원은 자신을 합리적 우파로 분류했다. 그는 ‘복지=좌파’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복지는 우파의 고유브랜드’라고 밝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자유로운 경쟁이 매우 중요하다. 각자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경쟁하다 보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결국 사회 전체의 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빈부 격차의 확대, 빈익빈 부익부 심화, 소외계층 불만 증가가 나타나는데, 이런 것들이 사회불안 요소가 돼 혁명의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혁명으로 인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고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누리기 위한 ‘소셜 웰페어, 소셜 시큐리티(Social welfare, Social security)’, 이것이 바로 복지제도의 출발점이다. 복지는 우파의 고유 브랜드인 셈이다.” 나 의원은 최근 민주통합당 이용섭 의원과 함께 국가재정연구포럼을 만들었다. 유럽재정 위기에 국가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면서 증가하는 복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한 국회 연구단체다. 33명의 여야 의원들이 모인 이 포럼에는 새누리당 의원들만 18명(강길부, 강석호, 강석훈, 김광림, 김종훈, 김현숙, 나성린, 류성걸, 박인숙, 안종범, 여상규, 이만우, 이병석, 이완영, 이종훈, 이한구, 정두언, 정수성)이 정회원으로 속해 있다. 다음은 6월 27일 국회에서 가진 나성린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최근 국가재정연구포럼 창립을 주도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세계 모든 나라가 재정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도 재정위기에 빠질 수 있다. 재정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적절하게 세금을 거둬들이고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데 이 적정 수준에 대해 야당과 견해 차이가 있다. 당리당략을 떠나 재정 전문 의원들이 모여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뜻에서 이용섭 의원과 함께 만들었다. 19대 국회는 상생국회, 정책국회, 생산성 있는 국회가 돼야 한다. 여야가 더 이상 소모적인 정치 논쟁과 몸싸움 등의 추태로 국민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 중요 정책들에 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안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연구모임이 되도록 하겠다. 국가재정 건전성, 조세개혁, 국가부채, 4대보험 재정안정성, 재정통계개편 등에 대한 정책을 중점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 그리스 사태가 우리 경제에 끼칠 영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그리스는 우리나라와 거래 관계가 작은 나라다. 우리나라가 그리스에 빌려준 돈도 많지 않기 때문에 그리스가 무너진다고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은 없다. 문제는 그리스가 무너지면 유럽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유럽 경제가 무너지면 우리에게 영향이 있다. 그래서 우려하는 것이다. 이번 그리스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했다. 좌파 정당이 들어섰으면 유럽 전체 위기로 번지고,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파가 컸을 거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다행히 이번 선거에서 유로존을 탈퇴 안 하겠다고 해서 위험성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스가 문제가 아니고 규모가 더 큰 나라들,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의 재정 위기가 어떻게 되느냐가 문제다. 만약 이들 나라가 재정위기를 맞게 되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앞으로 주의해 봐야 한다.” -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15년 전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 때 김대중 정부가 뒤치다꺼리 하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망쳐서 이번 대선을 통해 출범하는 정부는 뒤치다꺼리 하느라 어려움을 겪을 거라고 했는데. “장단점이 있다. 김대중 정부가 IMF 경제위기를 극복한 것은 사실이다. 그 대신에 국가 빚과 가계 빚을 많이 남겼다. 카드대란도 있었고. 결국 국가 빚과 가계 빚으로 위기를 극복한 셈이다. 후유증은 계속 남아 있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신경 쓰다 보니 친시장적인 정책도 많이 했다. 그 뒤를 이은 노무현 정부는 상당히 반기업, 반시장적인 정책을 취했다. 사실 노무현 정부 5년은 세계 역사상 경제적으로 호황기였다. 그런데도 경제성장은 제대로 못했다. 잠재성장률을 낮춘 정부였다.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라든지 특히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수도 이전을 하면서 보상금이 굉장히 많이 나갔다. 경제성장도 제대로 못했는데 사회복지 등 정부 지출이 많아서 국가 부채가 늘어났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망친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경제를 잘한 정부다. 세계에서 경제위기를 빨리 극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를 거쳤기 때문에 서민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세계 다른 나라는 국가부도 상태고 실업률도 높다. 그런 나라와 비교하면 잘한 것이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으면 우리 경제가 더 엉망이 되고 경제 위기도 극복 못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역대 정부 중에서 경제정책을 잘한 정부는 어디인가? “가장 잘한 정부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박정희 정권이 우리나라 경제를 중진국 수준으로 올려놨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잘한 거다. 정치적인 문제와는 다른 거다.”
- 새누리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경제를 잘 할 거라고 보는지. “국가지도자가 반드시 경제전문가가 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경제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있고, 시장원리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경제정책이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 스스로 확고한 경제철학과 경제원리를 갖고 있고, 또 좋은 참모를 쓰면 된다. 2002년도에 박 전 대표의 경제자문을 한 적이 있다. 그 때에 비해 이 정부 초기에 보니까 경제적인 지식이 많이 늘었고, 작년에 보니까 더 늘었다. 경제에 대해 더 큰 자신감을 가졌더라. 토론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갔고, 무엇보다 경제정책에 대한 나름대로 확고한 원칙과 신념이 있다. 감세 논쟁이 있을 때도 박근혜 대표 나름대로 확고했다. 박 전 대표는 세율을 인상하면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때도 법인세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박 전 대표는 세율에 있어 보수적이다. 복지정책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처럼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맞춤형 복지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상의료, 무상보육, 무상급식 등 다 공짜로 해주자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철학이다. 우리가 무상보육을 찬성했던 것은 저출산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 여당 내 다른 대선주자들은 경제를 잘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정몽준 의원은 경제인이고 경제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다. 또 경제학과 출신이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국회의원도 했고 도지사도 했기 때문에 행정을 많이 알아서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오 의원은 경제전문가는 아니지만 좀 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생각된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경제관료 출신이고 하니 경제와 관련된 일을 잘 할 것이다.” -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는데 경제복지 분야에서 새누리당이 주요 공약으로 구상하는 것은 무엇인가? “총선 공약의 연장선상에서 일자리창출, 경제민주화, 서민경제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문제 해결 등이 일자리와 연관돼 있다.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과 복지로 나눌 수 있다. 재벌개혁과 관련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 척결 등을 하고 있다. 복지는 개인의 특성별, 세대별로 평생 맞춤형 복지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에 있어 민주당과 차이점은 뭔가? “민주당과 비슷해 보여도 접근방법이나 정도가 다르다. 같은 복지를 하더라도 민주당은 과도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 당은 여러 가지 재정능력을 감안한다. 지난 총선 때도 국가재정 능력 내에서 재원을 충분히 마련한 다음에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내걸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대선공약도 그렇게 할 계획이다.” - 앞서 말한 경제민주화에서 재벌개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지금은 재벌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은 이 정부가 친기업, 친시장적인 정책을 펼쳤다.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몇 년 지나고 보니 재벌이 그런 정부정책에 편승해서 지나치게 사익추구를 했더라. 중소기업 영역에도 많이 침범했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증여라든지, 중소기업 업종진입 등 불공정거래도 많이 했다. 때문에 재벌 스스로 재벌개혁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고. 양극화라는 것은 대중 간의 양극화도 있지만 기업 간의 양극화도 있다. 재벌개혁이라는 말이 재벌들이 보면 기분 나쁠 수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 말하는 ‘재벌 때려잡기’가 아니다. 재벌의 경쟁력은 높이면서 재벌의 경제적 남용,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하자는 것이다. 동반성장, 상생경제를 추구하자는 의미다.” - 나성린 의원은 친재벌 성향이라는 시각이 있다. “나는 친재벌 정책을 한 번도 펼친 적이 없다. 1989년에 귀국해서 경실련 정책위의장 경제정의연구소장 등을 하면서 재벌개혁을 주도한 사람이다. 2000년 중반 경실련에서 경제정의를 많이 추구하고 나서 부정부패, 부동산투기, 재벌문제가 어느 정도 완화됐기 때문에 박세일 교수와 함께 선진화 운동을 시작했다. 2019년부터 우리 사회가 고령사회로 접어든다. 그 때까지 선진국에 진입 못하면 이후에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게 된다. 그래서 선진화 운동을 했다. 그 때 감세라던가 규제완화를 주장했다. 그건 재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가경쟁력과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거다. 기업이라는 것은 대기업도 있지만 중소기업도 있다. 그런데 좌파에서 내가 우파를 대표하는 경제전문가다 보니 나를 공격하기 위해 친재벌이라고 하는 것이다. 재벌의 이익을 위해 특별히 한 것이 하나도 없다. 감세도 재벌 뿐 아니라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을 위해서 했다. 또 저소득층, 중산층, 고소득층 전체를 위해 소득세 감세를 주장했지, 고소득층을 위해 감세를 주장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 정부에서 고소득층을 위한 감세를 한 적도 없다. 8800만 원 이하에 대해서만 감세했지, 그 이상에 대해서는 오히려 증세했다. 좌파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기 위한 프레임으로 한 것이다. 국가경쟁력,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감세, 규제완화를 주장했지만 재벌만을 타깃으로 해서 정책을 펼친 것은 아니다. 지금은 경제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래서 친서민정책, 재벌개혁을 많이 주장하고 있다.” - 새누리당=부자당 이미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과거 새누리당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보다 상대적으로 부자 출신, 법조계 출신이 많았다. 또 새누리당이 시장주의 정책을 펴다보니 중산층보다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편다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때문에 2010년부터 바뀌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했다. 2010년에 내가 당의 비전위원장 맡아서 한나라당 뉴비전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우리 당은 보수당이 아니고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중도보수당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서 친서민정책을 폈고, 양극화해소를 위해 정부가 역할을 많이 했다. 그런 식으로 새누리당 정책이 많이 바뀌었다. 이번 19대 국회의원 총선을 계기로 더 많이 바뀌었다.” - 국회가 개원하지 못하니까 새누리당은 19대 첫 세비를 반납했다. 일부에서는 ‘무노동’이라는 말이 맞지 않다며 ‘무노동 무임금’이 아니라 ‘무개원 무노동’이라고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표현이 맞긴 하다. 정치쇄신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약속을 못 지켰기 때문에 반납하는 거다. 사과의 의미로. 노동을 안했기 때문에 반납한 것은 아니다. 개원을 해서 국회를 정상화 시키겠다고 했는데 못했으니까 사죄의 의미로 한 거다. 계속 회의하고 지역구 가서 열심히 일한다. 국민들은 국회가 문을 안 열었으니까 일을 안 할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사실은 굉장히 일을 많이 하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 총선 때 선거공약을 총괄했다. 다가오는 대선 때도 경제정책을 많이 만드는데 기여할 예정이다. 특히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 -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