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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무상보육 혼란은 포퓰리즘의 재앙…대선주자는 ‘매미의 5덕’ 본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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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2호 김경훈⁄ 2012.07.08 13:34:51

여름의 전령, 매미란 놈은 참 특이하다. 먼저 생애주기가 남다르다. 땅속 유충으로 10여년을 보낸 후 성충으로 고작 10여일을 살다간다. 인고의 세월, 준비기간이 엄청 길다. 매미로 하루를 살기 위해 한해를 준비하는 셈이다. 제 운명을 알기라도 하듯 한없이 울어 제치며 존재의 이유를 알린다. 울음이 그치는 순간 생이 멎는다는 걸 모를 리 없다. 매미는 평생 자기 집을 짓지 않고, 곡식을 탐하지 않으며, 이슬만 먹는다. 계절이 지나면 당당히 허물을 벗는다. 선비를 닮았다 해서 이른바 ‘매미의 5덕’ 이다. 과거 문무백관들은 매미의 5덕을 본받기 위해 매미 날개모양 모자 익선관(翼善冠)을 즐겨 썼다. 매미는 10년을 준비해 10일을 산다 매미는 여름을 꿰뚫고 있다. 그러나 여름밖에 모른다. 다른 계절을 알 턱이 없다. 아침버섯이 초하루와 그믐을 모르는 것과 같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계절(철)을 혼동하는 일부 철부지(不知)도 있지만 매미는 여름을 난다. 그들은 이제 ‘슈퍼 매미’로 진화를 꿈꾼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두루 살면서 융합과 상생을 누리는 거다. 이 여름, 청량한 매미 울음소리가 유독 그리워지는 건 혼탁한 두 가지 단면 때문이다. 대통령선거가 5개월 남짓 남았지만 믿을만한 대선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정권 말 반복되는 악습-국정 현안을 무책임하게 차기정부로 떠넘기려는 가당찮은 정치문화다. 새누리당 박근혜 이재오 김문수 정몽준 임태희 김태호 안상수, 민주통합당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 김두관 김영환… 대선후보 모두 당리당략에 사로잡힌 업보와 한계가 있다. 치명적인 허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가까운 사례가 국회발 포퓰리즘 재앙 중 하나인 아기(0~2세) 무상보육이다. 이는 작년 11월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했고 새누리당이 가세해 12월 30일 예결위서 전격 합의한 결과다. 예산고갈로 1년도 안 돼 부모들을 혼란에 빠뜨린 공범이 바로 이들 대선후보들이다. 그들의 업보와 허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예비비 투입이 해법인가?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그렇다. 작은 생선을 삶듯 조심스럽게 다루는 게 정치다(治大國 若烹小鮮). 자꾸 뒤집고 뒤적이면 먹을 게 없어진다. 국민을 피곤하게 하지 말고 시시콜콜 간섭하지도 말아야 한다. 편안하게 해주는 게 정치다. 인기영합의 악습을 벗어라. 10년을 준비하는 매미에게서 배워라. 당당히 허물을 벗고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대선주자들은 포퓰리즘 재앙의 공범이다 또 참을 수 없는 정권 말 단골메뉴 중 하나가 상습적인 ‘폭탄 돌리기’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뭐든지 차기 정부로 떠넘기는 데 혈안이다. 차세대 전투기 선정, 인천공항 민영화, 우리금융 매각사업 등이 차기 정부로 이관할 분위기다. 곰곰이 따져보면 무조건 차기정부로 떠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와 관련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정은 릴레이”라고 했다. 지금 주자가 전력 질주해서 다음 주자에 바통을 넘겨야 한다. 오늘 할 일을 뒤로 미루면 그만큼 뒷걸음치는 거나 마찬가지다. 우물쭈물하다가는 국익이 훼손되기 일쑤다. 무려 33일을 끌어온 19대 국회 개원협상은 너무 지루했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여야 줄다리기를 눈치 챌 사람은 다 챘다. 그렇다면 공전 책임은 누가 질 건가? 이것도 차기 국회 타령인가? 일종의 직무유기다. 국회의원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12월 19일 새 대통령이 탄생한다. 매미의 5덕을 본받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한다. 구차하게 욕심 부리지 않고 당당하게 허물을 벗으며 그야말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 말이다. 그날, 그런 사람에게 매미모자 익선관을 전해주고 싶다. - 김경훈 CNB뉴스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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