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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전통시장 강소상인에게 배우는 지혜 “아랫목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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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0-331호 김경훈⁄ 2013.06.17 11:52:34

삶이 힘들고 팍팍할 때 전통시장에 가면 좋다. 날것들의 활기찬 모습이 가득하다. 상인들의 순박한 열정이 느껴지고, 절실함과 성실함이 풍겨난다. 터무니없는 욕심 부리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배려도 배운다. 세상의 지혜도 담겨있다. 전통시장에 갈 때 송경동 시인의 ‘가두의 시’를 읊조리면 생생해진다. 사랑의 시다. ‘고등어 있어요. 싼 고등어 있어요. 저녁녘 “떨이 떨이”를 외치는 재래시장 골목 간절한 외침 속에 내가 아직 질러보지 못한 절규의 시가 있다. 그 길바닥의 시들이 사랑이다’ 갑을갈등 벌써 두 달째, 글로벌 불황의 파고 어떻게 넘나? 그러나 아랫목 경제의 보루,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여전히 불황이다. 11년 전 전통시장 살리기 특별법이 제정됐으나 아직도 어렵다. 포스코에너지 ‘라면상무’로 촉발된 ‘갑을갈등’은 두 달 째다. 급기야 프라임베이커리에서 롯데백화점,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CU까지 전선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불황의 파고를 헤쳐가기도 버거운 지금, 걱정이 앞선다. 아랫목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커진다. 이런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 이갑수 수석연구원이 쓴 ‘전통시장 강소상인에게 배우는 지혜’ 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국 전통시장을 돌며 두각을 나타내는 상인들을 만나 공통점을 찾았다. 이들에게는 절간의 마음(절실하고 간절함)과 참용기(참고 용서하고 기다림) 그리고 명확한 목표설정이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마켓과 편의점 틈바구니에서 나름 특화전략으로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강소상인들은 부지기수다. 홍성의 광천토굴 새우젓, 논산의 골든슈, 목포의 태양수산, 부산의 아이하시, 서울 광장시장의 동양직물, 제주의 제주수산, 김해의 유성식육점…흉내 낼 수 없는 아이템에 집중하고 트렌드를 읽으며 SNS로 무장한 고객 관리의 결과다. 경제 생태계가 무너진다고 야단법석이다. 내부일감 몰아주기부터 납품단가 후려치기, 밀어내기, 중소기업의 신기술 빼가기가 수법이다. 신뢰 프로세스가 금간다는 지적이 많다. 기자가 이번 전통시장 강소상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모든 게 마음먹이에 달렸고, 남 탓 않는 틈새시장의 지혜가 놀라웠기 때문이다. 기로에 선 전통시장, 골목상권 살리기에 대기업들도 동참한 건 고무적이다. 시장경영진흥원이 주도적으로 나선 결과다. KT는 맞춤별 어플리케이션(앱)을 제공하고 SK텔레콤은 상인학교를 열어 IT와 마케팅을 교육한다. 백화점·대형마트에 안흥찐빵·남대문호떡 등 동네 소문난 맛집들이 진출하고 있다. 갑·을은 상하·대립이 아닌 상생·협조·보완관계다. 최근 남양유업 전국대리점협의회는 성명서를 냈다. 잇단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반 토막 나 대리점들의 피해가 급증한 만큼 보상지원책을 달라는 내용이다. 갑을논란 와중에 남양유업 전체 매출이 35%까지 급감했다. 이곳은 피해대리점협의회와 별개다. 피해대리점협의회는 밀어내기 관행을 고발한 전직 대리점주로 구성돼 있다. 본사가 죽으면 대리점은 없다. 세상에 빛을 퍼뜨리는 방법은 두 가지, 주연·조연 다 필요 증권가 애널리스트들도 정체를 잘 모른다는 남양유업. 그들의 2세 경영 혼란은 우리나라 출생률 저하, 아이들 감소에 유탄을 맞은 면도 있다. 우유시장 급락으로 업종다각화를 찾다가 사태가 꼬였다는 분석이다. 한 번도 직원을 자르지 않는 남양유업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여러 가지를 구상과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강소상인의 담대한 지혜를 보며 촛불과 거울을 떠올린다. 세상에 빛을 퍼뜨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촛불처럼 빛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거울처럼 빛모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빛나는 주연과 빛내는 주연, 다 의미가 있다. 이것이 아름다운 공존이다.(和爲貴) 외올로는 실을 감지 못한다.(單絲不成線)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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