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호 최영태⁄ 2012.08.24 14:43:51
김두관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가 내놓은 모병제가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관련 기사가 실릴 때마다 인터넷 댓글이 수천 개씩 달린다. “북한과 대치 중인 상태에서 불가능한 얘기”라는 비난이 많지만, 이런 비난을 들을 때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왜냐면 어떤 제도든, 그 제도 자체가 옳으냐 그르냐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 여기에서’ 그 제도가 어떤 의미를 갖느냐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징병 제도가 곪아 있다는 것은 공지사항이다. 정부-정권의 고위층 대부분, 그리고 그 자제의 대부분이 병역면제자라는 것이 그 깊은 환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에서 모병제가 문제라고 해서 한국에서도 문제가 되나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모병제는 안 된다. 사회 전체가 국방에 동참하는 징병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해서, 그의 미국식 처방이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일까. 샌델의 논의는 이런 거다. ‘미국은 징병제를 거쳐 모병제를 시행 중이다. 모병제를 시행하다 보니 문제가 있더라. 그러니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장에서 미국을 빼고 한국을 그 자리에 넣을 수 있는가? 아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병제 관련 논란에서 가장 정답을 말한 것은 ‘디펜스 21 플러스’의 김종대 편집장 같다. 그는 “모병제 도입이 시기상조라면 앞으로도 이런 징병 제도와 소모적 군 운용을 방치하자는 얘기인지 더 답답할 따름이다. 장차 한국이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되어야 할 당위성은 이미 충분한 것이고 문제는 언제, 어떤 조건으로 전환할 것이냐는 문제만 있을 뿐이다”라고 한겨레신문 칼럼에서 밝혔다. 그의 요지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즉 “모병제에 문제가 있다고 썩은 징병제를 그냥 놔두자는 말이냐”는 되물음이다. 한국 사회가 온갖 환부로 신음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 고리 중 하나가 바로 군 복무 문제다. 그래서 “종북 비난을 받더라도 모병제를 추진하겠다”는 김두관 후보의 무모해 보이는 자세에 박수를 보낸다. 세계적 대세가 모병제라면, 그리고 한국의 현재 징병제가 신음하고 있다면, 모병제라는 개혁 수단을 통해 그 환부를 치료하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징병제의 좋은 요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