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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골프 세상만사]악마를 부르는 장타의 비결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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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1호 박현준⁄ 2013.04.08 13:18:59

김영두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소설가) 골퍼라면 프로건 아마추어건 누구라도 장타에 대한 염원이 있다. 나는 어느 싱글핸디캡 골퍼가 드라이버의 비거리를 10%만 늘릴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도 좋다고 탄식하는 소리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만일 드라이버로 티샷한 공이 동반자들보다 훨씬 멀리 나갔다고 치자. 다른 동반자들이 두 번째 샷을 위하여 우드나 롱아이언을 쥘 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미들아이언을 잡는다면, 혹은 피칭웨지를 잡을 수만 있다면… 아아,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가끔 골프에 막 입문한 초보골퍼들이 ‘골프의 정복’에 비법이 있는가를 내게 묻곤 한다. 그런데 나 역시 별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무릇 모든 일과 스포츠에서 그렇듯 시간과 땀과 스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골프를 남보다 잘 치는 방법은 자신의 몸에 맞는 클럽을 사용하여 부단하게 연습하고 체계적인 지도를 받는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온 세상을 통 털어 모든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모든 배우는 사람에게 똑 같이 전수하는 방법이지 딱히 비법이랄 수는 없다. 무림에서도 고수 검객이 수제자에게 물려주는 비장의 검법은 따로 있는 것처럼,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비법은 아무에게나 가르쳐주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내 돈을 따먹기만 하는 나쁜 골프친구에게 드라이버의 비거리를 늘리는 방법을 배웠다. 내 동창생인 그 나쁜 골프친구는 이번 월례회에서도 어김없이 장타상을 받았을 만큼 드라이버로 공을 멀리 날린다. 그의 아주 간결하고 힘찬 스윙은 보는 눈이 즐겁고, 클럽헤드가 공을 때리는 소리는 귀가 즐겁고, 샤프트가 두 편으로 가른 공기가 나뉘면서 일으키는 바람은 좋은 감촉으로 볼에 닿는다. 그는 팅그라운드를 내려오면서 장타의 비결을 채근하는 동반자들에게 “나는 공에 마누라 이름을 써. 공에다 마누라 이름을 써 놓으면 나도 모르게 젖 먹던 힘까지 돋우어서 곤장을 치듯 매우 치게 되지”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이어 “공에 마누라 이름을 써 놓으면 장점이 세 가지나 되거든. 비거리 늘어서 좋고, 스트레스 풀려서 좋고, 아내가 좋아해서 좋거든”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다른 동반자가 “부인이 왜 좋아해?”라고 묻자, 그는 “내가 마누라더러 여기에 이름을 써달라고 하거든. 당신 이름이 쓰인 공만이 내게 정타의 희열, 즉 스윗스팟(sweet spot)을 애무하는 감동을 안겨준다고 하면 울 마누라는 이렇게 멋지게 사인을 해준다네”라고 말했다. 이에 지금까지 한마디도 거들지 않고 침묵을 지키던 친구가 “아무리 멀리 나간다고 해도 나는 마누라 이름은 안 쓸 거야”라며 나섰다. 그러자 동반자들이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지금도 울 마누라는 싸돌아다니는 것이 취미인데, 공에 마누라 이름 써놓으면 얼씨구나 좋다고 OB말뚝 넘어서 숲으로 놀러가지 않겠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도 옳거니 해서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서 내가 전수한 방법은 당신의 부인께서 산으로, 들로 싸돌아다니지 않는 골퍼만 애용하시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거리가 늘지 않는다는 골퍼는 제발 내게 악마를 데려오시라. 내가 악마에게 영혼을, 만일 악마가 몸을 원한다면 몸이라도 팔아서 그 비법을 채득한 뒤에 독자들에게 전수할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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