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4-295호 심원섭⁄ 2012.10.04 14:09:08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그리고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 등 12월 대선에 출마 중인 유력 후보들은 한결같이 경제 분야 핵심 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제시하고 있어, 이에 대해 정치권을 넘어 학계, 재계까지 다양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통하는 김종인 새누리당 박근혜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경제민주화 못 하면 집권해도 성공 못 한다”고 주장했고, 유종일 민주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은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이다”라고 주장해 경제민주화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물론 양당은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새누리당은 ‘시장 경제의 효율 극대화’와 ‘정부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강조한 반면, 민주당은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와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각각 강조하고 있다. 즉 새누리당은 불공정한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공정거래를 확립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본질이라고 보고 있지만, 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를 통한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재벌 개혁 없는 경제민주화는 허구”라고 주장한 반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등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부자·대기업 끌어내리기’라고 비판하며 “대기업의 긍정적인 부분은 최대한으로 살리고 부정적인 부분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른 경제민주화의 방향”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이에 CNB저널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유력 세 후보의 경제정책을 맡고 있는 각 후보 진영의 경제브레인 연쇄 인터뷰에 나섰다. 우선 이번 호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담쟁이 포럼’ 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우 경북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 후보의 경제정책을 알아봤다. 이 교수는 “문재인 후보의 경제정책 마인드는 한 마디로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경제민주화, 복지국가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이 과거 경제 모델(박정희식 관치경제 모델과 환란 이후의 시장만능주의)의 한계 때문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일자리창출, 경제성장이 상호촉진적으로 작용하는 ‘4두 마차 경제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 후보의 기본적 경제철학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정우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석사, 미국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과 정책실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대표적인 진보적 경제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올 12월 대선에서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경제민주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면…. “경제민주화란 한 마디로 참여다. 경제적 약자들의 참여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즉,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 사용자에 대한 노동자의 참여가 높아지면 경제적 권력의 불평등, 경제적 보상의 불평등이 줄어들고 일한 데 대한 공정한 대가를 받는 경제가 되리라는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틀어 경제민주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 이 교수께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경제 멘토로서 문 후보가 어떤 경제정책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는가. “저는 문재인 후보의 경제 멘토는 아니고 다만 옆에서 돕는 수많은 쟁쟁한 경제학자들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제가 본 문재인 후보의 경제정책 마인드는 한 마디로 말해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경제민주화, 복지국가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이 과거의 경제 모델(박정희식 관치경제 모델과 환란 이후의 시장만능주의)이 갖는 한계 때문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이 상호촉진적으로 작용하는 4두마차 경제모델이 문재인 후보의 기본적 경제철학이라고 본다.” - 박근혜 후보 측의 최고 경제 책사로는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공약을 총괄하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서강학파를 대표하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꼽히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두 분 모두 훌륭한 경제학자라고 할 수 있다. 김종인 박사는 1987년 민주항쟁 이후 헌법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을 부활시키는 데 일조한 공로가 있고, 김광두 박사는 서강학파의 대표주자로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김종인 박사가 주장하는 경제민주화와 김광두 박사가 주장하는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고)가 상호 모순되는데 기이하게도 두 분이 함께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사상은 물과 불처럼 모순, 충돌하는데, 어떻게 한 팀에서 공존할 수 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두 김 박사의 경제철학의 조화, 이것이 박근혜 캠프의 가장 큰 숙제라고 본다.” - 안철수 후보 측에도 우선 안 후보 본인이 해박하고 확고한 경제마인드를 갖고 있으면서 이헌재 전 부총리 등이 포진하고 있는데…. “안철수 후보는 기업경영을 통해서 얻은 현장 경제지식을 많이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나온 ‘안철수의 생각’을 읽어보면 상당한 수준의 경제 공부를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드러난 상당히 진보적인 경제관이 이헌재 전 부총리의 관치경제+시장만능주의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이해할 수 없다.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 이 말이 새누리당의 김종인+김광두에, 그리고 안철수 캠프의 김형기+이헌재에 적용된다. 두 마리의 말이 앞과 뒤로 달리면 마차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경제철학이 다른 사람들을 참모로 모셔오면 방향이 오락가락한다. 경제정책의 생명은 일관성인데, 일관성이 없는 캠프는 문제가 있다.”
- 일부에서는 박근혜-재벌개혁, 문재인-일자리 창출과 경제정의, 안철수-성장과 복지정책이 핵심 키워드라고 분석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그것은 호사가의 분류일 뿐 실제로는 그렇게 분류할 근거가 없다고 본다. 세 캠프는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라는 거의 비슷한 목표를 내걸고 있다. 따라서 목표는 대동소이해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다만 새누리당은 경제성장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일자리, 복지, 경제민주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제시하는 국면에 가면 각 당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각 당의 경제철학이 워낙 다르기 때문이다. 아직 각 캠프가 구체적 정책을 드러내지 않아 그렇지, 앞으로 구체적 정책이 발표되면 저절로 차이가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에 강력한 의지 갖고 있어” - 안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주로 시장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민주화나 복지도 성장동력을 가진 상태에서만 가능하다. 한 쪽에서 끊임없이 성장 내지 일자리를 창출하며 그 재원이 경제민주화나 복지로 가고 다시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혁신경제로 이전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정답”이라고 주장했는데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그 말은 옳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은 상호촉진적인 선순환 관계다. 이런 인식이 문재인, 안철수 양 후보에서는 발견되나 박근혜 후보의 출마선언문이나 후보수락 연설문에는 이상하게도 성장이 빠져 있다. 원래 보수는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박 후보가 성장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등 야당이 먼저 제기한 시대정신을 뒤늦게 모방하면서 그것을 자꾸 강조하다 보니 성장을 빠뜨린 게 아닌가 한다.” - 이에 대해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는 김종인 위원장은 안 후보에 대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비판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 저도 안철수 교수의 출마선언 장면을 TV로 봤는데, 시간 관계상 충분히 설명을 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지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 또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본질은 아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또한 후보들이 내세우는 주장과 조금 다른 점이 있는데…. “경제민주화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논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장하준 교수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도 경제민주화의 일부이고,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경제민주화도 경제민주화의 일부다. 한국에는 두 가지 경제민주화가 다 필요하다. 양자는 얼마든지 양립가능하다. 다만 중요성이나 우선순위를 갖고 논쟁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문제를 갖고 빙탄불상용이나 되는 것처럼 싸울 필요는 없다고 본다.” - 많은 사람들이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참여정부의 업적이 많고 진정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사정에 의해 국민에게 전달이 안 되고 오해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필요 이상으로 과소평가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명예가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화는 될 것이라고 보는가. “두 후보는 기존 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인으로 권력에 대한 욕심이 없기 때문에 분명히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반드시 돼야 된다. 안 후보는 대선 출마선언을 하면서 ‘정치권의 혁신’과 ‘국민의 동의’라는 단일화 조건을 내걸었다. 여기에는 지난 1987년 대선에서 김대중, 김영삼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한 뼈아픈 경험의 전철을 밟지는 않겠다는 내용이, 다시는 그런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조건도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