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교통사고는 아직 OECD 국가 중 매우 많은 편이다. 특히 사망자 수는 매우 높고 어린이 10만 명 당 사망자 수는 높은 큰 편이다. OECD 국가 중 여러 분야에서 점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나 유독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교통사고 관련 지수다. 그 동안 경찰청 등 담당부서에서는 도로 주변 인프라 구축 등 각종 개선책을 마련하기도 하였고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규제도 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나 노력에 비해 교통사고는 그렇게 크게 줄지 못했다.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운전습관이다.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 등 이른바 3급을 밥 먹듯이 하고 있고, 앞뒤 차의 간격은 물론이고 양보 등 한 템포 느린 운전습관은 남의 얘기인 듯하다. 수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여유 있는 운전을 통한 연료절약 운동인 에코드라이브 운동도 그렇게 크게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히 에코드라이브 운동은 한 템포 느린 운전을 통하여 에너지 절약, 이산화탄소 저감이 주목적이고 부수적으로 교통사고도 줄일 수 있는 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이러한 운동은 정부가 아직 체계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고 시너지 효과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아직 전체적으로 낭비하는 습관이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급한 운전으로 에너지 낭비도 심각하여 일반적으로 유럽 평균에 비하여 약 150%는 된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전체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면서도 낭비는 크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것의 발단은 역시 급하고 거친 운전이다.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운전자 습관이지만 인프라 구축에서 비효율적인 측면도 많다. 가장 심각한 것 중 하나를 꼽는다면 ‘차선에 따른 통행 차의 구분 없는 운행’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도로교통법 16조와 39조에는 이 조항이 그대로 살아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아마도 오래 전에 고속도로 등을 달릴 때 1차선은 승용차나 승합차가 다니고 2차선, 3차선이 될수록 중대형 상용차가 다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편도 차선 수에 따라 다닐 수 있는 차종이 정해져 있어 이를 어기면 보이지 않던 교통경찰이 갑자기 나타나 단속했던 기억이 새롭다. 특히 2차선 등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1차선 추월선을 계속 달리면 단속 당하던 기억도 있다. 다시 말하면 차선에 따라 운행할 수 있는 차종이 정해져 있어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 도로교통법에는 빠른 차는 1차선 쪽으로, 느린 차는 오른 쪽 차선을 유지하라는 규정이 있고 구체적인 규정 별표에는 차선 수에 따른 운행 차종이 정해질 정도로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것을 지키는 운전자는 전혀 없고 단속도 전혀 없다.
법규는 있으나 사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해외 선진국 등은 차선에 따라 차종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무슨 일이 있어도 차선을 어기지 않는다. 심지어 1차선이 텅 비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한 2차선에 많은 중대형 상용차들이 길게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철저히 룰을 지킨다. 차선에 따른 통행차 구분-단속 다시 엄격히 이뤄져야. 교통사고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개선방법은 교통습관 고치는 것 현재 우리의 도로 이용은 엉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큰 대형차가 1차선을 달리는 모습은 거의 항상 볼 수 있고 여러 차선을 넘나들면서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누구 하나 차선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느린 차가 고속도로 1차선을 고수하고 달리는 장면을 보면서 오른 쪽으로 추월하는 장면도 항상 볼 수 있다. 독일의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은 이제 많은 속도 규제로 마음대로 달리는 구간이 줄어들었으나 이렇게 높은 속도로 달리면서도 사고가 없는 이유는 운전자들의 약속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빠른 차는 1차선 등을 활용하여 추월한 뒤 바로 오른 쪽 차선으로 빠져줘 다음 차에게 기회를 준다. 더 빠른 차가 추월할 수 있게 터주는 것이다. 추월은 항상 왼쪽으로만 한다는 묵시적 약속이 있다.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추월하며 느린 차가 왼쪽 차선을 고수하고 달리기도 하고, 대형차가 왼쪽 차선을 종횡무진 한다. 큰 차가 앞을 가리니 승용차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 쪽으로든 차선 변경을 하다 보니 각종 교통사고가 빈번해지는 것이다. 당연히 속도는 느려지고 차량 대수에 비하여 병목 현상이 심해지며, 무리한 운전에 에너지 낭비도 심해진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오른 쪽으로 추월하는 장면이다. 도로 전체가 규정 없이 엉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차선을 늘리고 교통 인프라를 구축해도 규정은 있으나마나고, 잘못된 운전 습관을 고치지 않는 한 앞길은 뻔하다. 이제라도 예전의 규제와 단속이 다시 시행되어야 한다. 법과 규제는 있어도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런 게 후진국이다. ‘차선에 따른 통행 차 구분’이 엄격히 이루어져야 한다. 전국적으로 무인 단속기도 개발 탑재돼 통행 차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면 빠른 흐름을 만들고 시야 확보를 보장하며, 시간을 아끼며, 교통사고도 주는 일석사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경찰청의 강력한 제도 복원을 요구한다. -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