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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골프 칼럼]백목련이 피는 그린 필드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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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8호 김맹녕⁄ 2013.03.18 13:25:10

봄이 왔는가 했더니 심술궂은 꽃샘바람이 가슴을 헤집고 파고들어 뼛속까지 시리게 만든다. 봄이 오는 것을 아무리 시샘 해도 계절의 흐름은 어찌할 수 없는가보다. 양지바른 곳에는 새초롬이 작은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꽃을 피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주 봄을 맞아 지인들과 전라도 남쪽 바다에 연한 골프장으로 떠났다. 봄이 성큼 와 있는 골프장 페어웨이 주변 동백나무는 절정에 이르러 붉은 꽃잎을 떨어트리고 노란 개나리와 백목련은 막 꽃 봉우리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백목련은 하얀 미소를 머금은 채 봄 바람에 하늘하늘 흰나비처럼 흔들리며 목을 길게 빼고 있다. 저 멀리서 백마를 타고 달려올 것 만 같은 왕자를 기다리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처럼 아름답다. 계란을 세워놓은 것 같은 백목련 봉우리는 기다림과 외로움을 견디면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아쉬워하면서 오늘도 오지 않는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다. 골프코스 그린주변에 외롭게 서 있는 백목련 나무의 꽃망울을 바라보니 문득 봄의 정취가 가득담긴 장경옥 시인의 ‘고백’ 시가 떠오른다. 얀 백목련이 겨우내/ 안고 있던 비밀을 살며시/ 열어 보이는 봄날/ 하늘 향해 기원하던/ 순백의 소원을/ 이제야 마음 놓고 풀어헤치는/ 감추었던 속 내 다 보이는/ 이 화창한 날에/ 그대에게 하고 푼 말/ 사랑해! 시와 사랑과 낭만이 넘치는 봄날 골프코스에 서니 나의 삶은 풍족해진다.

골퍼들은 스코어에만 연연하지 말고 때로는 이렇게 마음을 비우고 봄이 오는 들판에 서서 자연의 숭고함의 섭리를 느껴야 한다. 잔디를 헤집고 올라오는 봄의 힘찬 박동소리와, 나뭇가지마다 초록빛 새싹의 향연과, 언덕 위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작은 시냇물의 속삭이며 흐르는 소리 그리고 창공을 나는 종달새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모진 겨울추위를 이기고 세상에 선보인 이런 자연의 소리들은 우리 인간에게 희망과 행복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봄 향기로 가득 찬 들판을 산책하니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3악장의 약동하는 봄의 느낌을 온 몸으로 느낄 수가 있다. 페어웨이 잔디는 아직도 누렇지만 담벼락 밑에 올망졸망 피어있는 수선화가 메마른 골퍼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해준다. 서울은 영하의 날씨가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마음에 봄이 와 있으면 봄은 머지않으리. - 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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