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국제보도'의 사진기자를 시작으로 보도와 예술, 광고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평생을 사진 작업에 매진한 원로 사진작가 김한용(90)이 한 평생 서울 시내 곳곳을 기록한 흑백 기록 사진들이 2월 28일부터 5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 걸린다. 이번 전시에는 김한용이 찍은 미공개 서울 관련 사진 다수와 광고포스터 등 약 220여 점의 자료가 '도시의 기억'과 '미인의 초상'으로 구성되어 선보인다. '도시의 기억'섹션에는 6.25전쟁을 전후한 시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역동적인 변화상과 그 속에서 살았던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이 코너에서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대도시로 성장해 가는 서울 곳곳의 모습이 다양한 시대, 다양한 각도의 사진들을 통해 지난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꿈구었던 그 시절 우리들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대형 파노라마 사진이 눈길을 끄는데, 이 사진들은 김한용이 남산에서 가까운 충무로에 '김한용 사진연구소'를 운영하면서 틈만 나면 남산에 올라가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시야로 서울파노라마 사진을 찍은 것이다. 그가 찍은 서울파노라마 사진은 6.25전쟁으로 서울이 파괴되기 직전인 194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약 60년에 걸쳐 시대별로 고루 갖추어져 있다. 이 파노라마 사진들은 카메라 기종에 따라 적게는 6장, 많게는 36장을 이어 붙여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7점의 대형 서울파노라마 사진이 선보인다.
또한 수원비행단 소속 대대장의 도움으로 헬기를 타고 촬영한 다수의 서울 항공사진이 공개되 주목을 끈다. 당시는 서울상공의 촬영이 거의 금지된 시절이었던 만큼 사진작가가 촬영한 이 항공사진들은 아주 희귀한 사진들로 평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지금은 사라진 8층짜리 반도호텔이 최고 고층건물로 보이는 1950년대의 서울 설경, 레오날도 다 빈치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동화백화점(현 신세계 백화점)과 오발탄이 한창 상영 중인 국제극장의 야경도 함께 볼 수 있다. 한편 김한용이 촬영한 사진으로 제작된 광고 포스터 70여점과 광고 속에 등장하는 당시의 상품들이 전시된 '미인의 초상'섹션에는 당시 서울을 주름잡았던 유명인들의 개성을 포착한 인물사진 58점도 함께 전시되어 당시 '광고사진의 대부'라는 말에 걸맞는 활동상도 함께 선보여 당시의 시대상을 살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