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호李繼祜(1574∼?), 변상벽卞相璧(18세기 활동), 김홍도金弘道(1745~1806), 신위申緯(1769∼1845), 채용신蔡龍臣(1850~1941), 안중식安中植(1861~1919) 등 화단을 대표하는 유명 화가들이 그린 화조ㆍ영모, 궁중회화 등의 다양한 작품 44건 113점이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 회화실을 새롭게 채운다.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소장품 가운데 중요 작품을 선별해 공개하는 전시로 강세황姜世晃(1713~1791)의 제자로 알려진 김홍도의 ‘서원아집도(西園雅集圖)’는 현재 전해지는 병풍과 부채 그림이 함께 소개되어 두 작품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뿐만 아니라 강세황과 가장 가까운 벗이었던 연객(煙客) 허필許佖(1709~1768)의 ‘묘길상’도 전시된다. 심사정沈師正(1707∼1769), 이인문李寅文(1745~1824년 이후)의 주요 산수화들을 한 자리에 전시하여 18~19세기 문예 부흥기 산수화들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편, 표암 강세황 특별전에 전시 중인‘송도기행첩’은 7월 30일(화)부터 ‘영통동구도’로 교체 전시된다. 화조영모화실에는 사군자, 화조화, 영모화 등이 고루 선보인다. 그 중 조선의 3대 묵죽화가 중 하나로 손꼽히며, 표암 강세황의 제자로 알려진 신위의 대나무 그림 3점이 있다. 특히 전시품 가운데 신위의 ‘녹죽’(綠竹)은 연한 녹색으로 댓잎을 그려, 강세황의 ‘녹죽’과 비교가 된다. 강세황의 작품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변상벽의 대표작 ‘묘작도’(猫雀圖)와 ‘계도’(鷄圖)가 오랜만에 함께 선보인다. 동물의 털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묘사한 필력과 따뜻한 색감, 정겨운 분위기 등을 통해 조선후기 영모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안중식의 ‘영모도10폭병풍’은 탁월한 대상 묘사 능력과 능수능란한 운필(運筆) 기량으로 자연의 세계를 섬세하게 화폭에 담은 채색화로, 1901년에 그려진 작품이다. 그 외에 이계호의 ‘포도도’, 김희성金喜誠(?~1763년 이후)의 ‘초충도’, 오달제吳達濟(1609∼1637)의 ‘묵매도’ 등도 만날 수 있다. 김희성의 작품에는 강세황의 화평이 실려 있으며, 오달제의 ‘묵매도’에는 숙종과 영조의 어제시 두 편이 나란히 적혀 있어 주목된다. 이번 교체된 작품에서는 수묵으로 펼쳐진 담백하면서도 분방한 화경과 담채로 섬세하게 그려진 꽃과 동물 등의 묘사를 통해 조선 회화의 정수(精髓)를 만나 볼 수 있다. 궁중장식화실에서는 ‘조선시대 궁중행사도 I - 한국서화유물도록 제18집’(국립중앙박물관, 2010년)을 통해 조사·소개된 ‘진하도’(陳賀圖)가 선보인다. 1783년 유언호兪彦鎬(1731~1796) 등 12명의 관원들이 장헌세자莊獻世子와 혜경궁 홍씨에게 존호尊號를 올렸던 행사를 마치고 제작한 진하도다. 진하陳賀는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신하들이 모여 임금께 나아가 축하하는 일을 말한다. 1폭부터 6폭까지는 진하 장면이 그려졌으며, 7폭~8폭에는 관원들의 좌목座目이 실려 있다. 곳곳에 구사된 금 안료, 유려하고 능숙한 필치 등을 통해 비단 위에 궁중화원의 뛰어난 솜씨로 그려진 장대하고 화려한 궁중행사도를 볼 수 있는 기회다.
그 외에도 서왕모(西王母)를 만나 요지(瑤池)에서 벌인 잔치 장면을 그린 ‘요지연도’(瑤池宴圖),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영물(靈物)을 그린 ‘장생도’(長生圖), ‘민화금강산도’ 등도 만날 수 있다. 풍속화실과 인물화실은 7월 30일(화)부터 새롭게 교체되는데, 보물 제527호인 김홍도의‘단원풍속도첩’가운데 ‘우물가’, ‘담배썰기’와 신윤복申潤福(1758~?)의‘여속도첩’(女俗圖帖)이 선보여,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물화실에 새롭게 전시되는 작품 중에는 채용신이 1928년에 그린 ‘이석우李錫禹 부부 초상’이 주목할 만하다. 채용신이 종이품 정산군수를 그만둔 1905년 이후 전주에 내려가 활동하며 그 지역의 항일지사와 유학자들의 초상을 그렸던 시절이다. 이석우(1855~1932)는 전의(全義) 이씨 31세손으로, 1901년에 화순군수를 역임한 바 있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