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더위를 잊게 하는 오싹한 공포물들이 인기다. 그런데 이젠 공포만이 더위를 물리치는 것이 아니다.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상황 속에 빠진 주인공들이 범인이 누군지 찾아내려 고군분투하는 추리 스릴러 장르 또한 등골이 오싹하게 만드는 동시에 몰입을 높여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1926년 나치 정권 아래의 독일, 심리학자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 화재사건으로 인한 미스터리한 사건에 얽힌 네 남매와 사건의 용의자인 보모 메리 슈미트의 이야기를 심리추리스릴러물이다. 당시 화재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던 네 남매는 각기 다른 집에 입양된 채 12년이 지난다. 그러던 어느 날, 4명의 아이들에게 그라첸 박사의 비밀 수첩 하나가 전달되면서 아이들은 화재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모인다. 누가 화재사건을 일으켰고, 아이들을 돌보던 보모 메리 슈미트는 왜 사라졌는지, 1926년 아이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리해가는 과정이 더위도 잊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추리 스릴러물이라 하면 범인이 누군지도 흥미를 유발하지만 ‘블랙메리포핀스’는 인간 사이의 관계에도 주목한다. 서윤미 연출은 “블랙메리 포핀스’는 화재를 낸 범인이 누구인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 극에서 중요한 점은 범인이 아니다. 이 작품은 범인이 누구냐에 초점을 맞추면 의미가 없어진다. 일반적으로 추리스릴러는 범인이 누군지 파헤치지만 이 작품을 할 때는 나 자체도 범인이 누군지 궁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 연출은 ‘범인’보다는 ‘이유’에 주목했다. 그는 “나는 ‘왜’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 극 중 인물들이 왜 아픈 기억을 안고 살고자 하는지, 왜 고통을 안 지우고 사는지 그 부분에 공감해줬으면 한다. 그러면 보다 공연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9월 29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서윤미가 연출을 맡았고, 배우 김재범, 이경수, 박한근, 김성일, 윤소호, 문진아, 이하나, 김도빈, 최성원, 홍륜희, 최정화가 출연한다. 낯선 사람들의 존재를 쫓는 ‘블랙메리포핀스’와 ‘숨바꼭질’ 영화 ‘숨바꼭질’은 남의 집에 몸을 숨기고 사는 낯선 사람들로부터 ‘우리 집’을 지키기 위한 두 가장의 숨가쁜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고급 아파트에서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성공한 사업가 ‘성수’는 하나 뿐인 형에 대한 비밀과 지독한 결벽증을 갖고 있다. 그는 형의 실종 소식을 듣고 수십 년 만에 찾아간 형의 아파트에서 집집마다 새겨진 이상한 암호와 형을 알고 있는 ‘주희’ 가족을 만난다. 어린 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주희는 자신의 집을 훔쳐보는 누군가의 존재에 두려움을 호소한다. 낡은 아파트의 암호를 살펴보던 성수는 그것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성별과 수를 뜻하는 것을 알게 된다. 형의 아파트를 뒤로 하고 자신의 안락한 집으로 돌아온 성수는 형의 아파트에서 봤던 암호가 자신의 집 초인종 옆에 새겨진 것을 발견한다. 마치 숨바꼭질처럼 술래를 찾듯 자신의 집에 숨은 존재에 대해 파헤치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이다. 극 중 성수 역을 맡은 손현주는 “영화를 1~2분만 보면 숨바꼭질에 몰입돼 빠져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숨바꼭질’ 시나리오는 너무 긴박해서 한 번에 다 보지 못했다”며 “영화에서 나오듯 몰래 주거 침입하는 일들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스릴러라고 해서 단순히 불안감만을 주는 게 아니라 많은 장치와 기가 막힌 짜임새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메가폰을 잡은 허정 감독은 “괴담이나 떠도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요소들이 과거에는 귀신이나 유령같이 초현실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현실적인 불안감이 많은 것 같다”며 “특히 거주하고 있는 집에 누군가 침입하는 것에 대한 매체들의 보도를 많이 접했다. 그것이 현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영화를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숨바꼭질’은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더 테러 라이브’, 테러범의 정체를 점점 파헤쳐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마포대교 폭탄 테러사건을 한 앵커가 뉴스 생중계로 전달하는 과정을 담는다. 불미스러운 일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밀려난 국민 앵커 ‘윤영화’가 생방송 진행 중, 신원미상 청취자로부터 한강 다리를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를 받으며 영화는 시작된다.
장난전화로 치부하며 전화를 끊은 순간 마포대교가 폭발하고 윤영화는 마감뉴스 복귀 조건으로 보도국장과 물밑 거래를 시도한다. 그리고 테러범과의 전화통화를 독점 생중계하기에 이른다. 21억이라는 거액의 보상금과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테러범과 전화 통화를 이어가던 윤영화는 자신의 귀에 꽂힌 인이어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걸 알게 된다. 과연 테러범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그가 윤영화를 지목했는지 점차 밝혀지는 과정이 흥미롭다. 윤영화 역을 맡은 하정우는 “‘더 테러 라이브’는 한 공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인물만 나옴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굉장히 빨리 흘러간다. 그만큼 짜임새가 있다”며 “그런 영화적인 극적 긴장감이 정말 놀라웠다. 내 단독 샷이 주로 나와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 감정 표현을 조절했다. 감정을 폭발하기보다 짧게 표현하고 다시 평정을 되찾고, 다시 표현하는 식으로 연기했다”고 영화 촬영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김병우 감독은 “기존 한국영화들에서 많이 봐왔던 것들을 좀 버리고 새롭고 신선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취지였다. 거기에 따른 생방송, 테러 등 이질적일 수 있는 것들을 하나의 주된 영화로 만들어보고자 했다”며 “뉴스 속보를 봐도 긴장감이 느껴지는데 안방에 있는 관객들을 속보 현장으로 데려와서 앉혀서 같이 본다면 긴장감이 배가 되지 않을까 했다”며 영화의 특징을 설명했다. ‘더 테러 라이브’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 김금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