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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골프 칼럼]귀신같이 알까는 ‘레구홍 골퍼’

해저드·러프에서 잃어버린 공 귀신같이 나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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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3호 박현준⁄ 2012.07.16 15:19:24

골프에서도 닭처럼 ‘알까기’를 하는 골퍼가 있다. 골프에서 ‘알까기’란 자신의 볼이 해저드, 러프에 빠져 분실구가 되어 찾을 수 없을 경우 동반자나 캐디의 눈을 속여 주머니에서 동일한 볼을 떨어뜨려 인플레이 볼인 것처럼 가장해 플레이하는 부정행위를 일컫는 한국적 용어다. 건설회사 부사장인 P씨는 별명이 레구홍이다. 잘 알다시피 서양에서 수입된 닭의 종자인 레구홍 닭은 재래 토종 암탉보다 알을 더 낳는다. P씨의 구질은 언제나 슬라이스가 잘 나는 편이다. 그러니 한국 어느 골프장을 가도 꼭 두 세 번씩은 일을 치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P씨는 그 많고 많은 기술 중에서 숲속에 빠진 공을 귀신같이 경계 구역 안에 갖다 놓는 기술을 터득한 사람이다. 이름하여 속전속결형 알까기. 알까기 수법은 바지 호주머니에 구멍을 뚫어놓고 필요시 흘려 내보내는 방법, 우드 커버 방울에 구멍을 만들고 그 속에 공을 넣고 필요시 슬며시 내려놓는 방법, 허리춤에 공을 넣고 흘려내는 방법, 발로 차서 갖다놓기 등등 다양하다. 하루는 P씨가 친 볼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숲속으로 들어갔다. 모두 내심 고소한 심정이었다. 그러자 P씨는 갑자기 100m 경주를 하듯 숲 속으로 돌진 하더니 어느새 “공이 여기 있다!”라고 소리치고 순식간에 그린을 향해 공을 치는 것이었다.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로 P씨가 사용한 피너클 2번 공은 OB가 나 얌전하게 숲 속 가랑잎 위에 떨어져 있었다. P씨의 버릇을 고쳐줘야겠다고 생각한 한 친구가 수고스럽게도 로스트 볼을 찾아다가 레구홍 선생에게 조용히 건네줬다. 다음 3홀에서 얼굴이 붉어진 ‘암탉 선생’은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심리적 불안으로 더블파 스코어를 기록하고 말았다. “오늘은 왠지 재수가 없는 날이야”라고 푸념하는 그를 옆에서 바라보고 있노라니 측은할 정도였다. 대체 골프가 뭐길래 이래야만 하나. 최근 동남아를 여행 중인 한국인 골퍼가 현지 골프장에서 캐디 폭행 사건을 일으켜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 이 사건도 결국 거액이 걸린 내기 골프에서 상대방 캐디가 OB가 난 볼을 몰래 경계 구역 안쪽으로 갖다 놓는 장면을 목격한 이쪽 캐디가 일러바쳐 야기된 사건이다. 이 기사가 태국은 물론 여러 외국 언론에 실려 한국인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작은 내기라도 걸린 골프에서 이런 알까기가 발각되면 두고두고 골퍼들 사이에서 회자돼 인격은 물론 비즈니스 그리고 직장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알을 잘 나면 닭은 칭찬 받지만 알까는 골퍼는 누구에게나 경원시당하고 결국은 골프 친구들에게 왕따, 퇴출을 당한다. 골프 치러왔다가 암탉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골퍼 자신은 자신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엄하고 솔직한 골퍼가 돼야 한다. 골프는 심판이 없고 감독이 없는 신사의 스포츠이므로 더욱더 규칙과 룰을 잘 지켜야 한다. -김맹녕 골프전문기자 겸 골프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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