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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독서경영대학 지상공개-8탄]적의 칼로 싸우는 게 ‘다름경영’

이명우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특임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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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8호 이진우⁄ 2013.05.27 11:44:26

미국마케팅협회 회장을 역임한 와튼스쿨의 조지 데이 교수는 “경쟁에서 이기는 기업은 경쟁자보다 빨리 시장의 중요한 변화를 알아내는 능력에서 다른 기업과 차별화 된다”고 강조하면서 이 독특한 능력을 ‘마켓센싱 능력’이라고 불렀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 시장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간파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켓센싱의 핵심이다. 즉 마켓센싱이란 지금 우리 회사(혹은 우리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속한 시장이 어떤 곳인지, 그곳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역량을 말한다. 제아무리 혼자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시장과 동떨어진 노력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는 것이 비즈니스의 세계다. 결국 비즈니스에 있어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파악한 흐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의 문제다. 다시 말해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아는 것에서 나아가 변화하는 시장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찾는 것이 마켓센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우리가 흔히 겪는 일 중의 하나로 어떤 모임에서 대화를 하다보면 주위가 상당히 시끄러워 옆자리 사람들의 얘기가 잘 들리지 않는다. 한데 이때 누군가 내 이름을 언급하며 대화를 할 때면 희한하게도 내 이름 석 자가 분명히 들리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확정편향오류’라는 것으로 관심 있는 대상만 바라보기 때문에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현상이다”면서 “마켓센싱을 잘 하려면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봐야 하고 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와 의문(Why?)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마켓센싱을 잘 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끝까지 원인을 찾아 분석한다. 반면 결과가 좋으면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이때 좋았던 결과를 간과하게 되면 이후에 크게 낭패를 볼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내가 과거 삼성전자에서 근무할 당시 중동시장에 TV를 수출한 적이 있다. 알다시피 중동 지역은 유목생활을 주로 한다. 유목민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로, 이들은 저녁때가 되면 밖으로 나가서 휴식을 즐긴다. 그래서 TV도 함께 가지고 나가서 자동차의 전원에 연결해 TV 시청을 하곤 한다. 그런데 당시 삼성의 TV에는 클립잭이라는 부속품이 있어서 자동차의 시동을 켜지 않고도 배터리에 연결만 하면 충전돼 있는 전원으로도 시청이 가능했다. 따라서 처음에는 1000대 정도 판매했던 실적이 불과 1년도 안되어 열배가 넘는 1만대의 오더가 들어왔다. 본사에 연락해 클립잭 덕분에 판매가 호조라고 보고했더니, 본사에서 답하길 클립잭은 사실 남미 쪽에서 오더했던 것을 포장과정에서 실수한 것이라며 원래대로 바로잡아 선적하겠다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내가 펄쩍 뛰면서 안 된다고, 앞으로도 계속 클립잭을 넣어서 보내라고 한 적이 있다. 우연한 실수를 통해 시장의 잠재욕구를 찾아내게 된 에피소드다. 따라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도, 왜 좋은 결과가 나왔는지 반드시 확인해야만 한다. 또 나만 보면 안 된다. 상대방의 관점에서도 끊임없이 관찰해야 하고, 고객과 접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협업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머리를 맞대면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 업의 개념이 중요하다. 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오늘날의 비즈니스는 업의 개념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바탕으로, 살아있는 생선을 제때 전 세계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업체들만이 생존하는 환경이 되어 있다. 당신이 현재 팔고 있는 것이 건어물인가. 아니면 생선인가. 업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끝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산업과 기술, 고객의 욕구, 외부환경 등이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하며 핵심역량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업의 개념을 끊임없이 재창조해야 한다. 업의 개념이야말로 비즈니스의 본질이자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우선 시장을 넓게 재정의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기존 시장에서 기존의 룰로 싸우는 다른 기업에서는 보이지 않는 시장이 열리고, 남과 다르게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사업의 기존 정의에 도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하고, 입체적 사고를 통해,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등 기존과는 전혀 다른 업의 개념을 설정하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이다.

- 누가 경쟁자인지 시장의 범위를 확대해 보면. 코카콜라는 누구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을까? 펩시콜라일까? 전혀 아니다. 코카콜라는 물을 포함한 모든 음료수를 제조하는 업체를 자신의 경쟁자로 여긴다. 콜라시장에서만 보면 코카콜라가 과반이 넘는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시장의 범위를 넓혀 놓고 보니 코카콜라의 시장점유율은 고작 3%에 불과하다. 당연히 혁신이 나올 수밖에. 세계 최초의 저가항공사인 Southwest Airline은 펀 경영, 많은 이익, 높은 승객만족도의 세 가지로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면 가격 결정을 하게 된다. Southwest Airline이 사업에 진출할 당시 미국의 대형항공사를 비롯한 저가항공사들의 항공료는 62~100달러 정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회사의 CEO는 가격을 15달러로 책정했다. 당연히 내부 임직원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도대체 이 가격으로 사업이 지속가능한가?’라고. 사실 Southwest Airline의 신임 CEO는 자신들의 경쟁자를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로 여긴 것이다. 당시 고속버스 운임이 12달러였기에 15달러를 적정한 가격으로 봤다. 그리고 원가를 맞추기 위해 운항시간을 늘리고 회항시간을 단축했다. 운항과정의 혁신은 F1에서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F1 경주과정을 보면 경기 도중 휴식시간에 수많은 정비사들이 달려들어 빠른 속도로 정비를 마치고 다시 경주에 임한다. 여기에서 그는 해법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전혀 다른 산업에서 배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지속가능한 경영능력을 확보하고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니는 왜 아이팟을 만들지 못했을까? 소니는 애플보다 뮤직플레이어를 먼저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무시했다. 또한 내부 사업부의 과당경쟁(Silo)으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전혀 얻지 못한 것이다. 소니는 Vaio(Music Clip), Audio(Digital Walkman), AIWA(MP3, USB Audio) 등의 브랜드와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들의 수평적인 네트워크 부재로 인해 회사 내부의 공조와 상호간 적절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반면 무색·무미·무취의 제품인 보드카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낸 Absolut Vodka는 좋은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우선 광고 전략이 좋았다. 여러 매체에 믹스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일반적인 광고 전략을 무시하고 잡지에만 광고를 했으며, 지역과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술병 모양으로 디자인을 형상화해 제품의 인지도를 높였던 것이 주효했다. 그런데 좋은 브랜드 탄생의 진정한 배경에는 Absolut Vodka의 타협하지 않았던 품질에 있었다. ‘물맛이 술맛이다’는 모토 아래 물이 좋은 스웨덴의 외딴 마을에서 오직 호밀로만 보드카를 제조했다. 단일 공장에서 생산되는 최고의 품질을 확보하는 본질에 충실한 결과였던 것이다. 시장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속성에 대한 겸허한 이해가 필요하다. 시장은 언제나 마케팅 활동보다 빨리 변한다는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전략을 이끌어 낼 수가 없다. 또 하나는 시장은 언제나 새로운 승자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시장은 1등이 되기 전까지는 응원을 해준다. 하지만 1등이 되고 나면 혹독한 견제가 뒤따른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실수했을 때 치명타를 날리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겸허하게 철저히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의 경험을 통해 볼 때 고민하는 것만큼 얻는 것 같다. 나에게 시간이 허락되는 한, 시간이 다 되어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다른 관점에서 항상 고민하고, 주어진 시간 내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 한계상황까지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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