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호 최영태⁄ 2012.09.26 17:26:51
우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의 윤여준 전 장관 영입을 환영한다. ‘혁신 민주당’이 이른바 개혁적 보수를 껴안아야만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한국 사회에서 보수 주류와 깊숙이 연결돼 있는 윤여준 전 장관이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는 사실은, 국민대통합이 화두가 돼 있는 상황에서 잘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의 열렬 지지자라면 윤여준 같은 이른바 ‘새누리당 사람들’을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 ‘적 진영’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개인적 생각 등을 보기 이전에 무조건 “저쪽 사람”이라면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이른바 진영논리에 따른다면 당연한 태도다. 보수의 절대파워에 굴종하는 한국 엘리트들의 한계 그러나 책 등을 통해 만나본 윤 전 장관은, 한 마디로 마음이 열린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 쪽 사람들에게 항상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권력굴종적’이라는 사실이다. 보수 진영에 서는 사람들이 대개 우리 사회의 엘리트 코스를 밟고. ‘제 잘낫 맛’에 사는 사람들이지만, 정통 코스를 밟아 주류의 핵심부에 근접한 이들 엘리트들은 한국 보수 본류의 엄청난 위력에 대개는 굴복을 한다. “이렇게 엄청난 세력을 내 혼자 힘으로는 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권력의 바람이 부는대로 바람보다 더 빨리 엎드리고 눈치를 보는 게 이른바 ‘보수로 들어간 엘리트’들의 전형이었다. 이는 과거의 공화당에서 현재의 새누리당에까지 면면히 내려오는 ‘집권당의 새 피 수혈史’에서 우리가 익히 봐온 바이다. 그러나, 윤 전 장관의 경우 이런 ‘권력 굴종형’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합리적 보수라고 할 수 있다. 작년 말 그가 펴낸 ‘대통령의 자격’을 보면 그의 합리적 태도가 잘 드러난다. 보수 진영의 대표적 지성인답게 그 역시 역대 대통령 중 박정희를 최고의 스테이트크래프트(국가통치 리더십)를 가진 인물로 꼽는다. 그러나 이른바 꼴통보수처럼 유신체제, 인혁당사건 등을 포함하는 박정희의 모든 것을 종교적 신자처럼 추종하지는 않는다. 박정희 유신체제에 대해서는 “박정희의 집권연장 의지라는 요인으로밖에는 설명될 수 없다. 71년 양대 선거에서 김대중이 부각되며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정치적 도전이 심화된 데 따른 박정희의 대응이었을 뿐”이라고 폄하한다. “유신 덕분에 나라를 지켰다”는 둥, “수출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유신을 했다”는 둥 이치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하는 ‘박정희 신도’들과는 분명히 다른 입장임을 알 수 있다. ‘주류를 적으로 만든 노무현의 잘못’ 지적한 윤 전 장관 ‘노무현의 평생 동지’를 자임하는 문재인 후보 캠프에 윤 전 장관이 가담한 만큼, 그간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해 내놓은 평가를 다시 읽어봤다. 그는 정관용 저 ‘문제는 리더다’에서 노무현을 평가하면서 “노무현은 기득권 혁파를 시도했는데, '주류를 교체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아 저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주류 교체는 인적 청산을 말하는데 청산의 대상으로 하여금 완강하게 저항하게 만드는 것, 즉 적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에 나라를 뺐겼어도, 농지개혁과 6.25 전쟁으로 급격한 계층이동이 있었어도 주류는 완전히 해체되지 않았는데, 상당히 강고한 사회경제적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데, 전술적으로 아니다, 참 힘들겠구나고 생각했다”는 요지로 말했다. ‘노무현 식 주류 격파법’은 곤란하다는, 옳지 않다는 평가다. 국민대통합이 시대정신이 돼가는 오늘날, 문재인의 인기요인 중 하나는 “친노 중 보수와 유일하게 대화가 되는 사람”이라고 꼽히는 점이다.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의 과’에 대해 사과한 뒤, 문 후보의 ‘참여정부의 과에 대한 좀 더 확실한 입장표명’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문 후보의 윤 전 장관 영입은 일단은 잘한 일로 보인다. 윤 전 장관이 어떤 가이드를 통해 문 후보의 ‘주류 공략’을 도울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