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혼자서 아름다울 수 없다. 우리의 삶은 타인과의 소통을 통한 관계에서 존재되어지고 그 관계형성 안에서 개인을 주체로 인식하는 자기인식이 가능해 진다. 서울 평창동 키미아트가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타인과 개인의 존재에 대한'질문을 박미라, 보라리, 심아빈, 이석호, 장양희, 지영 작가들과 함께 다양한 그림으로 펼쳐낸다. 장양희는 익명화된 현대사회의 냉철한 모습을 디지털 문화의 방법과 속성으로 표현하면서 그 안에 소외되고 고립감을 느끼는 인간의 감정들을 서정적 아날로그 방법으로 다가간다. 심아빈은 인간존재의 근원을 나와 타자, 알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힘의 상호작용으로 보고 있다. 인생에 대한 깨달음의 순간이나 경험들을 거시적 표현으로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보라리는 뜨개질이라는 행위를 통해 그럴싸하고 단단하게 엮어진 세상과 자신의 감정을 풀어낸다. 질서정연한 패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무질서함이 엮여서 공존하는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바라본다. 지영은 현실에서 오는 불안하고 부정적인 경험들을 유년시절의 순수한 기억과 추억을 상상이나 꿈의 영역으로 표현하여 회피하기도, 위장하기도, 덜어내기도 한다. 씁쓸한 현실에서 자신 스스로의 존재를 발견하는 인형의 시선은 위로의 순간들과 마주한다.
박미라는 남들이 보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사소한 것들에서 사회와 개인간의 관계를 발견하고 섬세한 시각으로 다가간다. 사라져버리는 변화의 순간과 사건, 그들과의 관계를 현대판 우화로 보여준다. 이석호는 현실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감, 도피하고자 하는 감정들을 낙서라는 행위를 통해 보여준다. 그러한 행위는 자신을 사회와 연결시켜주는 고리이며 관계를 지속시켜주는 것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창조하여 사회와 연결되어지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이 아닌가 한다. 7월 26일부터 9월 1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정서적인 색깔이 없는 특유함으로 매순간 공허한 껍데기만 남게 되어버릴 우리의 존재인식에 대한 자각과 관찰을 유도하고, 보이지 않는 심연에서 우리의 삶과 진실을 발견해 비가시적인 관계를 탐색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