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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민이 초대하는 희망의 ‘상상 공간’

작은 사물 하나마다 의미 담아…함께 기쁨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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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1호 김대희⁄ 2013.01.28 11:25:10

갤러리라는 공간 벽에는 또 다른 방이나 거실 등 공간을 그린 그림이 걸려있다. 이미 나는 한 공간에 들어섰지만 또 다른 공간들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방이고 누군가의 거실이 되는 그 공간은 낯설면서도 따뜻한 느낌이다. 나아가 그 공간이 궁금하고 마치 그 안에 누군가와 함께 있는 기분이다. 바라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꿈꿔왔던 희망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그림을 그리는 남경민 작가를 청담동 갤러리퍼플에서 만났다. 아담한 갤러리였지만 그녀가 만들어낸 그림 속 또 다른 공간 때문인지 눈으로 보이는 공간을 넘어 내면의 공간으로 끝없이 넓게 펼쳐져 있는 듯 느껴졌다. “제 작업의 전체적 흐름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에요. 보여지는 것보다 제가 생각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점이 희망 이야기인거죠. 그림 속에 등장하는 창문이나 거울, 의자, 나비 등은 일반적인 오브제가 아닌 다 필연적인 요소에요. 그림 속 공간 또한 실제 존재하지 않는 내가 보고 싶고 생각하는 모습의 공간으로 상상 속 내면의 풍경인거죠. 실제 공간을 그대로가 아닌 재해석해서 그리기도 해요.” 실제의 공간이 아님에 낯설기도 하지만 어색하거나 거리감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친근하고 편안하다. 그 안에는 그녀가 추구하는 희망이라는 따뜻함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실외가 아닌 실내 풍경을 그리게 된 이유는 뭘까? 그녀는 대학 시절 지금과 달리 비구상 작업을 했었다. 대학원 실기실에 길고 작은 창이 있었는데 작업을 하던 중 문득 작은 창을 통해 노을 진 하늘을 보게 됐다. 당시 그 모습이 현실이지만 그녀에게는 비현실적인 다른 풍경으로 느껴졌고, 이때 자신이 보고 싶은 풍경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구상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 창을 통해 제가 원하는 풍경을 봤어요. 실내 풍경을 그리는 이유도 그곳이 실내였기 때문인 이유도 있죠. 사실 실외는 너무 넓어요. 실내는 공간안에서 한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내 마음이 가는대로 선택해서 만들 수 있죠. 실내 풍경 안에서 모든 게 이뤄져요. 문이나 창을 통해 자연의 일부도 함께 보여 실내의 답답함을 해소하면서 무한 확장도 가능하죠.”

한 예로 그림 속 방에 있는 거울도 실제 우리가 생각하는 거울이 아니다. 그 거울은 그녀가 보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는 도구이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문이나 창도 마찬가지다. 방을 가득 채운 채 날아가는 나비들도 존재감의 의미, 영혼의 흐름으로 표현됐다. 작가의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며 공간의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처럼 그림 속 사물들은 그냥 그려진 게 아닌 모두가 알레고리를 갖고 이야기가 있다. 또한 방마다 모두 다른 이야기와 의미가 있기에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처럼 제각각 다른 방을 만들어내기에 쉽지 만은 않은 작업이다. 작업을 하기전 스케치로 시작한다는 그녀는 스케치만 한 달 동안 그릴 정도로 많은 고민과 공부까지 필요하다고 한다. 그녀가 그리는 방을 자세히 보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의 오래전 예술 거장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의자가 있다. 바로 그들의 방을 그렸기 때문이다. “세잔느의 방에서 제가 만나고 있는 그림이 있어요. 한쪽 의자에는 세잔느가 적혀 있고 반대편 의자에는 제 이름이 적혀있죠. 거울에 보이는 여성은 세잔느의 부인이며 식탁에는 세잔느를 대표할 수 있는 사물들이 놓여있고 포크와 붓이 있어요. 우리는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이들을 캔버스를 통해 만나는 거예요. 이처럼 거장들의 방을 그릴 때 그들에 대해서도 알아야 작업을 할 수 있어요.”

대학원 작업실 작은 창을 통해 본 노을 우리가 상상만으로 끝내는 것을 그녀는 시각적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는 셈이다. 작품 속에서 그들을 초대해 만나는 것은 그녀지만 결국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과 함께 만나고 호흡하는 것이다. 시공을 초월해 재창조하는 작업이 그녀에게는 즐거움이기도 했다. 다른 이들의 방을 그려왔던 그녀는 자신만의 사색공간도 만들었다. 개인적인 공간으로 누구든 초대해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속에는 그녀의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의미를 갖고 있는 해골, 초, 붓, 날개, 백함, 나비 등이 고루 표현돼 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림인 만큼 감상하면서 기쁨과 희망 그리고 꿈을 꿀 수 있다면 만족한다며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작품이 됐으면 했다. 또한 그동안 해외 대가들의 방들을 그려왔지만 앞으로 국내 고전을 배경으로 김홍도나 신윤복 등을 초대하고 싶다고 한다. 궁이나 우리 예전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색채와 구도에 대한 연구로 새롭게 접근할 계획이다. 언제나 새로운 자신만의 창의성 그리고 독창성을 추구하며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그녀는 예술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승화시켜 미술사에 남는 작가가 되고자 한다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기분 좋은 꿈 속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상상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남경민 개인전은 1월 14일부터 2월 28일까지 갤러리 퍼플에서 열린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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