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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식량안보에 대한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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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5호 박현준⁄ 2013.07.15 11:22:22

2012년 미국은 50년래 처음 겪는 대가뭄으로 6월부터 8월 사이 2개월 동안 옥수수가격이 50%, 대두가격이 20% 이상 오르는 곡물파동을 겪었다. 미국의 투자자문회사 블랜차드(Blanchard)는 이번 가뭄으로 다음해 식품가격이 3-4%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더 놀라운 것은 유명한 투자회사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이번 미국의 가뭄으로 한국에서 0.4%의 인플레이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한국은 미국의 곡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흔히들 일본은 우리보다 식량자급률이 더 낮으니 우리의 식량문제를 별로 걱정할 게 없다고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일본은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국가적 노력을 꾸준히 실행해 2011년도 쌀 자급률 97%, 밀 자급률 11%를 달성했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 80%, 밀 자급률 1% 미만인 것을 생각하면 일본보다 한참 뒤져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일본은 오랫동안 해외 식량기지 확보를 위해 노력해 왔고, 해외 곡물 유통라인을 확보해 일본의 곡물 거래상들이 우리나라에까지 곡물을 판매하고 있다. 즉 일본은 식량 자주율 100%를 이미 달성한 나라이다. 곡물 자급률이 25%이고 식량 자급률과 자주율이 사실상 동일한 한국을 식량 취약국으로 분류한 OECD의 판단에 주목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의 식량안보 의식은 놀라울 정도로 안이하다. 세계 곡물가격이 2∼3배 올라도 국내에서 식품을 구입하는데 별로 어려움을 격지 않으니 대부분의 국민이 식량은 항상 무제한으로 수입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콩과 옥수수의 non-GM 품종을 세계 시장에서 구입할 수 없게 되는데 GMO에 대해 불안감을 부추기는 행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공급되는 식량의 30%를 음식쓰레기로 버리는 심각한 낭비구조에 빠져들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나면 버려야 되는 줄 아는 소비자의 오해를 막기 위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함께 표시하자는 발의에 관심을 보이는 정책입안자가 별로 없다. 국민들이 식량 문제에 관심이 없으니 정책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계는 지금 잉여농산물의 시대가 지나가고 식량 생산자가 마음대로 가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식량 무기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바이오 연료 생산으로 남아도는 식량이 없어지고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으로 우리가 80년대에 겪었던 것처럼 동물성 식품 소비가 폭증하면 세계시장에서 곡물의 가격 폭등은 물론이고 식량을 구하기조차 어렵게 된다. 이때에 일본과 우리의 식량사정은 확연히 달라진다. 일본은 지속적인 식량 증산계획과 소비자운동(Food Action Japan)으로 준비된 상태에서 필요한 곡물은 자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사올 수 있게 된다. 반면 한국은 수입 곡물의 공급이 막히면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식량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더구나 남북한 통일의 상황이 겹치면 전쟁보다 더 무서운 식량난을 겪게 될 것이다. 식량의 생산에서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식량안보 정책이 필요하다. 쌀이 남아돈다고 생산을 줄이는 안이한 농업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쌀의 소비가 줄어드는 이유가 무엇이며 쌀의 수요를 창출할 방안은 없는지 연구해야 한다. 통일을 대비한 쌀 비축제도와 저소득층 쌀 무상지원 제도로 쌀의 수요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식용 콩을 자급하는 일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실현할 수 있다. 식량생산을 줄이려는 소극적 농업정책에서 수요를 창출해 국내 생산을 늘리는 적극적인 식량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해외 곡물조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늦었지만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차분히 시작해야 한다.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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