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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골프 칼럼]골프장 심술쟁이 ‘그린키퍼’

골퍼 골탕 먹이지 않고 최상의 컨디션 유지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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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9호 박현준⁄ 2013.01.14 13:37:24

그린은 코스의 얼굴이고, 그린의 속도나 단단함은 명문 골프장의 척도라 할 만큼 중요해 골프장은 ‘그린키퍼(green keeper)’를 고용해 집중적으로 그린을 관리하고 있다. 골퍼들은 그린키퍼의 핀 위치 선정에 따라 울고 웃는다. 그린 위의 컵을 관리하는 그린키퍼가 어디에다 핀을 꽂느냐에 따라 퍼팅의 수가 결정난다. 핀의 위치가 고약해 쓰리퍼트나 퍼퍼트를 하면 어제 밤 그린키퍼의 부인에게 책임을 돌린다. 부부싸움을 했거나 밤 서비스가 엉망이어서 그린키퍼가 심술이 나 이런 못된 곳에 핀을 꽂았다고 빈정된다. 핀의 위치는 주말과 주중은 다르게 한다. 주말에는 붐비기 때문에 가능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핀의 위치를 정중앙에 꽂는다. 평일에는 시간이 넉넉해 핀의 위치를 그린 좌우 쪽에 꽂아 그 부분의 그린을 쓰게 하고 나머지 부분은 쉬게 만든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핀의 위치는 그린 앞이나 맨 뒤에 갖다놓는다. 골퍼들이 그린을 밞으면 그린이 손상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린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다.

LPGA나 PGA같은 대회 때에는 4일내내 핀의 위치를 바꿔가며 골퍼들의 기량을 테스트한다. 첫날은 비교적 쉽게, 둘째 날은 페이드 볼 치는 골퍼에게 유리하게 오른쪽에, 셋째 날은 드로우 샷을 하는 골퍼에게 유리하도록 핀의 위치를 계획적으로 바꾼다. 그리고 4일째는 제일 어려운 곳에 핀을 꽂아 프로골퍼들의 기량을 테스트한다. 핀의 위치는 게임의 승패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토너먼트 위원회에서 토의 끝에 핀의 위치를 정한다. 이렇게 그린키퍼가 컵의 위치를 바꾸는 이유는 고의로 심술을 부리거나 골탕 먹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기진행을 원활하게 하고 그린보호를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이해해야한다. 여름철과 같이 낮의 길이가 긴 날은 100명이 지나가면 핀의 위치를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한 곳을 여러 번 밞으면 잔디가 스트레스를 받고 피로감을 느껴 말라 죽기 때문이다. 그린키퍼들은 그린을 우물 정(井)자로 8등분해 돌아가면서 관리하는 기본 지침을 갖고 있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그린키퍼가 못되게 꽂은 컵을 보고는 농담으로 공이 절대 안 들어가게끔 “처녀 궁둥이 끝에 코 구멍처럼 파 놓았다”라고 한다. 한국 골퍼들은 여자나 남자의 성기가 있는 “경사진 불구덩이에 꽂았다”라고 한다. 그린키퍼는 심술궂고 못되고 나쁜 사람이 아니라, 골퍼들에게 최상의 그린 컨디션을 유지시켜주는 좋은 사람이다. - 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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