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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남극 탐험대가 준 교훈 “리더의 위기, 진정성이 답이다”

조성용 한국리더십센터 자문위원 (경영학 박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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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7호 이진우⁄ 2013.05.20 14:02:44

섀클턴은 이미 남극을 두 번이나 탐험하고 돌아온 국민적 영웅이었다. 한 번은 남극점에서 불과 150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함으로써 탐험 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남다른 업적과 쏟아지는 찬사에도 불구하고 남극점을 향한 그의 도전은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만다. 새클턴이 가지고 있는 탐험가로서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다름 아닌 그의 낙천성에 있었다. 만일 그가 냉정하지 못했거나, 욕심이 더 많았다면 지난 두 번째 탐험에서 남극점을 최초로 정복한 주인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랬다면 그는 물론 함께 했던 대원들 역시, 남극점을 최초로 정복했으나 자신을 비롯한 전 대원이 장렬하게 전사한 스콧 탐험대와 같은 운명이 되었을 것이다. 당시 섀클턴이 후퇴하기로 결정한 것은 실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그의 특징인 낙천적인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또다시 기회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박사는 “섀클턴은 부하를 먼저 생각하는 리더로 널리 인정받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에게 절대적인 믿음과 충성을 보였다”면서 “진정성 있는 리더십은 상대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인간존중의 바탕위에서 나온다. 섀클턴은 그에게 항명했던 대원에게도 진정성으로 다가가서 가장 충성스러운 조력자로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조직에서 주어진 도전과제가 한계상황(Edge)에 직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 그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몇 차례 정도의 어려운 역경을 맞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고비를 넘기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가면, 당시에는 최악의 한계상황이라고 생각했던 역경이 사실상 그다지 어려웠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섀클턴과 그의 대원들에게 남극은 무엇이었을까? 비록 어렵기는 하지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었기에 목숨을 걸고 탐험에 나섰을 것이다. 또한 섀클턴이 대원을 선발할 때 방식을 보면, 이 위대한 탐험가는 탐험 경력이나 과학 지식 따위는 전혀 묻지 않고 느닷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느냐고 물어 면접자를 당혹케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이 매우 적절한 것이었음은 훗날 증명됐다. 새클턴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화려한 경력의 이력서가 아니라 탐험대원으로서의 ‘마음자세’였던 것이다. 조직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는 진정성 있는 리더십과 팀워크가 잘 조화를 이루어야 극복할 수 있다. 직원이 부정적인 마음자세로 리더를 믿지 못한다면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조직은 그야말로 오합지졸이 될 것이다. 그래서 리더는 진정성을 가지고 직원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통해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 인듀어런스호가 항해 도중에 부빙(빙산이 둥둥 떠다니는 것)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됐다. 만약 조직에서 이러한 역경상황에 처하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하나? 얼음에 붙잡힌 인듀어런스호에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결국 싫건 좋건 배를 월동기지 삼아 그곳에서 겨울을 보내야 했다. 또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섀클턴은 진정으로 위대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현재 상황에 대해 전혀 화를 내지도 않았고, 비관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도 없었다. 그저 얼음위에서 겨울을 보내야 한다고 짤막하게 말하며 대원들과 함께 월동준비에 충실했다. 조직이 처한 역경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단결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합력해서 ‘바쁘게 움직이는 일(목표)’을 만들어야 한다. 일을 통해서 팀의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고, 부정적인 생각을 지울 수 있다. 또 어려운 때일수록 직원들에게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 부빙 사이에 있던 빙산이 융기하면서 인듀어런스호가 완파됐다.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배가 침몰한 것은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대원들은 불안과 초조, 그리고 공포로 혼란스럽다. 섀클턴은 마침내 배를 포기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배에 남아 있던 보트 3척과 썰매를 맬 개들을 대피시키고 모든 물품들을 얼음위로 내렸다. 이후 제비뽑기를 통해 물품들을 대원들에게 배정했다. 그런데 한 대원이 “당시 제비뽑기가 약간 조작되었다. 새클턴 대장과 와일드 부대장, 워슬리 선장, 그리고 다른 고급대원들 모두가 ‘울 백’을 뽑았기 때문이다. 품질이 좋고 따뜻한 ‘가죽 백’은 모두 일반대원들의 몫이었다”고 후일 증언했다. 조직이 이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리더는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결정을 해야 한다. 리더를 비롯한 직원들의 마음에는 걱정이 넘쳐흐를 것이다. ‘걱정은 목표가 없는 에너지’라고도 한다. 아예 걱정이 없다는 말은 사실상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말과 무엇이 다를까. 리더는 역경에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직원들을 다독거려야 한다. 또 직원들에게 새로운 목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여전히 희망이 남아있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역경을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단결심을 불어 넣어주어야 한다.

- 탐험대에서 유일한 항명사건이 발생했다. 섀클턴은 규율을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든 일은 그의 동의를 받아 이루어졌다. 대원들은 그의 말이 ‘명령’이어서 라기 보다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에게 복종했다. 그는 늘 공정했으며, 의복을 비롯한 모든 물품들을 고급대원들보다 일반대원들에게 먼저 분배했다. 워슬리 선장도 “일반대원들의 물품이 먼저 떨어지는 경우는 없었다”고 일기에 적은 바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섀클턴은 무시무시한 남극의 강풍이 불어 닥치며, 심한 눈보라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빨리 목표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행군을 강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목수였던 맥니시만 유일하게 반기를 들며 반대했다. 그는 지금 행군을 강행한다면 모두 다 죽을 수밖에 없다며 명령에 따를 수 없다고 항명했다. 섀클턴은 맥니시를 여러 차례 설득했으나 통하지 않자, 그를 버려둔 채 행군을 강행했다. 결국 맥니시도 탐험대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행군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멈춰야 했고 캠프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섀클턴은 맥니시의 텐트를 방문했다. “당신의 판단이 옳았다. 나의 실수로 인해 탐험대 전체가 위험에 처할 뻔 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 어리석었던 나를 용서해다오” 이 사건 이후 맥니시는 탐험대에서 섀클턴의 가장 충성스러운 부하가 되었으며,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그의 명령이라면 가장 앞장서서 달려 나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리더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자신의 권위에 상처를 받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게 되면 직원들은 과연 어떤 행동을 보일까. - 조직 내에서 반기를 드는 직원이 있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조직에서 갈등은 언제나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몇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상호 존중이다. 상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가치관)을 이해해 주고, 이를 존중하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상대 역시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 공감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둘째는 수평적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크던 작던 갈등이 일어나면 대개는 ‘남 탓’을 먼저 하게 된다. 이것은 수직적 사고이다. 수직적 사고로 갈등을 대하면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이 더욱 커지는 상황을 종종 보게 된다. 수평적 사고는 ‘내 탓’이라고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인 실천방법으로서 분노가 일어날 땐 이를 나누어 해소할 수 있도록 하자. 또 반대자와 다투지 않고 껴안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힘겨루기는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직 내 근본적 문제를 함께 찾고 인식함으로써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도록 하자.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돌이켜보면 나 역시 어려운 역경을 극복하면서 이 자리에 온 것 같다. 가장 처음 힘들었던 때가 군입대가 아닌가 싶다. 낯선 곳에 강제로 끌려와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부자유스러운 조직생활을 강요받는 것이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추억으로 남지 않는가. 다음으로는 현대그룹에서 일할 때다. 처음에 입사했는데 신입사원인 나를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으로 파견했다. 당시 아무것도 모르던 나는 힘들어 하면서도 우리 팀장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존경심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2년 정도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일했더니 거의 ‘도사’가 되더라. 결국 이것도 지나고 보니 한계상황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고통이나 고난은 숙명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극복하고 나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성장한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계상황으로 여겨지는 것들은 아마도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 아닐까. 역경 극복을 위한 10가지 리더십 전략 1. 궁극적인 목표를 잊지 말라. 그리고 단기적인 목표달성에 총력을 기울여라. 2. 눈에 보이고, 기억할 만한 상징과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라. 3. 낙천적 마인드와 자기 확신을 가져라.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라. 4. 자신을 돌보라. 체력을 유지하고 죄책감에서 벗어나라. 5. 팀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화하라. 6. 신분 차이를 최소화하고, 서로에 대해 예의를 지키고 존중하도록 하라. 7. 갈등을 극복하라. 8. 축하할 일, 그리고 함께 웃을 일을 찾아라. 9. 큰 모험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라. 10. 절대 포기하지 마라. 항상 또 다른 방법이 있다.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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