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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를 만나다]이희승 원장 “비싸면 다 좋다? 내안의 감동과 울림이 있어야죠”

30년 간 모은 도기와 자기로 ‘미니 박물관’ 공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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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3-304호 김대희⁄ 2012.12.10 11:06:25

“작품 수집을 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경제적인 문제라 생각해요.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면 쉬워요. 꼭 고가의 작품이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얘기죠. 한 예로 일 만 원짜리라도 내가 좋아하면 된다는 얘기에요. 자신에게 맞는 수준으로 시작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거죠. 그때부터 이미 당신도 컬렉터에요.” 도시개발연구원의 원장인 이희승 박사를 만나기로 한 날 아침 공교롭게도 출근길에 심한 교통체증을 겪었다. 이러한 도시와 교통 계획을 수립하는 곳이 바로 도시개발연구원이다. 요즘에는 교통 관련 설계 업무를 주로 한다. 그동안 많은 일을 진행했는데, 그 중에서도 송도국제도시가 기억에 남는다. 최근 롯데월드타워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제 도심의 교통 설계는 대부분 끝났으나 운영적인 측면에서 할 일이 더 많다고 한다. 행정학을 전공한 이 박사는 도시행정과 교통공학 등을 연구하며 관련 일을 하다 17년 전 회사를 설립했다. 그가 작품을 수집하게 된 이유는 뭘까? 알고 보니 그는 시인이 되고 싶을 만큼 예술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었다. 또한 엔틱(귀중한 골동품)을 위주로 수집했는데 엔틱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매력이 있어 하나둘씩 모으게 됐다고 한다. 특히 도기(점토질 원료를 성형한 뒤 산화 소성시켜 만든 그릇. 위생도기·식기·장식품·미술품 등)와 자기(단단하고 굳은 성질의 도자기로 점토질에 규석분, 장석분 또는 석회분을 섞어 고온도(1200℃ 이상)로 구워서 만듦)를 주로 수집했다.

“인사동에서 처음으로 엔틱을 접했어요. 그러던 중 중국 전돌을 하나 사게 됐어요. 사실 30년 전에 산 전돌로 인해 컬렉터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거죠. 엔틱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차분해져요. 물론 그림이나 조각 등도 가리지 않고 수집해요. 작품 수집에 있어 어떤 기준을 두지 않았는데 도자기가 많아요. 도자기하면 우리는 항아리처럼 생긴 것을 많이 연상하는데 도기(토기=원시 시대에 쓰던 흙으로 만든 그릇)와 자기가 있어요. 차 마시는 걸 좋아해서 차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다보니 그릇형태로 시작해서 도기로 바뀌면서 점차 넓어졌어요. 차 그릇 모양의 ‘완’ 형태를 좋아하고 제일 많이 수집했죠.” 기자가 방문한 그날도 중국차를 내줬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이 있었는데 자신이 모은 그릇을 직접 실생활에 사용한다는 점이다. 차 마시는 분위기에 잘 어울리고 오래된 엔틱잔에 마시면 확실히 맛이 다르다고 한다.

특히 사무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잘못 왔나 할 정도로 깜짝 놀라기도 했다. 마치 미니박물관에 온 듯한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방에 도기와 자기 작품이 전시장처럼 잘 전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수집한 컬렉션 중에서 쓸 수 있는 건 사용하기도 해요. 물론 너무 비싼 건 못쓰죠. 오래된 물건들은 정말 알 수 없는 매력이 많은 것 같아요. 보통 컬렉션을 하면 어느 한 곳에 모아서 넣어놓죠. 안보이면 수집도 끊어지기 쉬워요.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자주 봐야 컬렉션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곳은 혼자 휴식을 취하는 개인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직원들과 회의도 하고 업무상 미팅 장소로 이용하기도 해요. 일반적인 사무실이 아닌 전시장 같은 분위기에 사람들의 관심도 끌면서 일에 있어서도 성사가 더 잘 되는 거 같아요.” 그동안 홍콩이나 대만, 런던, 중국 엔틱가게나 경매에서 작품을 사왔지만 최근에는 엔틱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수집에 애로사항이 많다며 아프리카 그림을 모으기도 했다. 동양은 마음으로 그리지만 아프리카는 눈으로 보이는 순수함으로 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또 우리의 그림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아프리카의 그림은 강렬한 색과 감상하기 쉽다는 이점을 꼽았다. 그는 작품을 수집하는데 있어 일부러 사러 가는 경우가 없다. 우연히 전시장을 가거나 지나다가 마음에 들 때 구입을 한다고 한다. 또한 비싼 작품만을 골라 사는 건 투자의 목적이 강하다며 이는 그림을 사는 게 아니라고 얘기했다. 그는 무엇보다 오래된 엔틱을 모으다보니 자연스레 역사에 대한 공부도 하게 됐으며 지식을 쌓게 됐다. 이러한 오래된 작품들이 역사의 증거가 되기도 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엔틱을 보며 삶의 위로를 받아요. 요즘은 옛날 물건에 대한 느낌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신상만을 좋아하는 시대인거죠. 새로 나온 제품만 관심을 받고…. 이제 엔틱에 한계가 있고 이를 활용할 방안을 생각하고 있어요. 도심 속에 작은 ‘문화 사랑방’을 만들 계획이에요. 엔틱을 전시한 공간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문화예술을 알리는 공간으로 말이죠. 옛날부터 우리 인류가 쌓아온 것들에 대한 가치를 보여주고 싶어요.” 작품 수집은 어려운 게 아니라는 그는 금액은 중요치 않고 자신이 위로받고 기쁘고 설레면 된다며 그런 마음속 울림이 있다면 그때부터 당신도 컬렉터라고 웃어보였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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