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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사상 최장 장마가 남긴 건 집단갈등…“2조3천억 투자기회 차버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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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39호 김경훈⁄ 2013.08.12 14:22:07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신외무물(身外無物)은 몸이 성치 못하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제아무리 잘난 척 해도 한계가 있다는 말도 된다. 하늘 아래 정말 새로운 건 없고, 새로운 조합만 있다는 뜻도 있다. 장마가 지난 후, 신외무물을 떠올린 건 생뚱맞게 기후변화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함의(含意)가 절절하다. 북극해 얼음이 녹아내리고 기온이 매년 상승하는 건 인간의 환경파괴가 낳은 업보다. 지구온난화의 복수는 예삿일이 아니다. 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 8월호에 기후변화와 갈등에 관한 논문이 실렸다. 미국 버클리대 연구 결과 기온이 2도 오르면 집단갈등은 50% 넘게 증가한다. 공동저자 마셜 버크는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공격성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지구온난화의 복수…기온 2도 오르면 집단갈등 50% 증가 올해 사상 최장 장마는 물러갔지만, 해묵은 남북·집단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급기야 국익을 훼손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내 탓·남 탓을 넘어 우리 탓이란 공동책임을 생각할 때다. 모든 걸 기후변화 탓으로 돌리기엔 뭔가 부족하고 무책임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존폐기로에 놓였던 개성공단 정상화갈등이 새 국면을 맞았다. 8월 7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109개사가 신청한 2809억원 규모의 경협보험금 지급 결정이 발표되자마자 1시간 만에 북측이 대화를 제의했다. 경협보험금 지급은 단전조치의 예고편이었다. 전기를 끊으면 단수로 이어지고 개성공단 폐쇄로 가는 수순이다. 지난 4월 이후 개성에 보내지는 전기는 기존의 10만kW에서 3000kW로 줄었지만 여전히 개성시 하루 생활용수 1만5000t을 공급하는 필수 수단이다. 이 생명줄마저 끊어진다면 최소한의 생활에도 지장을 받는다. 개성공단 갈등이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 이런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기업 제품 전용매장이 곧 개설될 전망이다. 부도위기에서 최소한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마중물이다. 123개사 중 59%(72개)가 섬유의류 하청업체이다. 제일모직, 코오롱, 노스페이스 등 원청업체와 판매협의가 선결조건인데 원칙적인 합의는 끝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는 전용매장을 열어주기로 했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아름다운 동행이다. 日 투자유치 물 건너거나…SK·GS 화학공장 신설 위기 한편, 반(反)대기업 정서가 급기야 국익을 훼손시키는 사태를 낳았다.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벌어진 집단갈등이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국회의 입법 지연으로 대규모 신규투자가 물거품 위기에 처해졌기 때문이다. 외국인추자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 특혜라는 반론이 깔려있다. SK와 GS는 각각 일본기업 투자를 받아 모두 2조3000억 규모의 화학공장을 설립키로 했으나 오리무중이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설립할 경우 100% 지분을 보유하도록 한 공정거래법 규정이 걸림돌이다. SK종합화학과 GS칼텍스는 일본과 합작, 섬유·페트병 재료인 피라크실렌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었다. 일본의 투자와 우리의 첨단기술이 만나 화학제품 수출을 연 4조원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공장건설이 늦어지면 중국 등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진다. 경제 현안의 입법 개정 없는 경제살리기는 공허한 메아리다. 원래 창조는 혼란과 갈등속에서 자란다. 스마트폰이 전화기와 컴퓨터의 조합이듯 창조는 기존 요소들의 새로운 조합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헤매본 사람이 길을 안다. 경제를 살리는 돌파구는 기업투자다. 투자를 차버리는 건 죄악이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자라는 나무는 없다. (樹慾靜而風不止) - 김경훈 편집인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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