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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홍성걸 교수 “창조경제 정답은 없다 논란은 구시대적 발상”

창조경제 첨병 공무원에 인센티브 줘 창의력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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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4호 최정숙⁄ 2013.04.29 15:02:59

“창조경제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정답이 없는 걸 갖고 자꾸 정답을 찾으라고 하면 됩니까?” 정치권은 한동안 박근혜정부의 핵심 기조인 ‘창조경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한창일 때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창조경제가 뭐냐고 따지듯 물었다. 하지만 창조경제에 대한 홍성걸 교수의 답은 명쾌했다. ‘정답은 없다’였다. 사실 우리는 교육의 문제점을 얘기할 때 주입식, 암기 위주의 교육을 지적해왔다. 그러면서 창의적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창조경제라는 단어에 많은 의원들은 개념을 정리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 교수는 “창조경제의 개념을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한 마디로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가 볼 때 대학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계속되고 너도나도 똑같은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는 한 창조경제는 먼 얘기다. 홍 교수는 “정부는 공무원이 마음껏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 국정을 혁신할 수 있는 개방형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스스로 창조경제의 첨병이 돼 민간의 창의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게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공무원들은 수동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충분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창조경제, 바꿔 말하면 경제를 창조한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제가수가 된 싸이를 언급하며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을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아왔다. 또 22일에는 빌 게이츠 회장을, 26일에는 구글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 회장을 각각 접견하며 창조경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앞 다퉈 창조경제 관련 행사를 열고 있다. 24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허창수)가 ‘창조경제특별위원회’ 발족식을 가졌다. 홍 교수는 경제민주화나 창조경제 모두 잘 살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5년 뒤 어떤 평가를 받을까. 다음은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와 23일 가진 일문일답. - 창조경제의 개념을 두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한마디로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했다. “창조경제에는 정답이 없다. 자꾸 정답 찾기를 하는데 정답이 없는 걸 갖고 정답을 찾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창조한다는 것은 아무도 안 한 것을 하는 거다. 문자 그대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경제나 사회를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서 만들 수 있는 창조경제는 무한하다. 그래서 창조경제의 개념이 뭐냐를 말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인 거다. 애플과 삼성전자를 한 번 보자. 애플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정보기술(IT)산업의 새 지평을 열었다. 후발자인 삼성은 열심히 해서 애플을 따라잡았다. 하지만 아직 그에 버금가는 창조적 세계는 만들지 못했다. 노력만으로는 창조시대를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후발자의 이익은 남들이 해 놨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거듭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이제는 우리가 먼저 만들어 가야 할 시대다. 창의적 인재를 양성해서 그들이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것이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요즘 시대에 지적재산권이 중요한 이유다. 창조경제의 정의를 논하기보다 어떻게 해야 경제를 살리고 행복하고 풍요로운 국민의 삶을 창조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 박근혜정부가 경제민주화를 창조경제의 한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주장이 있다. “창조경제도 수단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잘 먹고 잘 살자는 거다. 경제민주화나 창조경제나 똑같은 수단이다. 대한민국이 큰 격차와 갈등 없이 잘 살아야 한다는 과제 아래 이 모두는 수단인 거다. 대기업에 지원하는 것은 해외에 진출할 국가대표를 만드는 거다. 과거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성장했다. 재벌들이 국민세금으로 막대한 부를 누렸으면 이제는 국민이 어렵고 힘들 때 되갚을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들만 잘 먹고 잘 살려고 한다. 사돈에 팔촌이 빵집을 하니 문제다. 재벌의 지배 구조를 개편하는 것 등이 경제민주화다. 보면 이는 목표가 될 수 없다. 경제민주화도 수단인 거다. 북핵보다 더 무서운 적이 경제라고 하지 않나. 지금은 소위 경제민주화 메뉴가 다양하다. 약한 것부터 해야 한다. 대기업이 누리는 혜택 중에 하나가 산업용 전기요금이다. 올리지 않으면 수급 조절이 안 된다. 한전도 계속 적자고,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하던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달라졌다. 경제민주화는 반드시 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민주화 약속을 너무 지키려고 하면 안 된다. 최종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이젠 기업들도 국민들을 위해 내놓을 때가 됐다. 사회지배층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보여야 한다. 문제는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하면 안 된다는 거다. 우리가 병을 고치려고 강한 약을 썼다고 하자. 병은 고칠 수 있을지 몰라도 생사를 달리 할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기업을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는 아니다’ 등 발언에 대해 야당은 경제민주화가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지난번 경제민주화 발언은 잘했다고 본다. 경제민주화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와 소극적으로 해야 할 때가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경제민주화를 반드시 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기류가 있는데 그건 아니다. 최종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경제민주화 중 일부는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는데 부합한다. 이런 것들은 바람직하다. 최근 경제민주화 법안 중에 대기업그룹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원칙적으로 ‘일감몰아주기’로 규정해 금지시키는 입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있다. 국내도 그렇지만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을 보면 수직계열화가 보편적인 산업구조다. 모두가 다 수직계열화 한 것은 아니다. 애플은 수직계열화를 하지 않았다. 대신 하도급 업체를 박하게 쥐어짰다. 그래서 재료 공급이 안 되거나 하면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삼성은 일정 수준 이상을 자체 생산 한다. 생산 계획이 잘 짜여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기업의 핵심 역량에 해당하는 것은 수직계열화 하는 것이 맞다. 이것이 핵심 역량인지 아닌지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조정하면 된다. 여기서 일감 몰아주기냐 아니냐를 판단해서 하면 되는 거다.”

-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의계약으로 그룹 내 계열사에 맡겨오던 광고와 물류 분야의 일감 일부를 경쟁 입찰을 통해 중소기업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만시지탄이 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했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핵심은 뭘 한다 안 한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느냐를 모니터 하는 거다. 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몇 만 명을 뽑겠다고 했을 때 실제로 이뤄졌는지 봐야 한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약속을 지키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가 그렇게 한다고 밝힌 것은 좋은데 실제 그렇게 하는지, 부품을 제공하는 중소기업들이 제값을 받고 하고 있는지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현금 결제를 하는 지도 봐야 한다. 중소기업한테는 어음으로 결제하는 것은 안 된다. 이런 것들을 지속적으로 언론에서 관심을 갖고 봐야 한다.” - 박근혜정부의 4.1 부동산 활성화 대책 어떻게 보는지. “전반적으로 볼 때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할 정도로 포괄적이더라. 문제는 부동산이 수요는 적고 공급은 과잉상태라는 거다. 결국 부동산시장의 구조조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가 전세제도다. 전세 값은 올라가는데 집값은 떨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사람들이 전세만 찾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을 가진 사람들은 월세를 원한다. 정부가 수요 창출을 위해 주택을 구입하면 양도세와 취득세를 면제하는 것 등을 대책으로 내놨는데 전세제도가 그대로 남아있는 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요자는 전세를 원하고 공급자는 전세를 원하지 않으니 결국 시장을 바꾸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국가가 나서서 전세를 주던가 하는 거다.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악화된 원인 중 하나는 공공부문에 대한 임대주택공급이다. 물론 저소득층을 기준으로 했지만.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공급이 과잉 되는 것을 부채질 한 거다. 시장의 여러 원인을 본다면 궁극적으로 건설산업 분야의 구조조정과 전세제도의 퇴출이 언젠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 민주통합당은 '박근혜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강남 살리기 낡은 패러다임' 또한 '부자감세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과거 부동산 대책을 수도 없이 발표 한 당이 민주당이었다. 정부 대책에 문제가 있으면 더 좋은 대책을 제시하는 게 맞다. 정부여당만의 책임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지, 대책 없이 비난만 하는 것은 잘못됐다.” - 22일 국민행복기금 가접수를 받았더니 채무조정신청자가 굉장히 많이 몰렸다.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구제는 필요하지만 방식을 바꿔야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인 채무 탕감은 안 된다. 복지는 권리가 아니다. 그런데 구제를 받은 사람 중에는 권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이 존중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혹자들은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은 도둑질해서 낸다고 생각하더라. 복지도 좋지만 세금을 잘 내는 사람들을 여러 가지로 존중해 주고 대접해주고 하는 것을 늘려야 한다. 세금을 많이 낸 사람들의 자녀들에게 혜택을 주고 해서 누구든지 세금을 더 내고 싶어 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국민행복기금 조성을 했지만 부채 탕감이 전 정부에서부터 벌써 4번째다. 부채를 탕감해 주는 대신 의무적으로 일을 하게 하던가 하는 식으로 부채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은 일손이 모자라서 외국인들이 일을 하고 있지 않나. 이런 문제들도 생각해 봐야 한다.” - 박근혜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부자감세의 일환’이라고 하는 야권은 앞서 이명박정부에도 ‘부자감세’를 했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부자감세’라는 비난을 받은 경제정책은 사실 이명박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야당에서 부자감세 용어를 쓴 이유는 국민들에게 확 와 닿기 때문이다. 부자감세라는 표현은 사실상 과장된 측면이 있다. 우리가 법인세를 갖고 부자감세 했다고 안 한다. 개인소득세 갖고 얘기하는 거다. 개인소득세는 1년에 최소 13조원 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350조원이다. 이를 놓고 보면 사실 개인소득세는 얼마 안 걷어 들이는 거다. 감세를 하게 되면 당연히 세금 내는 사람들한테 세금을 줄여 주는 거 아닌가.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을 대상으로 더 줄여 주는 것은 당연한 거다. 나름 경제정책을 잘했다는 얘기는 부자감세 때문이 아니라 경제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이렇게 일찍 받아들인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통계를 찾아보면 세계경제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곤두박질쳤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수출도 급격하게 감소했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의 산업분야가 국내 소비 능력보다 훨씬 많은 것을 생산하고 있다. 때문에 수출이 안 되면 주저앉는 거다. 수출의존도가 90% 넘을 때도 있었다. 세계 경기가 나빠질 때 할 수 있는 것은 빨리 재정지출을 확대해서 소비를 진작 시키고 기업들이 돌아 갈 수 있도록 하는 거다. 그것이 가장 큰 복지정책이나 마찬가지다. 기업이 멈추면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된다. 2009년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두 군데를 제외하고 세계 주요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플러스 성장한 곳은 자연 자원이 풍부해 원자재 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나라들이 2~3% 성장한 거다. 반면 제조업을 기반으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곤두박질 쳤지만 0.2% 플러스 성장했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주요국들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하지 못했다면 기업들은 순식간에 무너졌을 수도 있다. 과거 외환위기보다 더 혹독한 경험이 될 수도 있는 거다. 그런 것들을 잘해서 경제정책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한 거다. OECD 국가 중에서 평균 경제성장률 3위를 기록했으니 국내 기준으로 못한 거처럼 보이지만 세계적 기준으로는 잘한 셈이다.” - 박근혜 대통령의 안보 위기 대응력은 어떻게 보나. “예상했던 것보다는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 여성리더십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낫다는 생각이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가장 잘 하는 것이 외교안보 분야다. 북한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해 현 시점에서 맺고 끊고 하는 것이 분명하다. 현시점에서는 개성공단 폐쇄를 장기화 하면 할수록 북한이 손해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돈으로 사는 평화는 평화가 될 수 없다. 악순환의 고리가 끊는 것이 필요하다.” - 최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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