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거래소로부터 세계적인 우량 강소기업 ‘히든챔피언’에 선정되기도 했던 벤처기업 세실은 2010년 말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내리막을 걸어 2011년 2월 10일 상장폐지됐다. 2010년엔 193억 원의 매출과 314억 원의 영업손실, 31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곧바로 동부그룹에 인수되어 비상장계열사로 편입됐던 것이다. 세실이 친환경 농업기술 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부는 2000년대 들어 가전, 시스템반도체, 로봇, LED, 태양에너지, 생물학적 방재사업 등 시너지효과가 높고 고부가가치가 기대되는 첨단 미래산업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동부그룹 주력 기업들의 성장내역도 주목된다. 첫째, 모기업인 동부건설이다. 1989년 3월 동부건설로 상호를 변경했고, 1995년에는 삼락기업을 인수했으며, 아랍에미리트, 미국 뉴욕, 태국 등에 해외지사를 설립했다. 1997년 1월에 동부산업을, 2000년 2월에는 삼산주택과 동부고속을 흡수 합병했다. 2001년에는 동부부산컨테이너터미널(주) 합작투자법인을 설립하고, 2003년에 철강재 설치공사업을 (주)동부에 양도했으며, 2007년 훼미리넷(주)으로부터 택배 사업부문을 양수받아 이때부터 택배사업을 개시했다. 2011년 1월에 물류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주)동부익스프레스를 설립했다. 종속회사로는 종합 물류, 브랜드콜택시, 고속버스, 시외버스, 전세버스운영업체인 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엔지니어링, 부동산업체인 (주)화인어드밴타스에이앰씨, 광산개발업체인 동부오스트레일리아(Dongbu Australia Pty. Ltd.) 등이 있다. 동부건설은 2010년 현재 자산 2조2489억 원, 매출 2조1559억 원의 거대 건설업체로 성장했다. 둘째, 동부제철이다. 1985년 1월에 동부제강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1986년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으며 1995년에는 PEB공장을 준공했다. 1999년에는 세계 철강업계 최초로 원료 투입에서 제품 출고까지의 전공정을 완전 자동화한 아산만 냉연공장을 준공하고 2000년 ‘5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00년대 로봇, LED 등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에 방점 2003년에 인천공장 특수칼라도장강판(MCCL)을 준공하고, 2005년에는 ‘9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으며, 2007년 11월에는 제철사업에 새로 진출해서 국내 최대의 전기로 일관제철소(조강생산능력 300만톤) 건설 공사에 착수했다. 2008년에 동부제철로 상호를 변경했으며, 2009년 아산만 전기로 제철공장을 준공했다. 2010년 11월에는 ‘10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뒤 선재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동부특수강(주)을 설립했다.
아산만공장, 인천공장, 포항공장 등의 생산기지를 갖춘 동부제철은 2010년 현재 자산 5조1698억 원에 3조6641억 원의 매출을 시현했다. 셋째, 금융부문이다. 1995년 10월에 동부화재해상보험으로 개명했다. 1994년에 개인연금보험 판매를, 1999년에는 퇴직보험 판매를 각각 개시했으며, 2001년에는 권원보험사업 인가를 획득했다. 2009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점을 개설했고, 2011년 3월 중국 칭다오(靑島)에 보험중개 합자법인을 설립했다. 동부화재해상보험은 동부그룹 금융분야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2010년 현재 자산 12조8713억 원에 매출액은 8조3204억 원을 기록했다. 동부생명보험은 1989년에 동부애트나생명보험으로 설립되어 1995년에 동부생명으로 변경했다. 2001년 3월 프랑스 AXA그룹의 지분을 동부그룹에서 전액 인수했는데, 주요 사업은 인(人)보험, 인보험에 대한 재보험계약 및 관련 자산운용으로 2012년 3월 현재 총자산은 5조9737억원이었다. 동부증권은 1982년 12월 납입자본금 200억 원의 국민투자금융(주)으로 설립된 뒤, 1988년 동부투자금융(주)을 거쳐 1991년 7월에 동부증권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증권업 영업을 개시했다. 1995년에는 외국에서의 증권업 인가와 회사채 지급보증업무 인가를 취득하고, 1997년 1월 동부투자신탁운용을 설립했으며, 1999년 2월부터 홈트레이딩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1년에 선물업 및 투자자문업 인가를 취득했으며, 2003년에는 방카슈랑스를 추가하고 투자일임업 인가를 취득했다. 2004년 (주)겟모어증권중개를 인수합병했고, 2007년에 장외파생금융상품 거래업무인가를 취득했으며, 2009년에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취득했다. 2011년 현재 총자산 4조5064억 원에 매출액은 1조375억 원이다.
건설, 철강, 금융 부문 등 주력 기업으로 부상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증권은 (주)동부저축은행, 동부자산운용, 동부캐피탈과 함께 금융소그룹을 형성했다. 넷째, 농자재 전문기업인 ㈜동부팜한농이다. 1995년 5월 동부그룹에 인수된 뒤 1996년 12월 동부한농화학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1997년 3월 동부화학(주)과 합병했다. 1999년 9월에 무역사업부를 신설하고, 11월에는 합금철사업부를 양수했으며, 2001년 1월 동부한농종묘(주)와 합병했다. 2006년 3월에 (주)동부한농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2007년 5월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주업종으로 하는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흡수합병해 (주)동부하이텍으로 새롭게 출범했으며, 2008년 2월에 금속재료 사업부를 분리해서 (주)동부메탈을 설립했다. 반도체 부문과 농업 부문의 사업을 병행하다가, 2010년 6월 농업부문을 분리해서 (주)동부한농으로 분사했다. 2012년 6월 ㈜동부팜한농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작물보호제(농약), 비료·상토, 종묘, 동물약품과 친환경 자재 등의 개발 및 생산, 공급이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문지동 103-2번지에 농생명연구소, 울산광역시 남구 매암동 523번지에는 비료·화공·상토공장, 경상북도 구미시 공단동 323번지에 작물보호제(농약)공장, 충청남도 아산시 득산동 312-23번지에 동물약품공장이 있으며, 중국 헤이룽장성과 호주에서 해외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섯째,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업체인 ㈜동부하이텍이다. 동부는 1983년 미국 몬산토와 합작으로 국내 최초의 실리콘 웨이퍼 생산 전문업체인 ㈜코실을 설립하여 반도체 산업에 진출했다. 1997년 동부전자를 설립하고 IBM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사업에 진출했지만, IMF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반도체사업을 중단했다. 동부전자는 사업 방향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으로 전환하고 2000년 상우공장을 완공, 2001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2002년 아남반도체를 인수·합병하여 동부아남반도체를 출범시켰으며, 2005년 동부일렉트로닉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동부일렉트로닉스는 2007년 동부한농과 합병하여 동부하이텍으로 출범했다. 동부하이텍은 2008년 2월 금속재료사업부문을 동부메탈로 분할하고, 2010년 6월에는 농업 사업부문을 ㈜동부한농으로 물적분할했다. 불황 속 뚝심경영 빛났지만 배임 등 혐의로 오점 남겨 동부하이텍의 주요사업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이다. 첨단산업인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과 높은 기술장벽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4,000억원 매출에 4,000억원 적자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반전의 계기를 잡은 것은 2007년 아날로그반도체를 전략사업으로 선정하고, 2010년 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른 때부터였다. 아날로그반도체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이 늘어나면서 2012년 3분기까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사업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간 단위 흑자의 기대를 높였지만, 아쉽게도 흑자 전환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재무구조 개선 측면에서도 큰 진전을 이뤘다.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사업 초기 2조원에 달했던 차입금은 현재 6천억원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드디어 반도체사업이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다. 올해에는 터치스크린칩, 의료기기칩 등 아날로그반도체의 생산 비중을 더욱 늘려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대우일렉 가전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1971년 11월에 설립한 동부고속은 1972년부터 서울-여주-이천-용인 간 고속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1979년 6월 대영실업과 부산운수를, 1979년 11월 한미면업을 흡수합병해서 화물운송, 보관업, 항만하역사업 진출로 종합물류업체로 성장했으며, 1997년 광양항, 1998년 부산 감만항의 컨테이너 전용부두 운영권을 확보해 물류사업의 성장기반을 구축했다. 2000년 2월 동부건설에 흡수합병되고, 같은 해 7월에 5개의 노선을 KD운송그룹에 매각했다. 국내외 물류·택배·콜택시·고속버스·시외버스·전세버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1969년 자본금 2500만 원의 미륭건설은 창업 44년 만에 철강/금속/화학분야 농업/건강/유통분야, 그리고 전자/IT/반도체분야, 건설/에너지/부동산분야, 물류/여객/콘텐츠분야, 금융(보험/증권/은행)분야 등 60여의 계열사와 3만5000여 임직원을 거느린 자산총액 60조 원, 매출액 30조 원 의 복합기업집단인 동부그룹으로 성장했다. 공기업을 제외한 재계서열은 2011년 현재 16위다. 동부는 한국전쟁 이래 최대의 국난(國難)으로 치부되던 1997년 외환위기 격랑 속에서도 퇴출당한 계열사가 단 한곳도 없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반도체와 철강분야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등 저력을 발휘했다. 불황속의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뚝심경영의 창업자 김준기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동부도 기업윤리 측면에서 아쉬운 흠집을 남겼다. 2004년 5월 14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백호익 동부건설 대표 부회장, 안상기 동부건설 부사장 등 3명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것이다. 2000년 12월 동부건설 자사주의 35%에 해당하는 763만주를 김 회장에게 헐값에 외상으로 매각해 동부건설에 622억 원의 손실을 끼치고, 2003년 6월에는 김 회장과 그룹 계열사에 동부월드 주식 101만주를 주당 1원에 저가 매도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였다. 백 부회장 등은 2002년에 동부건설의 동부월드 대출에 대한 보증채무 505억 원을 재무제표에서 누락하는 등 증권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이 사건으로 김준기는 2009년 10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받았으나 2010년 8.15 광복절을 맞아 특별 사면됐다. 동부그룹은 1970년대 초반 중동건설시장에 선발업체로 진출해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고 이후 전기로제철, 합금철, 선재, 농약, 비료, 종자, 실리콘웨이퍼, 시스템반도체, 발전소 같은 기간산업 중심의 영역들을 개척해 오늘의 동부가 됐다. - 이한구 수원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