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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코드, 가족 이야기에서 읽는다

가족 연극 ‘나와 아버지와 홍매와’ ‘선녀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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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1호 김금영⁄ 2013.08.26 11:10:45

세상엔 수많은 ‘감동’이 있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받을 때도 감동을 받고, 친구와의 각별한 우정에서도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그 중 역시 가장 큰 감동을 주는 것은 ‘가족’의 존재가 아닐까. 항상 같이 있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고마움을 모르고 소홀하기 쉽지만, 가장 힘든 순간 힘이 되고 감동을 전해주는 가족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준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와 ‘선녀씨 이야기’는 이렇듯 거창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닌, 바로 우리의 주위에 있는 가족 이야기를 다루며 감동 코드를 읽는다.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인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또한 가족의 훈훈한 이야기를 담는다. ‘선녀씨 이야기’가 어머니의 죽음 속 발견한 가족들의 사랑을 그렸다면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간암 말기의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로 덤덤하지만 세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따듯한 감동을 전하는 작품이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김광탁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간암 말기의 아버지가 고통이 극심한 간성혼수 상태에서 “굿을 해달라”고 자신에게 말했던 것에 대한 충격으로 시작됐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아픈 아버지를 위한 작가 개인적인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그리움이 덕지덕지 붙은 곳이 있어도 가고 싶다고 하지 않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을 위한 위로의 굿 한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탈고했다는 작품이다. 김광탁 작가는 “작품 중 아들이 아버지 배를 어루만지면서 ‘이제 배 안 아프죠?’ 라고 묻고, 아버지가 ‘괜찮다’고 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그 한 순간을 위해 쓴 것이나 다름없다”며 “ 무대 위에서 ‘아버지 이제 아프지 않죠?’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작가의 말처럼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드라마틱한 사건위주의 자극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으로, 디테일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더불어 삶과 죽음의 경계, 기억과 망각의 경계, 과거와 현재의 경계는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국 시골 정취를 살림과 동시에 상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무대, 물 흐르듯 변하다 순간순간 극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조명 그리고 극의 분위기를 아우르며 연극 속 인물들의 감정선을 받쳐주는 음악이 배우들의 열연과 어우러진다. 이 작품에는 연기 인생 50년을 맞이한 배우 신구와 손숙이 부부로 출연한다. 신구는 함경도가 고향이자 17세에 월남해 악착같이 가족을 부양하다 78세에 간암말기 판정을 받고 정신마저 오락가락 하는 이북실향민 아버지, 손숙은 아픈 아버지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밀양출신 어머니 홍매로 분한다. 아들 역으로는 믿음을 주는 배우 정승길, 푼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며느리 역은 똑 부러지는 배우 서은경, 아버지 옆집에 살며 잔일을 도맡아 해주고 있는 시골 멋쟁이 정씨 아저씨 역에는 개성파 배우 이호성이 캐스팅됐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9월 10일부터 10월 6일까지 흰물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간암 말기 아버지 이야기 다뤄 어머니의 죽음으로 깨달은 가족의 사랑 ‘선녀씨 이야기’ 극단 예도가 선보인 ‘선녀씨 이야기’는 2012년 제30회 전국연극제에서 대상(대통령상)을 비롯해 희곡상, 연출상, 최우수연기상 등 5개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이토록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모두의 가슴 한켠에 자리 잡은 바로 ‘어머니’의 이야기였다.

‘선녀씨 이야기’는 선녀씨라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집을 나간 뒤 15년 만에 어머니 선녀씨의 장례식장으로 돌아온 아들 종우의 시선에서 바라본 어머니의 삶과 현대 가족사회의 이면을 보여준다. 선녀씨 집안은 순탄치 않다. 어렸을 때부터 학구열이 높았고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하며 돈을 벌고 싶다는 당찬 생각을 했지만 가부장적인 시대에 살았던 선녀씨는 구박만 받는다. 얼굴도 못 보고 바로 결혼한 남편은 의처증이 있어 다른 남자와 눈만 마주쳐도 선녀씨를 때린다. 그 모습을 참다못한 둘째 아들 종우는 집을 나가버리고, 집안의 평화를 이끌었던 첫째 아들까지 대모 현장에서 죽어버려 선녀씨의 가슴은 피멍이 든다. 설상가상 시집을 간 두 딸들도 늘 어머니에게 손을 벌리기 일쑤다. 하지만 죽고 나서의 선녀씨 얼굴은 원망보다는 평온이 가득하다. 가족이기에, 사랑하기에 모든 걸 감내한 어머니의 이야기와 어머니가 죽고 나서야 그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 아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힌다. 이삼우 연출은 “20여년 연극을 해오면서 한 번쯤은 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무대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작품의 탄생 비화를 밝혔다. 또한 “이 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극의 진행이 평범하지 않게 하기 위해 돌아가신 어머니와 과거 젊은 어머니의 모습을 극 안에 모두 담았다. 인형도 사용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며 “무엇보다 이 작품에 눈물만 있진 않다. 감동도 있지만 웃음에 큰 비중을 뒀다”고 ‘선녀씨 이야기’의 특징을 밝혔다. 연극 ‘선녀씨 이야기’는 9월 15일까지 대학로 아트 센터 K 네모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삼우가 작/연출을 맡았고, 배우 임호, 이재은, 고수희, 진선규, 한갑수 등이 출연한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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