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의 황태자가 뮤지컬 배우로 돌아왔다. 조성모는 2012년 뮤지컬 ‘광화문 연가’로 뮤지컬 무대 신고식을 치르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극 중 천재 작곡자로 활약했던 그가 올해엔 이집트로 무대를 옮기며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2월 12일부터 4월 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이하 ‘요셉 어메이징’)에서 조성모는 야곱이 제일 사랑했던 아들이자, 파라오의 오른팔이 돼 이집트를 다스리게 되는 요셉 역을 맡았다. ‘요셉 어메이징’은 20여년 만에 국내 초연을 앞둔 화제작으로,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으로 알려진 작곡가 앤드류로이드 웨버와 극작가 팀 라이스가 콤비를 이뤄 1968년 발표했다. 성서 속에 나오는 야곱의 11번째 아들 요셉의 꿈과 여정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다소 왜곡될 수 있는 종교적인 소재를 대중적인 음악과 노래, 무대로 해석한 뮤지컬로 알려져 있다. 친숙한 멜로디의 음악과 개성이 넘치는 인물들, 수 천 년 전의 중근동과 현대 런던을 오가는 독특한 의상, 재미난 각색이 이 공연의 특색이다. ‘요셉 어메이징’의 주역으로 나서는 조성모를 서울 역삼동 펜타브리드 빌딩 살롱드파이브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번째로 서는 뮤지컬 무대, 이제 제법 긴장이 풀렸을 법도 한데 아직 자신은 ‘배우’라는 수식어를 쓰기엔 한없이 모자라단다. ‘광화문 연가’에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지만 정작 본인은 뮤지컬 데뷔작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아쉬운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첫 공연 때는 그저 대사랑 노래를 기억하기에 바빴던 것 같아요. 동선과 걸음걸이부터 감정연기까지 소화해야 했는데, 뮤지컬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부담이 많았어요. 노래할 때 가수들은 충실히 5분가량 정도 무대를 이끌면 되지만 뮤지컬은 드라마도 있고 인물에 대해서도 보여줘야 하니 놓친 부분이 많았어요. 역할에 흠뻑 빠져 그 역할을 사랑했어야 했는데 그저 ‘나랑 안 닮았는데’ 하고만 생각했어요. 너무 아쉬워서 기회가 된다면 ‘광화문 연가’를 다시 꼭 하고 싶을 정도에요.”
아찔했던 첫 뮤지컬 데뷔작 ‘광화문 연가’ 입이 타들어갈 정도로 무대 위에서 긴장을 했다. 아는 노래를 불러도 온몸의 털들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었고, 등 뒤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가수로서는 15년 동안 무대에 서왔지만 뮤지컬 무대는 그렇게 또 다른 새로운 공간이었다. 혼자 공연의 주역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야 했기에 ‘누가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많다. 이번 ‘요셉 어메이징’에서는 그런 아쉬움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무대 위의 동선을 체크하면서 걸음걸이까지 연습했다. 발라드 가수로서 걷는 걸음걸이가 무대 위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또한 선배 배우들에게 일일이 질문을 하며 열정을 보였다. 귀찮을 법도 했을 텐데 선배들은 조성모에게 많은 조언을 해줬다. 조성모는 “무대 위에서 절대로 교만해서는 안 된다”며 “그런 점을 선배들에게 배웠다. 항상 무대 위에서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다부진 포부를 드러냈다. 이렇게 든든한 선배들이 포진한 ‘요셉 어메이징’은 조성모를 비롯해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다. 김선경, 최정원, 리사 등 뮤지컬계의 디바를 비롯해 송창의, 정동하(부활), 임시완(ZE:A)이 조성모와 같은 요셉 역으로 무대에 나선다. 특히 가수 후배인 정동하와 임시완이 함께 해 더욱 특별한 공연이다. 라이벌 의식이 들진 않을까 궁금했지만 조성모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라이벌은 없어요(웃음). 각자 자기 색깔이 확실하기 때문에 서로 배우는 게 많아요. 시완이는 워낙 나이가 어리다 보니 사랑스럽고 아이 같은 모습이 꼭 저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게 해요. 동하는 락커로서 굉장한 카리스마가 있어요. 공연 2막에서 그 카리스마가 폭발하는 장면이 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멋있더라고요. 송창의 선배는 워낙 연기를 잘 하고요. 그래도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요? 아무래도 시완이가 나이가 어려서…(웃음). 농담이에요. 각자 너무 매력 있고 배울 점도 많아요.” ‘요셉 어메이징’ 무대에 서며 다시 찾은 꿈 ‘요셉 어메이징’ 무대에서도 그렇듯 요즘은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이 활발하다. 조성모 또한 지난해부터 뮤지컬 세계에 발을 들였고, 특히 아이돌 가수들이 뮤지컬 무대에 설 때가 많다. 하지만 의욕만 앞서다 보니 연습에 충실하지 못해 실망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선배 가수로서 조성모는 진지한 고찰을 보였다. “아이돌들이 뮤지컬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아이돌은 대부분 기획사에서 춤과 노래, 연기는 기본적으로 가르치거든요. 오랫동안 준비를 해온 친구들이에요. 하지만 시완이처럼 연습을 많이 해야 해요. 아이돌의 스케줄은 거의 살인적이라 연습을 몇 번 못하고 올라가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그러면 공연의 질도 떨어지고, 본인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요. 성실히 연습에 임할 수 있다면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이 더 활발해 졌으면 좋겠어요. 그럼으로써 공연 관객층도 넓힐 수 있고, 가수들의 역량도 넓어질 수 있으니까요.”
이야기를 듣다보니 조성모 또한 이방인이 아니라 뮤지컬계의 한 사람으로서, 뮤지컬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어느덧 흠뻑 빠져있다는 게 느껴진다. 뮤지컬의 어떤 점이 좋은지 물어보니 바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뮤지컬은 정말 재밌다”고 말한다. 무대에 설 때마다 긴장되지만 그만큼 또한 매력적인 것이 뮤지컬이라는 것. 생각해보면 뮤지컬은 그의 삶에서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뮤지컬을 하기 전에도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해 틈틈이 관람해왔다. 뉴욕에 갔을 때는 며칠간 줄을 서서 뮤지컬 20~30편을 보기도 했다.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봤을 때는 큰 감명을 받아 언젠가 라울 역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땐 단순히 ‘말도 안 되는 그저 상상’이라고 웃어넘겼지만 마음속엔 뮤지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싹을 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렇게 다가온 ‘광화문 연가’ 무대에 설 때는 두려움도 있었고, 자신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한동안 다른 작품을 고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2시간 여 동안의 환희와 열정이 그를 다시 무대로 불러왔다. ‘요셉 어메이징’은 특히 요셉과 자신이 닮은 점이 있다는 생각에 더 끌리기도 했다. 조성모는 “요셉은 나와 닮았다는 생각도 했지만 우리 누구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대는 내게 항상 마지막…진심 다해 임하고파 “사람들은 꿈을 가지고 있잖아요. 요셉은 역경을 딛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요. 절망에 처절한 눈물을 흘리면서도 ‘난 두렵지 않다’고 희망을 말하는 인물이에요. 누구나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을 거예요. 힘들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거죠. 저 또한 그런 경험이 있어요. 가수로 데뷔하자마자 초창기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가 3년간 공백기를 겪으면서 절망과 두려움도 겪어봤고요. 그러면서도 다시 일어서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용기를 요셉을 통해 다시 찾았어요. 요셉을 보며 제가 느낀 것과 같은 그런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의 모습에서는 가수 데뷔 당시 풋풋했던 열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어느덧 그의 나이는 37세로, “배우가 아니라 어느덧 감독을 할 나이가 됐다”고 농담을 건넸지만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이 충만하다. “20대와 30대 초반 때는 무대에 서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설 수 있는 무대가 좁아지더라고요. 그러다 3년 공백기를 겪으면서 ‘내가 이 일을 못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어요. 그래서 전 매순간에 진심을 다해 최선으로 임하고 싶어요. 그래서 항상 ‘오늘이 마지막 무대이다’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올라요. 예전엔 단순한 일로써 임했다면 이젠 절절한 마음으로 진지하게 임하는 거죠. 뮤지컬 무대도, 가수로서의 무대도 모두 소중해요. 앞으로도 진심을 전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웃음).” 이날도 조성모는 인터뷰가 끝나고 ‘요셉 어메이징’ 연습을 하러 간다며 아직도 캐릭터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연구 중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자신에겐 ‘배우’라는 단어를 함부로 쓸 수 없다고 끝까지 손 사레를 쳤지만 그 열정만큼은 누구보다도 뜨거웠다. 마지막까지도 ‘요셉 어메이징’에 대한 당부를 건넸다. “감동과 웃음을 함께 드릴 수 있는 작품은 흔치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요셉 어메이징’이 딱 그래요. 신파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심각할 이유도 없는 작품이에요. 이 공연을 보면서 분명히 웃고 감동받을 거라 생각해요. 가족이 함께 봐도 좋은 아름다운 사랑과 교훈이 가득 담겨있고요. 특히 이 공연을 보면서 다시 자신의 꿈을 되짚어 보고,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해요. 바쁘게 사느라 꿈을 잊어버린 분들이 많아요. 포기하지 않고 자기 인생을 일궈내는 요셉을 보면서 많은 용기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가수로서 또 뮤지컬 배우로서 인생의 제2막을 연 조성모. ‘요셉 어메이징’에서 이어질 앞으로의 힘찬 행보가 더욱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