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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밀양 송전탑 갈등, 터키 원전 수주 실패…“선진국 문턱에서 헤매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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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8호 김경훈⁄ 2013.05.27 11:45:25

우리나라는 전기(電氣) 선진국이다. 품질 좋고 값싸 물 쓰듯 전기 쓴다. 세계 1위 반도체강국도 따지고 보면 최고급 전기 덕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현대건설 등 초일류 기업의 경쟁력은 전기에서 나온다. 전기는 글로벌 경쟁력이자 산업의 대동맥이다. 통하지 않으면 탈난다. (불통즉통 不通則痛) 전기는 한 번 생산하면 저장이 어렵다. 실어 날라야 한다. 적재적소 송배전(送配電)이 생명이다. 인체로 보면 경락과 경혈이다. 봄이 실종된 뜨거운 5월에 에너지원 전기를 떠올린 건 다름 아니다. 첫째가 경남 밀양 송전탑 공사 갈등, 둘째는 터키 원전 수주 실패의 아쉬움 때문이다. 대규모 정전사태, 블랙아웃 우려도 한몫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세계 1위는 품질 좋고 값싼 전기 덕 밀양 송전탑 공사(765kV)가 5월 20일 재개됐다. 신고리 원전 3호기 상업운전 시기인 7월에 맞춘 것이다. 올 12월 준공 목표로 총사업비 5200억원에 161개 송전탑을 세우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2008년 8월 착공 후 유독 밀양 지역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합세한 모양이다. 공사 반대 측 핵심 주장은 지중화 요구와 고압선 위험이다. 송전탑으로 인한 암 유발도 경고한다. 그러나 송전탑 지중화 비용은 만만찮다. 2조원이 추가되고 10년쯤 소요된다. 그렇게 되면 신고리 원전의 전기는 갈 곳을 잃는다. 암유발 등 건강 역학조사는 현재 진행이라 섣불리 결론내기가 어렵다. 송전탑 갈등이 ‘제주 해군기지’ 꼴로 비화되면 곤란하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소모적인 갈등과 반목은 안 된다. 수준 높은 양보와 타협이어야 한다. 남북분단의 현실인식과 국부창출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옳다. 진영논리에 빠지면 곤란하다. 이번 갈등은 신규 원전 건설의 시금석이다. 더욱이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입지 선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묵은 질시는 공동체를 헤친다. 최근 이명박 정부 때부터 3년간 공들인 터키 원전 수주가 실패로 끝났다. 이달 초 일본에 넘어갔다. 3년 전 이맘 때 터키와 원전사업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요란했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두바이 원전과 맞먹는 220억 달러(24조원) 국부창출이 물거품 됐다. 원전은 세계가 주목하는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다. 원전 강국 대한민국이 왜 기회를 놓쳤을까? 고비용 저효율 금융 경쟁력이 터키 원전 수주 실패 자초 일본에 밀린 가장 큰 이유는 낙후된 금융경쟁력 때문이다. 원전을 지으려면 70%를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조달해야 하는데, 자본력과 경험에서 일본에 한참 뒤졌다. 고비용 저효율의 도덕적 해이(解弛)다. 국내은행은 예금과 대출이자로 전체의 90%를 벌어들인다. 국내영업에 안주한다. 해외점포 당기 순이익 비율은 7%로 일본의 26%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은행 지점은 작년 말 현재 7853개로 일본의 4배다. GDP에서 일본에 한참 뒤졌지만 지점은 엄청 많다. 순익은 반 토막, 지점은 우후죽순이다. 국가경쟁력은 세계 19위지만 금융경쟁력은 71위에 불과하다. 4대 은행 평균 연봉은 7500만원으로 삼성전자보다 500만원 많다. 일일이 나열하기가 그렇다. 낙후된 금융이 원전 수주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맞다. 밀양 송전탑 갈등, 터키 원전 수주 실패, 올여름 전력수급 빨간불…모를 심어 싹이 웃자라야 눈을 내고 꽃을 피운다. 그래야 이삭이 알곡으로 채워진다. 벼의 화육생성(化育生成)이고 추수의 보람이다. 선진국 문턱에서 헤매는 나라, 마치 꽃은 피웠지만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수이불실 秀而不實)과 같다. 누가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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