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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철 “종교는 창조론, 작품은 진화론 믿어요”

‘영혼의 소리, 빛의 꽃으로 피어나는 매트릭스 가든’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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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4-295호 왕진오⁄ 2012.10.04 10:48:54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보이는 커다란 조형물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천정에 매달린 6m짜리 스테인리스 구 700여 개가 바닥에 반사되어 방안 전체를 빛나게 하고 있다. 일반적인 작품으로 여긴다면 커다란 조형물로 보이겠지만, 작가는 "커다란 전시장에 이 작품 하나를 놓았죠. 다들 작품이 없냐고 하지만, 이 작품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그리고 반사되는 빛의 번들거림까지 하나의 작품이 됩니다. 또한 작은 구 하나는 우주로, 이 행성이 뭉쳐 커다란 은하수처럼 보이는 것을 표현하려 했습니다"고 말한다. 이 대형 설치작품은 '일렉트로닉 가든', '모뉴멘탈 가든', '시크릿 가든' 등 가든 시리즈 연작으로 국내외 미술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심영철(56) 작가가 인생의 전환점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새롭게 선보이는 '매트릭스 가든'에 놓인 대표 작품이다.

"콘셉트를 바꾼 것이 아니라 정원이 계속 진화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세요. 창조설을 믿지만 예술 활동에 있어서만은 진화의 개념에 찬성하고 있는 저로서는 생물이 주위 환경에 적합한 기능이나 구조로 변해가는 것처럼 예술 또한 점진적인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새로운 가든에서 작가는 그간 오랜 작업 활동에서 축적된 예술적 체험과 감각을 인간, 우주, 생명 등의 원대한 주제의식으로 풀어냄으로써 우리의 한계를 훨씬 뛰어 넘는 확산된 조형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매트릭스 가든'은 인간과 삶의 문제가 사고와 인식의 종축과 횡축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더 심오한 다른 차원으로 무한히 확대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스테인리스 재질의 구슬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어떤 것들은 높은 곳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떨어뜨리는 폭포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것들은 양 날개를 펼치며 날아가는 비상하는 물체처럼 보이며, 심지어는 사랑스러운 꽃잎으로도 보인다. 이 각각의 창조물들은 10월 24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한국미술관에 펼쳐놓은 작품들에 여실히 드러난다. 보는 사람까지 그 안에 담는 공의 우주성 '매트릭스 가든'이란 제목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가시적인 형태보다는 가상공간에서 느끼는 것을 보여준다. “가상공간은 비주얼로 볼 수 없는 영적이면서도 4차원의 공간이기 때문”이라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심 작가는 스테인리스 구에 대해 "반사되고 부드럽지만 작은 구라도 이 세상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고 봅니다. 반짝이는 표면에 담기는 풍경에 매료가 됐지요, 물론 관객의 시선도 이 구 안에 담을 수 있으니 자신이 우주고 우주가 내 자신이 되는 느낌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작가로서 추구하던 것은 자연과 인공적인 것, 그리고 영감이 공존하는 것을 표현해 왔어요. 기계적 장치를 사용하지만 결국 인간성을 보여주려는 것이 제 작업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고 전했다. 현실과 가상현실을 다양한 정원 시리즈로 보여주는 심영철 작가의 이번 전시에는 20점 내외의 대형 설치 작품이 놓인다. 그간의 설치미술가로서 보여준 작업의 모든 것을 망라한 규모로, 무한 반복되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차원의 영적인 공간과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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