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비롯해 여야 후보 모두가 반값등록금 실현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반값등록금에 대해 “엉뚱한 솔루션”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 등의 지적도 나오고 있어 경청할 만 하다. 사회디자인연구소의 김대호 소장은 최근 펴낸 ‘결혼불능세대’에서 “반값 등록금은 진통제다. 급하면 필요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즉 문제는 청년실업이지 미봉책으로 등록금을 낮춰주는 게 아니라는 비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뒤 서울시립대 등록금을 절반으로 낮춘 것까지는 좋은 일이다. 가정경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찾아가는 국공립대학의 등록금 수준을 낮춰 공부는 하고 싶으나 학비가 없어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에게는 반값등록금이 좋은 해결책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각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수천억 원을 들여서라도 대학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한결같이 약속하는 것은 김대호 소장의 지적처럼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청년실업의 근본문제는 등록금인가, 아니면 일자리인가 현재 한국의 문제는 청년들의 취직이 안 된다는 데 있다. 1% 최상급 명문대생을 제외하고는 좋은 일자리를 잡기 힘들다. 이런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수천억 원이 있다면 그 돈을 대학 등록금이라는 ‘밑 빠진 독’에 쏟아 부을 게 아니라, 청년실업을 줄이는 데 써야 한다. 아무리 등록금이 비싸도, 졸업 뒤 취직을 해 돈을 잘 벌수만 있다면 학자금 융자를 좀 많이 해도 나중에 해결이 가능하다. 반대로 아무리 대학등록금을 낮춰준다고 해도 취직을 못 한다면 학생과 정부 모두에게 ‘돈 들여 4년을 낭비하는 꼴’밖에 안 된다. 이는 마치 이른바 ‘이명박 물가’와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 내수경기의 문제는 쓸 돈이 없다는 데 있다. 쓸 돈이 없으니 먹는 것까지 줄여가며 지갑을 닫고 있고, 경제 전체가 얼어붙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추국장’ ‘두부과장’을 지정해 50개 품목을 아무리 반값으로 낮춘다 한들, 국민들의 살림살이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쌀값에서 몇 천 원을 절약해준다고 해서 “이제 지갑을 열고 쇼핑을 좀 해볼까”라는 식으로 상황반전은 안 된다는 것이다. 지갑을 열게 하려면 지갑을 채워줘야 한다. 경제개발기에 물가가 두 자리 숫자로 올랐어도 살림살이엔 아무 지장이 없었다. 물가가 오르는 것보다 약간이라도 임금이 더 올라가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배추국장’ ‘두부과장’식 눈가리고 아웅 또 되풀이되나 주머니가 텅 비어서 문제인데, “쌀값, 배추 값을 싸게 해줄께”라고 정부가 나서는 것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이다. 취직이 안 돼서 난리인데, “등록금 낮춰줄께”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속이 썩어 가는데 뒷다리를 긁어주는 격이다. 경선 국면이니 20대 유권자가 솔깃할 만한, 게다가 여론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학생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도 좋다. 그러나 아무리 사정이 그렇더라도 지금처럼 여야 가리지 않고 등록금 낮추는 게 마치 청년실업 대책의 넘버 1인 것처럼 나서는 것은 정말로 곤란하다. 이럴 때 어느 특정 후보가 나서서 “등록금을 낮출 돈으로 나는 당신들 취업률을 높여 주겠다” “반값등록금은 시간을 갖고 추진하겠으며, 더 급한 청년실업 불부터 끄겠다”고 용감하고 솔직하게 나설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