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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성 성 칼럼]왜 여성에게 오르가슴은 매번 주어지지 않는가?

삽입만으로 절정 이르는 건 극소수…정신적 배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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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0호 박현준⁄ 2013.01.21 13:14:26

여성의 오르가슴이 간헐적으로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만일 여성의 오르가슴이 남성처럼 항상 나타나서 여성이 남성보다 먼저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수정이 되기도 전에 여성이 성행위를 끝내버릴 가능성이 높아서 남성이 유전자를 퍼뜨릴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반면 여성이 전혀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다면 여성은 섹스를 통해 쾌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역시 수태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왜냐하면 여성에게 섹스가 재미없는데 굳이 섹스를 하려고 하겠는가? 하지만 어쩌다 한 번 성적 쾌감을 느끼는 여성들은 그 맛에 자극돼 성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번식을 위한 오락기 앞으로 자꾸만 돌아올 것이다. 마치 간헐적으로 행운을 얻는 도박꾼이 중독성 몰입상태에 빠져드는 것처럼…. 이 이론이 맞는다면 왜 남성은 매번 오르가슴에 오를까? 남성도 가끔 오르가슴에 올라야 섹스에 몰입하거나 중독이 되지 않을까? 소수의 여성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평범한 여성의 오르가슴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불규칙하게 일어난다. 즉 남성의 페니스에 비해서 여성의 클리토리스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만약에 클리토리스가 효율적이라면 성교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오르가슴에 올라야 하고, 남성이 행위를 끝내는 즉시 흥분이 가라앉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실제로 단순한 삽입만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뉴멕시코 진화생물학자 제프리 밀러는 여성 클리토리스의 까다로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성이 남성의 마음과 정신, 인품에 완전히 매료되고, 남성이 적절한 자극을 통해서 신중함과 적합성을 증명해 보여야만 까다로운 클리토리스가 작동해 오르가슴을 촉발시킬 수 있다.” 즉 남성이 앞으로 자신과 자손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신체적 적합성과 배려와 이해를 해줄 수 있는 정신적 적합성을 파악해 클리토리스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즉 많은 씨를 뿌려야 하는 페니스에 비해 자신에게 유전적으로 적합한 남성을 받아들여야 하는 클리토리스는 매우 정교하고 까다롭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예민하고 까다로운 클리토리스를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 하지만 이렇게 까다로운 클리토리스가 만족을 했다면, 여성이 오르가슴에 도달했다면, 그것은 그 남성에 대한 성 능력 검사 평가가 완벽한 것으로 평가됐고, 더 이상 다른 남성에게 눈을 돌리지 않겠다는 의미가 된다. 제한된 오르가슴, 도태돼야 할 유물 여성 클리토리스 까다로워 섬세한 노력을 여성은 제한된 오르가슴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자신을 무한한 쾌락의 세계로 인도할 무기를 가진 이상적인 파트너에게 매달리게 된다. 즉 제한된 오르가슴은 여성에게는 그 남성과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가 있다. 하지만 오르가슴을 못 느꼈다고 해서 여성이 그 남성이나 자식을 버리는 것은 꼭 아니다. 남성 또한 마찬가지겠지만…. 왜 남성은 매번 오르가슴을 느끼는데, 여성은 제한된 오르가슴만을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남자는 많은 여자에게 되도록 많은 씨를 뿌려야 하고, 여자는 제한된 씨만을 받아 들여서 유전자를 적자생존에 맞춰야 하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처럼 남성들은 많은 씨를 뿌리지 못하고, 뿌려진 씨가 여성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여성이 자식을 키우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시기에 피임을 하는 여성에게 제한된 오르가슴은 매우 귀찮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마치 사랑니가 도태되는 것처럼, 제한된 오르가슴도 도태돼야 할 유물일지도 모른다. 필요에 의해서, 여성도 남성처럼 멀티오르가슴이나 매번 느끼는 오르가슴이 가능하지 않을까? - 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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